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아파트 특공?..부모 자산 안 따지면 '금수저 잔치'

최종훈 2021. 5. 17.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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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가구 30%가 1인가구
여당 부동산특별위서 검토중
하지만 분양 기회 주어져도
부모 재력 없는 청년층엔
염장 지르는 '그림의 떡'
'하늘의 별따기' 분양시장
공급 부족한데 '특공' 늘리느라
신혼-4050세대 갈등까지
1인가구 공공임대 늘리고
주거비 지원 등 정책 검토해야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 때 생애최초 무주택자의 청약 기회를 넓히는 방향으로 한 차례 손질됐던 주택공급 제도가 또다시 수술대에 오를지 관심을 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보유세(재산세) 및 실수요자 주택담보대출 보완 방안과 함께 아파트 특별공급 물량 중 일부를 청년과 1인가구에게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다. 이는 현실적으로 청년과 1인 가구는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반해 청약시장에서는 이들이 가장 소외돼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통계청이 집계한 국내 1인가구는 2019년 기준 614만8천 가구로 전체 가구의 30.2%다.

부동산 업계에선 청년과 1인가구를 위한 주거복지 지원은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 시기가 늦어지고 1인가구는 빠르게 증가하는 현실에 맞춰 확대돼야 한다고 본다. 또 이를 위해선 청년과 1인가구의 주거 실태, 주거비 부담능력 등을 고려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신혼부부 특공, 생애최초 특공에 이어 1인가구 특공을 신설하는 방식은 적절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1인가구에게 분양주택 입주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경제적 부담능력이 부족한 청년층에게는 ‘그림의 떡’이 되는 대신 부모의 재력을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금수저’ 계층이 혜택을 독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급증한 특별공급, 세대·계층간 갈등 야기 왜?

사회적 배려 계층의 주택 마련을 돕기 위한 특별공급이 주택 청약제도 전면에 비중 있게 등장한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신혼부부용 주택공급을 공약했던 이명박 정부는 이듬해인 2008년 상반기 민간주택과 공공주택에 신혼부부 특별공급(10~15%)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애초에는 신혼부부용 공공주택 건설을 공약한 것이었으나 재원 문제 등으로 사정이 여의치 않자 신규 주택공급 때 신혼부부에게 일정 물량을 떼어주는 특별공급 방식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에 따른 논란은 적지 않았다. 신혼부부 특공은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부터 시행된 민간주택 청약 가점제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대선 공약이었던데다 혼인과 출산 장려라는 취지도 중시해야 한다는 반론에 묻혔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2017년 말 발표한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복지를 한층 강화했다. 2018년부터는 신혼부부 특별공급 비율을 민간주택은 20%, 공공주택은 30%로 종전의 갑절로 높였다. 이어 지난해 7·10 대책에선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민영주택에 도입하는 한편 신혼부부 특공의 소득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이는 주택시장 과열과 함께 3040세대를 중심으로 이른바 ‘공황구매’(패닉바잉) 현상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등 젊은층의 불안 심리가 최고조에 이르자 이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특히 민간주택의 청약 당첨 가점, 공공주택의 당첨선(청약저축·주택청약종합저축 납입액과 납입횟수)이 크게 치솟으며 젊은층이 청약시장에서 소외된다는 불만이 잇따른 것도 생애최초 특공을 확대한 이유다. 그러나 생애최초 특공이 늘어나는 반면 청약 가점제가 적용되는 일반공급 물량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면서 그간 잠재돼 있던 세대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4050세대를 중심으로 한 3~4인가구가 정부의 신혼부부, 청년층 위주 청약제도 개편으로 ‘역차별’을 겪고 있다며 들끓기 시작한 것이다.

■ 4050세대도 ‘하늘의 별따기’ 된 아파트 청약 당첨

실제로 자녀를 둔 맞벌이 또는 외벌이 부부로 연령대가 40~50대라고 해도 현행 청약 가점제로 서울에서 일반공급되는 민간 아파트를 분양받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청약 가점제는 부양가족 수(35점)와 무주택 기간(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을 합쳐 84점이 만점인데, 최근 서울 지역의 주요 민간아파트의 당첨자 결과를 보면 최저 가점이 60~70점대에서 형성돼 있다. 특히 청약자가 몰린 인기 지역인 경우 당첨 최저 가점이 69점으로 나오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는 부부가 자녀 2명(20점)을 둔 상태에서 무주택 기간 만점(15년 이상, 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만점(15년 이상, 17점)을 얻을 때 주어지는 최고 가점이 69점이기 때문이다. 이 조건을 갖추고 있는 무주택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공공주택 분양도 사정은 비슷하다. 공공분양은 가족 수를 따지지 않고 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납입횟수와 저축총액을 기준으로 한 순위순차제를 적용하고 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저축 포함)을 장기간 불입했다면 당첨 기회가 많아진다. 그러나 공급물량이 희소한 공공주택은 서울·수도권 인기 지역에서 공급되는 경우 당첨 커트라인이 청약저축 납입액 2천만원(월 10만원씩 16년 7개월 납입)을 넘어서는 등 당첨 문턱이 높은 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청약제도가 바뀔 때마다 무주택 4050세대는 관심의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서울 천호동에 거주하는 정아무개씨(50)는 “지난해 청약가점이 69점이 돼 과천지식정보타운, 위례 등에 도전했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면서 “특별공급이 계속 늘어나고 일반공급 물량이 줄어든 탓에 4050세대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신혼부부·생애최초 특공 조정해 1인가구 기회 줘야”

전문가들은 청년과 1인 가구의 주거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주거비가 저렴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을 비롯해 민간임대주택과 고시원 등 비주택 거주자에 대한 주거비 보조, 주거상향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1월 박미선 국토연구원 주거정책연구센터장이 펴낸 ‘1인가구 연령대별 주거취약성 보완방안’ 연구보고서를 보면, 국내 일반가구 가운데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의 비율은 5.3%인 반면 1인가구에서는 그 비율이 10.6%로 일반가구의 갑절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는 중장년 1인가구(12.9%)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보고서는 1인가구가 더이상 미완의 가족형태나 특수한 형태가 아닌 보편적 가구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는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청년, 중장년, 노인 1인가구에 대한 맞춤형 지원과 함께 지역별 특성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예를 들면 청년 1인가구의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비율이 높게 나타난 서울과 부산에서는 ‘청년층 주거수당’ 도입을 통해 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청년의 주거수준 상향을 돕고 민간주택에 거주하는 청년의 주거비 경감을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현행 사회적 배려계층 주택 특별공급 제도와 관련해서도 1인가구를 좀 더 배려해줄 여지는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공공주택의 신혼부부 특공(30%)과 생애최초 특공(25%)은 신혼부부에게 과도한 이중적 혜택을 주고 있어, 이를 조정해 일부를 1인가구에게 할당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는 청년 1인가구 부모의 자산도 따져 ‘무늬만 무주택 1인가구’인 금수저 청년은 걸러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생애최초 특공의 경우 혼인했거나 자녀가 있는 사람으로 자격을 제한해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는 1인가구를 배제하고 신혼부부를 또 우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생애최초와 신혼부부 특공을 통합하고 가구원 수에 맞춰 입주가능한 주택형을 구분 짓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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