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두시간뒤 "아니다"…이재명 싱크탱크 벌써 알력다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싱크탱크(정책자문그룹)로 불리던 ‘성장과통합’이 내분에 휩싸였다. 이를 두고 민주당에선 “이 후보 정책 라인 간 알력 다툼”이란 분석도 나온다.
성장과통합의 이현웅 기획운영위원장은 24일 자신 명의로 보도자료를 내고 “성장과통합 기획운영위는 23일 오전 11시 참석자 전원의 합의로 해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출범 일주일여 만이다. 이 위원장은 해체 이유에 대해 “특정 후보의 싱크탱크로 타칭(他稱)되고, 성장과통합의 일부 인사들이 차기 정부 특정 자리에 이름이 거론되면서 사전 선거운동 시비와 민주당 선거대책본부 활동과 관련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성장과통합의 유종일·허민 공동대표는 보도자료가 나온 지 두 시간여 만에 입장문을 내고 “성장과통합 해체 관련 보도자료는 인지하지 못한 내용”이라며 “성장과통합의 발전적 해체라는 의견도 나왔지만 최종 결의된 바 없고, 두 대표의 의사에 반해 보도자료를 낸 동기와 의도는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책 제언집을 완성한 후 향후 활동 방향을 논의 중”이라며 “정책 제언집을 특정 캠프에 전달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각 정당에 전달할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성장과통합의 내부 혼란을 이 후보 정책 라인의 주도권 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현웅 위원장은 다른 정책 라인과 가깝다고 알고 있다”며 “성장과통합이 이슈가 되다 보니 다른 정책 라인이 이 위원장을 통해 견제하는 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성장과통합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23일 기획운영위 회의에서 성장과통합 해체 이야기가 나왔지만 유·허 대표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해체 보도자료를 낸 것으로 유·허 대표는 보고 있다.
성장과통합은 지난 16일 출범했다.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박사 출신의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가 대표로 이름을 올리며 화제가 됐다. 유 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이재명 후보가 지난해 12월 전화해 ‘성장 전략 좀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혀 이 후보 경제 정책의 힘이 유 대표에게 실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성장과통합에 참여한 인사들이 차기 정부에서 주요 자리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더해졌다.
그 과정에서 이 후보의 다른 정책 라인의 견제가 심해졌다고 성장과통합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 후보 경선 캠프의 윤후덕 정책본부장은 지난 19일 유 대표 등 성장과통합 관계자 30여명을 만난 자리에서 “너무 앞서가지 말라”는 취지의 경고성 발언을 했다고 한다. 또 성장과통합에 참여한 위원들이 언론 인터뷰에서 자기 생각을 마치 이 후보 정책처럼 말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당내에서 성장과통합이 부담이 된다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커졌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24일 “후보가 결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설익은 정책공약 보도가 쏟아지는 것에 당 내외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고 정책위는 밝혔다. 진 의장은 보도 경위 등을 철저히 파악하고, 반복 시 징계 요구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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