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말바꾼 정부"..실패로 끝난 김현미표 민간임대주택 정책

유엄식 기자 2021. 5. 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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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017년 12월 13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정부 합동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은 임대주택 등록을 활성화하기 위해 등록된 임대주택 사업자에게 임대소득세 등 각종 세금과 건강보험료 감면 혜택을 주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2017년 말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적(민간)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세입자의 주거불안 해소가 필요하다"며 야심차게 발표한 민간임대주택 활성화 정책이 결국 3년 반 만에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임대사업자가 최근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가 됐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앞서 정부가 "민간임대주택 증가로 임대차시장이 안정화됐다"고 평가한 점에서 '자기 모순'에 빠진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임대사업자 단체는 "정부로부터 사기를 당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27일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발표한 '주택시장안정을 위한 공급·금융·세제 개선안'에 따르면 앞으로 모든 주택 유형에 대한 매입 임대주택 신규등록이 폐지되며, 지난해 7월 이전 등록한 기존 사업자에 대해선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혜택이 축소된다.

그동안 의무임대기간을 채운 주택은 매도 기간에 관계 없이 양도세 중과를 적용받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등록말소 이후 6개월까지만 양도세 중과를 배제한다. 만약 이대로 법이 바뀐다면 3주택 이상 보유한 임대사업자가 다음달 자동말소 된 주택을 연말까지 처분하지 않으면 최고 75%의 양도세율이 적용된다. 의무임대기간 절반(단기 2년6개월, 장기 4년 이상)을 채워야 했던 자진말소 요건도 삭제돼 세입자 동의만 받으면 언제든지 임대주택 자진말소가 가능해진다.

신규 등록은 금지하고, 기존 임대등록자는 말소를 유도하는 것으로 정부가 적극 장려한 민간 임대사업자 제도가 4년도 지나지 않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사실상 임대사업자 제도의 실패를 자인한 셈이다.

이 제도가 처음 만들어진 2017년 말엔 임대주택 사업자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 세입자에게 4~8년간 연 5% 이내로 임대료를 올리게 하는 대신 40㎡ 이하 소형 주택은 취득세와 재산세를 감면하고, 1주택만 임대해도 소득세를 줄여줬다. 양도세 중과 배제, 장기보유특별공제 70%,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건강보험료 부담 완화 등 혜택도 부여했다. 가급적 세입자가 오래 살 수 있도록 8년 장기임대 등록을 권장했다.

그러나 2018년 이후 아파트값 급등 국면에서 '다주택=투기' 논리가 힘을 받자 정부는 임대사업자 혜택을 줄여 나갔다. 2018년 9·13 대책 이후 등록한 임대주택은 종부세 합산 배제를 폐지했고, 지난해 7·10 대책에선 4년 단기임대와 8년 아파트 매입임대를 폐지했다. 이후 10개월도 지나지 않아 남아있는 모든 혜택을 '백지화'시켰다.

특히 이번 정책 변경으로 김현미 전 장관이 지난해 7·10 대책에서 밝힌 "기존 등록 임대주택은 말소 시점까지 세제 혜택을 유지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못하게 됐다.

민주당은 이번 조치로 인해 임대사업자들이 보유한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서 매물 잠김 현상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자동말소된 주택과 자진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65만호의 약 20% 수준인 13만호가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게 민주당의 추산이다.

하지만 임대사업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실제 매물이 시장에 풀릴지는 미지수다. 또 등록 임대주택의 80% 이상이 다세대, 빌라 등이어서 매매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고 저렴한 임대주택이 사라져 전월세 가격만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2018년 이후 집값 급등 국면에서도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전월세 매물은 임대료 상한제가 적용돼 가격이 안정세였다"며 "등록 임대주택의 약 90%가 다세대, 빌라, 오피스텔 등으로 최근 시장 불안 요인인 아파트 물량은 매우 적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집주인이 손해를 볼 것 같지만 전월세 매물 감소, 임대료 상승 등으로 결국은 세입자들이 받을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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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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