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이중규제에 골탕 먹는 임대사업자들
“해마다 임대주택 신고하는데 굳이 등기까지 하라니 큰 불편”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를 전세로 주고 본인은 경기도 성남에 거주 중인 60대 이모 씨는 ‘등기부등본에 임대주택 여부를 표기하지 않으면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구청 문자를 받고 지난달 등기소를 찾았다가 꼬박 이틀을 날렸다. 준비 서류가 너무 복잡해 한 번에 처리하기가 힘든 데다, 이씨 같은 사람들이 몰린 탓에 등기소를 방문하면 최소 두세 시간은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매년 임대주택을 신고하고 있는데 굳이 등기까지 하라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임대사업자들의 불편은 등한시한 행정편의주의적 규제”라고 했다.
지난 정부가 임차인들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도입한 등록 임대주택 부기등기(附記登記·등기부등본에 등록 임대주택임을 명기하는 것) 의무화 정책이 임대사업자들의 불필요한 시간 및 비용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도 전·월세를 구하는 세입자라면 국토부 홈페이지에서 등록 임대주택 현황을 언제든 확인할 수 있는데 등기부 기재까지 의무화하는 것은 불필요한 ‘이중 규제’라는 것이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등록 임대주택을 보유한 임대사업자 중 이달 9일까지 부기등기를 마치지 않은 사람에게는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등록 임대주택이란 최장 8년의 임대 기간이 보장되고, 임대료 인상도 2년에 5%로 제한되는 준(準)공공 성격의 임대주택이다. 임대인은 이런 의무를 지는 대신 세제 혜택을 받는다. 문재인 정부는 세입자들이 등록 임대주택 여부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하겠다며 관련 법을 바꿔 2020년 12월부터 부기등기를 의무화했고, 기존 사업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는 올해 말까지 2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하지만 부기등기 의무화로 인한 실익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토부가 2018년부터 운영 중인 임대주택 등록 시스템 ‘렌트홈’ 홈페이지에서 등록 임대주택 정보를 동·호수까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데다, 임대차 표준 계약서에도 등록 임대주택 여부가 명시되기 때문에 등기까지는 필요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신청 서류는 사업자 주소지 관할 구청에서 발급받고, 등기는 임대주택 관할 등기소에서 접수받도록 해 신청 절차가 비효율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아무런 실익도 없는 부기등기 때문에 50만명 가까운 임대사업자들이 시간과 돈을 허비하고 있다”며 “정부가 주택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임대사업자를 육성할 생각이라면 부기등기 같은 불필요한 규제부터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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