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괴롭게 하겠다는 정부, 투자수요 막겠지만 1주택자도 세금폭탄 '불보듯'

연지연 기자 2020. 7. 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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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보유세(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인 세제 개편안을 이르면 이번 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각종 공제 축소 등 종합부동세의 실효세율을 높이기 위한 추가 조치를 국회 논의 과정에서 확실하게 검토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부동산 대책과 관련한 긴급 보고를 받기에 앞서 "종합부동산세 강화 법안을 21대 국회에서 최우선 과제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공급 확대 방안 마련 등을 주문했지만,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부와 여당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세제 개편안은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 등을 집중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12·16 대책보다 종합부동산세 세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본공제액(1주택자 공시가격 9억원, 다주택자 6억원)은 낮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12·16 대책 당시 정부는 현행 0.5~3.2%인 종부세율을 0.6~4.0%까지 높이고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세부담 상한을 200%에서 300%로 높이기로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보유세가 강화되면 다주택자의 매물이 나오면서 가격이 안정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주택을 추가로 구입해야겠다는 욕구를 잠재우는 데도 일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1주택자들의 보유세 부담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소득이 없는 은퇴 연금생활자 등이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종부세 강화 "집값 잡는데 일부 효과 있다"

당국이 종합부동산세 강화 카드를 빼든 것은 ‘주택을 투자의 대상으로 보지 말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12·16 대책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나 3주택자 이상의 경우 종합부동산세가 0.2~0.8%포인트(p) 높아진다. 또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종부세 부담 상한을 200%에서 300%로 올리기로 했다.

12·16 대책을 적용하면 전용면적 84.43㎡짜리 은마아파트와 84.99㎡짜리 래미안대치팰리스를 보유한 2주택자가 올해 내야할 세금은 6144만원 수준이다. 원래 5366만원 정도로 추정됐지만, 세율이 기존 1.8%에서 2.0%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2018년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연봉이 3634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웬만한 직장인은 세금을 감내할 수 없어 조정지역 2주택자가 될 생각을 버리게 된다는 뜻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세금이 늘면 투자 수요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종합부동산세율이 강화돼야 당초 입법 취지에 맞다는 의견도 있다. 그간 이런 저런 예외조항을 두고 공제액을 늘려주면서 종합부동산세의 입법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것이다.

종합부동산세는 2005년 도입됐고 2006년에는 과세 기준이 인별 합산에서 가구별 합산으로 바뀌었다. 공시가격이 6억원 이상이라면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했다.

하지만 이후 종합부동산세율의 실효성이 떨어졌다. 1세대 1주택인 경우 공시가격이 9억원 초과인 경우에만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대상으로 분류된 데다 종부세율도 0.5~2.0%로 대폭 낮아졌다. 세율이 미미하다보니 고가주택을 취득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고, 이런 세제 상황이 강남3구를 중심으로 한 아파트 쏠림 현상, 서울 아파트 쏠림 현상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우리나라의 보유세 부담이 낮다는 통계 자료를 근간으로 보유세율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OECD에 따르면, 2018년 현재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보유세 비율은 0.87%로, 전년보다 0.04%포인트 올랐다. OECD 33개국 평균(1.06%)과 비교하면 0.19%포인트 낮다.

◇ 1주택자에게도 예외없는 종부세 강화…은퇴 연금생활자들만 밀려난다

문제는 고가주택 한 채를 가졌지만 소득이 없는 사람들에게 세금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은퇴자가 대표적이다. 국민연금을 받아 생활하는데 세금을 내려면 다달이 받는 연금을 쪼개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의 반포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84.93㎡에 거주하는 김재영(65)씨의 소득은 국민연금으로 받는 월 130만원 수준이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 따르면 김씨가 올해 내야 하는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통칭 보유세)는 1158만원 정도다. 김씨는 "국민연금을 받아 모조리 세금을 내는 데 쓰게 생겼다"면서 "집 한 채 있는걸 결국 팔아야 하는가보다"고 했다.

그래도 지금까진 아껴쓰면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었다. 2018년엔 한 달에 50만원, 2019년엔 70만원 정도를 떼서 세금을 내야했다. 2018년에 냈던 보유세는 550만1088원, 2019년에 냈던 보유세는 794만5872원이었다.

문제는 앞으로 보유세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김씨가 보유한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은 19억9400만원이다. 12·16 대책에 따르면 종합부동산세율은 1.4%에서 1.6%로 올라간다. 여기에 정부 계획대로 공정시장가액(과세표준을 정할 때 사용하는 공시가격 비율)이 단계적으로 오르면 보유세는 더 는다. 당국은 올해 공정시장가액을 90%까지 올리고 2021년엔 95%, 2022년엔 100%로 올릴 예정이다.

김씨는 "투기를 한 것도 아니고 분양받아 계속 살던 집인데,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떠나야 할 상황"이라면서 "집값 오르는 걸 바란 적이 없다"고 했다.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에 자리잡은 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울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의 전용면적 84.59㎡짜리 집을 가진 이는 올해 227만5440원을 보유세로 내야 한다. 2017년 보유세는 153만9240원, 2018년 보유세는 177만3600원이었다. 상도더샵1차 전용면적 84.99㎡짜리 집을 보유했다면 올해 보유세는 138만1248원이다. 국민연금에 30년간 가입한 이들이 받는 월 연금액(127만원) 약 한 달치는 세금으로 나간다는 뜻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까지 강화해버리면 연금생활자들과 같은 취약계층이 떠밀려 나갈 수 밖에 없다"면서 "보유세를 강화하더라도 1주택자, 그리고 이 중 현금흐름이 취약한 연금생활자들에 대한 예외 규정은 필요하다"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교과서대로 대답하면 세금을 많이 물리면 일시적으로 가격이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다시 수요와 공급에 걸맞은 시장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면서 "연금생활자가 감당하지 못해 내놓은 주택을 형편 있는 사람들이 되사면서 부의 편중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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