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의 눈물..올해 곱버스 수익률 -54%
고수익 노려 하락에 올 3조 베팅
상승 때 수익 '레버리지'는 팔아
20~30대, 곱버스 투자에 몰려
"욕심 버리고 리스크 분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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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가보지 않은 길
이른바 ‘동학개미’인 김모(37)씨는 연말이 다가올수록 한숨만 나온다. 국내 증시 활황에도 김씨의 지난 두어 달 수익률은 -30%대로 처참하다. 김씨는 “과거처럼 ‘박스피(박스권+코스피)’ 현상이 다시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기존 보유 주식을 다 팔아 ‘곱버스’에 투자한 게 패착이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곱버스는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중에서도 지수가 떨어지면 수익이 배로 느는 ‘곱빼기+인버스’를 가리킨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선물인버스2X’,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선물인버스2X’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7일까지 개인의 KODEX 200선물인버스2X 순매수액은 1915억원에 이르렀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포함한 전체 종목 중 다섯 번째로 많은 규모다. 이 상품의 지난달 순매수액은 6881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같은 기간(-77억원)보다 폭발적으로 늘었다. 연초 이후 이렇게 곱버스 시장에 유입된 개인 투자금만 3조5000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연초부터 계속 곱버스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면 수익률은 -54% 정도로 참담한 수준이다. 올 초부터 지금까지 코스피는 25%가량 올랐다. 이런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은 고위험 고수익 추구 측면에선 일맥상통하지만 방향성은 반대(지수 상승에 베팅)인 ‘KODEX 레버리지’ 등 레버리지 상품은 박스피를 고려하고 팔아 수익을 챙길 기회를 잃었다.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이후 KODEX 레버리지를 6000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자산 기반이 약한 20~30대가 곱버스 투자에 몰리는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대개 고위험을 꺼리는 중장년층이 우량주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과 달리 20~30대 사이에서 곱버스에 대한 문의나 실제 투자가 많다”고 전했다. PB를 통하지 않는 소액 투자자 사이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올해 신한금융투자 등의 연령대별 집계에서 20~30대 개인은 곱버스 투자자 상위권에 꾸준히 올랐다. 특히 지수 오르내림이 심했던 3월 등의 급변 장세에서는 수시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20~30대가 비트코인 등에 익숙해 위험자산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 세대라는 점을 배경으로 설명한다. 아울러 최근의 집값 폭등으로 또래 간에도 자산 격차가 커지면서 ‘평범한 투자법으로는 전세 역전이 어렵다’는 위기감이 누적된 것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곱버스는 기관도 쉽게 투자하지 않는 상품”이라며 “증시 조정 시점 예측이 어려워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곱버스 상품은 선물 거래를 동반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일반 ETF보다 많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고재필 KEB하나은행 PB부장은 “곱버스로 고수익을 올리려는 욕심은 버리고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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