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한파에도 제주는 봄볕..3주 연속 아파트값 상승폭 키워

유준호 2022. 2. 1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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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KB주택시장동향
제주 아파트 값 0.35% 상승
거래 줄어도 연일 신고가 행진
수도권 비해 집값 낮고
비규제 효과에 외지인들 가세
주간 아파트값 변동률 추이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아파트 값 하방 압박이 전방위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제주 아파트값은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매매거래가 활발한 상황은 아니지만 신고가를 기록하는 단지들이 나오면서 아파트값 하락세를 막아서는 중이다. 제주는 지난해 2016년 이후 5년 만에 전국 평균을 뛰어넘는 아파트값 상승세를 보이며 반등했는데, 그 기세가 연초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18일 KB부동산이 발표하는 주간KB주택시장동향(14일 기준)에 따르면 제주·서귀포는 전주대비 아파트 값이 0.35% 올랐다. 1월 셋째주 0.06% 였던 제주의 전주 대비 집값 상승률은 1월 넷째주 0.13%, 2월 첫째주 0.27%로 확대됐다. 제주는 지난 14일까지 3주 연속 아파트 값 상승폭이 커졌다.

실제 제주에서는 최근 신고가를 경신하며 실거래 신고된 단지가 나오고 있다. 제주 연동 대림e편한세상 1차 전용 84㎡(13층)는 지난 4일 9억 6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7월 같은 단지 동일 전용 물건(8층)이 6억 3000만원 거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 반 년만에 3억원 가량 가격이 오른 셈이다.

제주시 도남동 e-편한세상 2차 전용 120㎡(6층)도 지난달 12일 7억 9600만원에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 단지는 지난해 4월 같은 전용 매물의 실거래가가 5억 4000만원으로 1년도 안돼 가격이 2억원 이상 올랐다. 서귀포시 제주강정유승한내들퍼스트오션 전용 84㎡(12층) 역시 지난달 17일 7억 25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이 단지는 지난해 10월까지만해도 같은 전용 매물이 5억원대에서 거래되던 곳이다.

제주 집값은 한동안 장기 침체 상태에 놓여 있었다. 중국 자본을 바탕으로 호황기를 맞았던 제주 부동산 시장은 2016년 7월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발표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중국인 관광객과 투자 수요가 줄며 거래량이 감소하고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는 등 2017년부터 침체된 모습을 보였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제주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2017년(-0.23%)부터 2018년(-0.65%), 2019년(-2.12%), 2020년(-0.6%)까지 내리 마이너스 흐름을 이어갔다.

반전은 지난해 부터였다. 지난해 제주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24.29%로 전국 평균 집값 상승률(20.18%) 대비 4%포인트 이상 높았다. 2020년 12월 부동산 규제지역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자 비규제지역으로 남아있는 제주도에 광역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70%까지 적용받을 수 있고, 청약 자격, 전매제한 등 각종 규제 문턱도 낮다는 점이 유인으로 꼽혔다.

실제 지난해 제주 지역에는 집을 사려는 외지인들의 유입이 크게 늘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6698건의 아파트 거래 중 1736건, 25.9%가 외지인 거래분으로 나타났다. 앞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제주 외지인 거래량은 15~17%에 머물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입 규모가 두 배로 커진 것이다.

제주 지역의 집값 상승 흐름은 올해 들어서도 집값 상승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집값 상승세가 가팔랐던 다른 지역과 비교해보면 연초 이후 제주 아파트 시장의 차별성이 도드라진다. 지난해 전국 시·도 중 집값 상승률(KB시세 기준)이 가장 높았던 인천(32.9%)과 2위 경기(29.3%)는 연초 이후 집값 상승세가 진정됐다. 경기는 14일 기준 전주 대비 집값 상승률이 0.01%에 머물렀고, 인천 역시 0.03%로 줄었다.

제주는 경매 시장에서도 온기가 지속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경매시장 평균 응찰자수는 3.7명인데, 제주의 평균 응찰자수는 5.3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응찰자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거시설의 경우 평균 응찰자수가 6.9명으로 집계됐다. 1월에 총 33건의 물건이 경매시장에 나왔는데 17건이 새 주인을 찾아 낙찰률이 51.5%로 집계됐다. 전국 주거시설 평균 낙찰률이 38.4%로 40%선을 밑도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

실제 지난 1월 서귀포시 동홍동 삼아아파트 전용 84㎡ 경매에는 무려 25명의 응찰자가 몰렸다. 감정가 2억 3100만원이었던 이 물건은 2억 2850만원을 써낸 최고가 응찰자가 낙찰을 받았다. 매매 시장에서 같은 단지 동일 전용 물건은 지난 1월 2억 5500만원에 거래됐고, 지난해 11월에는 2억 8000만원에 실거래 됐다. 낙찰자는 경매를 통해 시세 대비 수천만원 이상 낮은 가격에 물건을 취득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제주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풍부한 유동성과 비규제지역 풍선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각종 규제와 집값 고점 인식 등으로 다른 지역 수요가 줄어든 데 반해 제주가 비규제지역 이점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제주 지역에서 올해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도 기존 구축 아파트 매매시장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여 연구원은 "올해 5월까지 제주 지역에서는 입주 물량이 전혀 없고, 올해를 통틀어도 124가구 밖에 되지 않는다"며 "신축 물량 공급난과 국제학교, 세컨 하우스 등 외지인 수요가 맞몰리면서 시장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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