文은 그때 왜 尹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했을까[이승환의 노캡]

이승환 기자 2025. 1. 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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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였을까, 속았을까…검찰총장 임기 142일 남기고 전격 사퇴 후 대권 도전
대통령 취임 후 누구도 예상 못한 '비상 계엄'…'내란 우두머리' 피의자로

[편집자주] 신조어 No cap(노캡)은 '진심이야'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캡은 '거짓말'을 뜻하는 은어여서 노캡은 '거짓말이 아니다'로도 해석될 수 있겠지요. 칼럼 이름에 걸맞게 진심을 다해 쓰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2022.2.1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시간을 2019년 7월 25일로 돌려보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제59대 검찰총장으로 취임했다. 일선 지검장이 고검장을 건너뛰고 총장으로 직행한 것이다. 전례 없는 파격 인사였다. 임명권자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입법 독재' '종북 좌파'라고 규정한 더불어민주당의 대표를 지낸 원로 정치인이다.

문 대통령은 윤 대통령의 성향을 몰랐던 걸까. 알았다면 검찰총장으로 임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청와대 내부에서도 '윤석열 검찰총장' 반대 기류가 뚜렷했다고 한다. 특수통 출신인 윤 대통령의 수사 방식이 거칠고 언제든 사정 칼날을 청와대에 겨눌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런데도 왜 임명을 강행했을까.

알다시피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론자였다. 문 정부의 '1호 국정과제'도 '검찰 개혁'이었다. 문 정부의 조국 초대 민정수석(조국혁신당 전 대표)이 검찰의 비대한 권력을 제한·견제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설계를 맡았다.

문 정부 때 경찰은 검찰의 지휘 통제에서 벗어날 정도로 권한이 커졌다. 문 정부가 경찰을 믿어서라기보다 경찰을 키워 검찰을 견제하려 했던 것이다. 반면 검찰은 직접 수사 범위가 6개 범죄로 제한된다. 문 정부 전만 해도 검찰은 모든 범죄를 직접 수사할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은 지기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의 전방위적 압박 수사를 받다가 숨진 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검찰개혁 의지가 가장 강한 한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문 대통령일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후보자 시절' 문재인 정부의, 아니 문 전 대통령의 검찰 개혁에 찬성했을까. 적어도 반대는 하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2022년 4월 25일 JTBC가 방영한 손석희 씨와의 대담에서 말했다. "(윤 대통령이) 서울지검장 시절 검찰개혁 단계에서 반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국 (법무부) 장관과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오히려 윤 대통령은 검찰개혁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지난 2019년 7월 9일 국회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점차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방안과 관련해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점차적'이라는 단어를 고려해 보수적으로 해석해도 궁극적으로 검찰은 기소만 맡아야 된다는 것이 '윤 후보자'의 견해였다. 검찰 개혁의 마지막 단계가 검찰은 수사권이 박탈돼 기소만 하는 '기소청'이 되는 것이다. 검찰 구성원 대다수가 지금도 극렬하게 반대하는 것이 기소청이다. 그런데 총장 후보자 시절 윤 대통령이 기소청의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은 것이다. 59대 검찰총장 후보자 가운데 검찰 개혁에 반대하지 않은 사람은 윤 대통령이 유일했다고 한다.

물론 윤 대통령의 총장 취임 후 검찰의 행보는 전혀 달랐다. 과잉 수사 우려가 나올 정도로 무자비했다. 검찰개혁 취지는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억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윤 정부 출범 직후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주도로 시행령을 이용한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윤 대통령은 이때 검찰 개혁 관련 자신의 발언을 떠올려 봤을까.

여기서 질문을 더 던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총장 후보자 시절 왜 검찰 개혁에 반대하지 않았을까? 아니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소신과 반대되는 거짓말을 왜 했을까. 답은 어렵지 않다. 검찰총장이 되고자 하는 권력욕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는 강골 검사로 유명했다. 상부에 들이받더라도 의뭉스럽게 거짓말할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되고서도 비슷한 평가를 받았다. 다소 거칠고 투박하고 아내 사랑이 유별나도, 그의 진정성은 의심받지 않았다.

그러나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로 전환된 후 그의 거짓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군 장성과 경찰 최고위직 관계자들은 일제히 검찰에 진술했다. "윤 대통령이 체포를 지시했다. 그것도 여러 차례." "총을 쏴서라도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 했다." "이재명·한동훈·우원식 등이 체포 대상이었다." 단순히 한 사람도 아니고 여러 사람의 공통된 진술인데도 윤 대통령 측은 체포 지시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제 와 보면 부질없는 생각이겠지만, 어리석은 질문 하나가 머릿속을 맴돈다. 윤 대통령의 거짓말에 속아 그를 선택한 사람들이 문제일까, 진정성 있는 척 가면을 쓰고 사람들을 속인 그가 문제인가. 한가지는 분명하게 답할 수 있으리라. 헌법과 민주적인 절차로 선출된 법률가 출신의 대통령이 아무리 권력욕이 넘친다 해도, 감히 '친위 쿠데타'를 도모할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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