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전 방일’ 첫 대통령… 韓日협력 의지 담겨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23일 일본 도쿄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양자 정상회담을 위해 방문하는 첫 국가로 일본을 선택한 것은 광복 80주년과 한일 수교 60주년이 겹친 올해 ‘한일 협력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한미 정상회담 전에 양자 회담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사례는 없었다. 대통령실은 이날 양국이 지난 6월 셔틀 외교 재개에 합의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양국 정상이 수시로 오가는 셔틀 외교 복원 의지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이 방일 8일 전인 15일 광복절 메시지에서 일본과의 관계 강화를 언급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과거에도 우리 대통령이 미국 정상보다 일본 정상을 먼저 만나거나,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방문한 경우는 있었다. 노태우·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보다 먼저 한일 정상회담을 했지만, 당시 일본 총리가 우리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경우였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취임 석 달 만인 1948년 10월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방문했지만, 양자 정상회담 목적이 아니라 더글러스 맥아더 당시 연합군 총사령관의 초청을 받아서 이뤄진 방일이었다.

이 대통령의 이번 방일은 실무 방문(Working Visit) 형식으로 진행된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가 정상회담과 만찬을 함께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상회담 의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북한 문제 등 안보 사안, 대미 관세 협상과 관련한 경제 협력 이슈가 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시바 총리는 이미 여러 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처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이 대통령에게 조언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17일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이시바 총리를 만나 양국 정상이 서로 오가는 ‘셔틀 외교’를 약속했다. 한일 간 셔틀 외교는 2011년 11월 일본을 방문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당시 일본 총리가 위안부 문제로 얼굴을 붉힌 뒤 중단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임 중 한 번도 일본을 방문하지 않았고, 문재인 전 대통령도 다자 회의 참석을 위해서만 방일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야 셔틀 외교 복원의 물꼬가 트이고 있었다.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시절엔 한미일 연합 훈련을 “극단적 친일 행위”라 하는 등 반일(反日) 발언을 여러 번 했다. 그러나 취임 뒤엔 “국가 간 관계는 정책의 일관성이 특히 중요하다. 그게 현실”이라며 전임 정부의 유화적 대일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G7 정상회의 때는 “한일은 앞마당 같이 쓰는 이웃집”이라며 미래 지향적 관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여권 관계자는 “일본을 향한 달라진 모습이 바로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실용 외교의 예”라며 “정치권에서 누가 이 대통령을 친일이라 비판할 수 있겠냐”고 했다. 보수 정부가 일본과 가까운 모습을 보이면 민주당 등에서 친일 비판이 나왔지만, 민주당 정부에선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미 관세 협상에서 대규모 투자 펀드를 약속한 일본과 우리는 비슷한 처지라 함께 논의할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미국에 5500억달러 규모 투자 펀드를 약속했고, 한국도 미일 협상을 참고해 3500억달러 규모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이 일본부터 찾게 되면서 25일 만나게 될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미국이 중시하는 한미일 협력에 대한 우리 의지를 보여주는 효과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이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한 주한 미군 역할 재조정 등 ‘한미 동맹 현대화’와 한국 국방 예산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일본 정상을 만난 뒤 미국으로 향하는 것 자체가 안보 이슈에서 우리 목소리를 키우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대표 시절 중국·대만 문제에 대해 했던 발언 때문에 미국 조야에서는 이 대통령을 친중(親中) 성향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방일은 이를 불식하는 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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