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급물량 부족 우려 …"전셋값 불안 더 지속될 듯"
정부의 9·26 공급 대책에도
올 전국 분양 30만가구 미만
전년보다 약 18% 줄어들어
매매·청약 지역별 양극화 뚜렷
"다주택자, 집팔릴 때 팔아야"
전세사기와 고금리 여파로 추락하던 전세가가 저점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허가와 착공 물량 감소로 향후 2~3년간 '전세 불안'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의 공급 대책에도 불구하고 신규 주택 부족 우려가 여전한 만큼 수도권 아파트 값도 당분간 상승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가 동반 상승세를 보이는 만큼 무주택자들은 청약을 내 집 마련 1순위 전략으로 세우는 가운데 급매물 매수도 함께 고려할 것을 조언했다.
3일 매일경제가 부동산 전문가 5명을 대상으로 추석 이후 부동산 시장 전망을 설문조사한 결과,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연말까지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가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는 지난해 초부터 약 1년6개월간 하락세를 보인 뒤 올해 6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고금리와 전세사기 여파로 세입자들의 월세 선호 현상이 심화돼 지난해부터 전세가가 속절없이 추락했다. 하지만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고, 전세가가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심리가 확산되자 가격이 상승 전환한 것이다. 정부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들을 위해 대출 규제를 완화한 것도 전세가 반등의 변곡점이 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2년 전 고점에 비하면 여전히 전세 시세가 낮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전세가는 꾸준한 상승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며 "전세사기 우려로 빌라 전세 수요가 아파트 전세 수요로 이동한 것도 전세가 상승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입주 물량 감소로 인해 전세 시장 불안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전세는 매매와 달리 수급 요인에 따라 임대료가 측정된다"며 "인허가와 착공 물량이 급감하면서 올해 하반기뿐 아니라 향후 2~3년간 전세가 불안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아파트 값도 연말까지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보유세 부담 완화, 규제지역 해제 등 영향으로 수도권 위주로 아파트 값 상승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2~3분기에 급매물이 소진된 영향으로 주택 거래는 다소 주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9월 들어 수도권 아파트 값이 상승세로 전환했지만 경기 침체 우려가 있는 만큼 추격 매수세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매매가격과 전세가 동반 상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무주택자가 내 집을 마련할 최적의 전략으로 '청약'을 꼽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약은 지역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는 경우가 많고 정비사업지의 일반분양이면 입지도 좋을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청약 당첨이 보장되지 않는 만큼 지출 가능한 금액 내에서 기존 주택 매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분양 물량이 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무주택자들이 기존 주택 매매를 함께 고려해야 할 이유로 꼽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전국에 분양된 아파트 물량은 총 12만6345가구로 집계됐다. 올해 12월까지 분양 가능성이 있는 아파트 물량은 17만9000여 가구로 연간 최대 30만5000여 가구가 분양될 전망이다. 이는 2018년(29만9390가구) 이후 5년 만에 최저 수준이고, 지난해 물량(37만1000여 가구)보다는 17.8% 줄어든 것이다. 청약 시장은 수도권 주요 핵심 지역으로 매수세가 쏠리는 등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박 교수는 "수도권은 공급이 부족한 상태여서 우량 지역 위주로 청약 열기가 더 뜨거워질 수 있다"며 "지방은 미분양 부담이 큰 일부 지역을 제외한 창원, 청주, 전주 등 대도시가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승도 청약 시장 열기를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보유 주택 정리를 추천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고 원장은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큰 만큼 보유 주택을 교체하는 '자산 재배분 전략'이 바람직하다"며 "성장 지역과 도심권에 위치한 주택은 보유하되 그렇지 않은 자산은 처분하거나 교체하는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위원도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감내할 만한 수준이면 추가 규제 완화를 기다려보는 것이 좋다"면서도 "만약 매도에 따른 양도세 부담이 가능하면 기존 주택 매도 후 상급지 매수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신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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