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세보증사고액 2조 육박…HUG 대위변제액 회수율은 17%
빌라 등 임대차 계약 종료 후에도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제때 내주지 않아 발생한 전세 보증사고 규모가 올해 들어 4월까지 2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빌라·연립주택 같은 비(非)아파트에서 전세 사기와 역전세 여파가 여전하다는 의미다.
1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액은 1조9062억원, 사고 건수는 8786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1조830억원)보다 76%(8232억원) 불어났다. HUG 관계자는 “전세 사기는 많이 줄었지만, 빌라 거래 수요가 급감하면서 역전세에 따른 보증사고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넉 달간 사고액 규모가 2조원 가까이 돼 연간 사고액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4조3347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HUG가 올해 1~4월 세입자에게 내어준 돈(대위변제액)은 1조265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8124억원)보다 55.8% 늘었다. 전세 보증보험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을 때 HUG가 자체 자금으로 먼저 세입자에게 반환한 뒤 2~3년에 걸쳐 구상권 청구와 경매를 통해 회수한다.
HUG가 집주인으로부터 돌려받은 대위변제액 회수율은 올해 1분기 17.2%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만 해도 전세 보증보험 대위변제액 연간 회수율은 58%였다. 하지만 전세 사기 사고가 극성을 부린 이후 2022년 말 24%, 2023년 말엔 14.3%로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3조5544억원을 내어줬는데, 이 중 5088억만 회수했다는 얘기다. 올해 1분기에는 전세금 8842억원을 대신 돌려주고 1521억원을 회수한 상태다.
HUG 관계자는 “경매 절차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대위변제 이후 채권 회수까지 통상 2~3년가량 소요된다”며 “최근 2~3년간 전세 사기로 대위변제가 급증했고 부동산 경기도 좋지 않아 경매 절차도 시간이 더 걸리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집주인에게 돈을 회수하는 속도가 대위변제액 증가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HUG의 재무 상황도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HUG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3조8598억원으로, 1993년 HUG 설립 이후 최대 적자다. 이 관계자는 “보증사고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회수율이 10%대로 급속히 낮아졌다”며 “경·공매뿐 아니라 대위변제 후 해당 주택이 경매에 들어가면 주택을 낙찰받아 임대사업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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