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칭서 '감독' 뺐지만 사실상 빅브라더..부동산거래분석원 공식화

문제원 2020. 9. 2.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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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금융·과세정보 분석해 불법 적발
행정기관 무제한 정보수집..부작용 우려
처벌보다는 단속에 초점..국토부 산하기관
규모 아직 미정, 이르면 연내 출범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김현정 기자] 정부가 2일 설치를 확정한 '부동산거래분석원(이하 분석원)'은 부동산 관련 금융ㆍ과세정보를 분석해 불법행위를 적발한 뒤 처벌까지 이어지게 하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기존 불법행위대응반이 특정 지역의 일부 의심거래만 추려낸 것과 달리 사실상 모든 부동산 거래를 들여다보는 '빅브라더'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의 교란행위를 감시해 거래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업계에선 개인간 거래가 위축되고, 행정기관에 의한 무차별ㆍ무제한적 개인 정보수집이 가능해져 각종 부작용이 생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초 정부 안팎에선 '부동산감독원'으로 불렸지만, 정부는 감독이란 단어가 감시ㆍ통제 어감이 강한 만큼 명칭을 분석원으로 순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거래분석원, 어디에 어떻게 어떤 규모로 설치되나

정부는 분석원을 독립된 감독기구가 아닌, 국토부 산하의 상설 정부조직으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기존 대응반처럼 국토부, 금감원, 국세청, 검찰, 경찰 등 유관기관의 전문 인력을 파견 받되, 그 규모를 대폭 늘릴 전망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주요 기능은 ▲시장 상시 모니터 ▲부동산 관련 불법 의심행위 등 포착ㆍ적발 ▲신속한 불법행위 단속ㆍ처벌이다.

집값 담합과 허위매물, 탈세, 편법증여, 편법대출, 업ㆍ다운계약, 불법전매 등 부동산 관련 행위를 전방위적으로 감시ㆍ감독하는 '빅브라더'이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원과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금융감독원급 대규모 조직을 만들긴 힘들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80~100명 정도로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분석원 설치와 관련해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본시장조사단 사례를 적극 참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정보분석원은 2001년 금융위원회 산하에 설치된 기관으로 금융기관에서 의심스러운 금융거래를 보고 받아 이를 분석한 뒤 사법기관에 넘기는 역할을 한다.

분석원과 마찬가지로 검찰ㆍ경찰ㆍ국세청 파견인원이 포함돼 있으며,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보고받는 정보량이 엄청나 '정보의 보고'나 '금융권 저승사자' 등으로 불린다. 자본시장조사단 역시 2013년 금융위 산하 조직으로 출범했으며 금감원ㆍ법무부ㆍ검찰 등의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주가조작 등 각종 금융범죄를 조사한다.

분석원도 관련 기관에서 금융ㆍ과세정보를 넘겨받아 분석한 뒤 불법행위를 적발해 검찰ㆍ경찰ㆍ국세청 등으로 넘기는 역할을 하게될 전망이다. 이 외에도 공인중개사들의 영업행위와 유튜브 인플루언서들의 행동도 샅샅이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집값담합과 시세조정이 타깃이지만 단속이 과도하게 들어갈 경우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고 재산권 행사가 일부 제한될 수 있다.

무소불위 부동산 권력기관 탄생하나…시장왜곡 불가피

시장에서는 부동산 관련 조사만 전담하는 행정기관이 설치될 경우 부동산 거래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과도하게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부 불법행위를 적발하기 위해 전국민의 거래를 일일이 들어다보는 것은 행정력 낭비일 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 왜곡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현재도 부동산 거래와 관련해 세금은 국세청이, 대출은 금감원이, 불법행위는 국토부가 모니터링하고 있다. 국토부가 모델로 삼은 금융정보분석원 역시 국세청에 이상 부동산 거래를 조사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한국감정원에서는 부동산거래질서교란행위 신고센터가 있으며 각 지자체도 부동산 단속 인원을 보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감시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감독기구를 설치하면 집값안정 기능보다는 행정기관의 비대화, 비효율화, 거래위축 등의 부작용만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통해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고 수차례 말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감독기관을 추가로 설치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국토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부담이 커지고 임대차 3법도 국회를 통과한 만큼 8월부터는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줄곧 설명해왔다.

기재부 관계자는 "분석원이 어느정도 규모가 될 지는 조직을 담당하는 행안부 등 관련부서와 논의해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에 확정되지는 않았다"며 "별도로 처벌권한을 강하게 가진 통제기구를 만들기 보다는 상시 모니터링을 하고 시장 교란행위와 불법행위를 적시에 포착할 수 있는 조직을 준비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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