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하는 의사들] 스마트폰에 들어온 재활 의사 ‘링닥’
집에서 운동 가르치고 재활 과정 추적
오십견이나 회전근개 파열처럼 어깨가 아픈 환자는 치료와 함께 적절한 운동도 반드시 해야 한다.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어깨가 회복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반대로 운동이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어깨에 악영향이 갈 수 있다.
문제는 환자들이 어느 정도 운동을 해야 적절한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의사도 환자가 집에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있는지, 적절한 운동인지 알기 어렵다.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인 이성민 잇피 대표 역시 이 같은 생각을 했다. 집에서 환자들이 어떻게 운동해야 하는지 친절히 알려줄 수 있다면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이성민 대표는 지난달 26일 병원 연구실에서 만나 “정형외과는 보통 수술에만 집중하고 수술이 끝난 뒤 재활이나 기능을 빠르게 개선시키는 것에 대해선 좀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진료 시간도 짧고 운동에 대해 설명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 환자들에게 맞춤형 운동 방법을 제공할 수 있는 앱(app, 응용프로그램) ‘링닥’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어깨가 아픈데 왜 운동을 해야 하나.
“오십견은 어깨관절을 감싸고 있는 관절낭이 염증으로 굳어지는 질환이다. 정확한 병명은 동결견이다. 회전근개 파열은 어깨를 움직여주는 힘줄이 손상돼 찢어지는 질환이다. 두 질환은 환자가 극심한 어깨 통증을 호소할 수 있다. 두 팔을 머리 위로 들기가 어려울 만큼 말이다. 수술 후에 적절한 재활 운동을 거치면 팔 운동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어깨를 돌려 팔을 드는 각도가 그만큼 빨리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잇피는 무슨 뜻인가.
“잇피는 ‘정보통신기술(IT)’을 뜻하는 ‘잇’에 피지컬(physical, 신체)의 ‘피’를 붙여 지은 이름이다. 재활치료를 IT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런 이름을 지었다.”
–창립한 계기가 궁금하다.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재활 운동을 하면서 궁금한 점이 많다. 지금처럼 운동을 계속해도 무리가 되지 않는지, 통증이 있는 부위에 냉찜질이나 온찜질을 해도 되는지, 아플 때도 스트레칭을 해도 되는지 말이다. 하지만 대학병원 진료시간이 3~5분으로 짧아 자세한 설명을 하기 어렵다. 환자가 유튜브를 보고 운동을 따라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맞춤형으로 운동을 제안하고, 환자들이 실제로 운동을 규칙적으로 잘 하는지 모니터링 하는 앱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잇피를 창립하고 의사(doctor)와 환자 간 연결고리(ring)를 뜻하는 앱인 링닥을 개발했다.”
–링닥은 어떤 앱인가.
“링닥은 채팅을 통해 환자에게 운동에 대한 의견이나 운동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환자가 열심히 운동을 수행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살펴본다. 쉽게 말해 스마트폰 화면으로 운동 방법을 가르쳐주고 카메라로 환자가 제대로 따라 하는지 확인한다. 환자는 병원에서 본인의 상태에 대해 분석을 받는다. 그러면 의사는 그 결과값을 기반으로 환자에게 가장 잘 맞는 운동 프로그램을 링닥에 배정한다. 링닥은 환자에게 시기별로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운동할 때마다 기록이 남는다.”
–의사가 재활 운동을 조언하던 것과 다른 점은.
“예를 들어 한 환자의 관절 점수가 100점 만점에 80점이라 가정한다면 예전에는 그냥 ‘운동을 하라’고 조언했었다. 지금은 그 환자에게 잘 맞는 운동을 화면으로 보여주고 어깨를 얼마나 움직여야 하는지, 어떤 각도로 들어야 하는지 알려준다. 환자는 카메라에 비친 자기 모습을 화면으로 보면서 그 운동을 따라한다.”
–환자가 제대로 운동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
“링닥은 동작인식 인공지능(AI)이 자동으로 관절 위치를 명확하게 잡아준다. 이를 바탕으로 관절의 가동 범위를 AI가 계산한다. 이 기술을 현재 고도화하고 있다. 또한 추가로 센서도 적용하려고 한다. 아무리 AI라 하더라도 아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센서로 보조하려는 것이다. 그러면 관절 가동범위가 회복되는 것을 더 정확하게 분석할 것이다. 현재 AI를 통한 동작인식 기술과, 이를 바탕으로 한 재활 프로그램 연동 서비스에 대한 특허를 국내와 미국에 각각 출원했다.”
–환자가 운동을 했는지 안 했는지 의사가 알 수 있겠다.
“맞는다. 환자가 운동을 얼마나 규칙적으로 정확하게 했는지 남는다. 그러면 다음 외래 시간에 의사가 이 기록을 보고 환자가 적절한 운동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운동기록만 남는 것이 아니라 통증이나 회복 정도도 다른 환자 평균과 비교한다. 가령 60대 여성이라면 이 사람이 또래 여성들에 비해 각 건강데이터가 상위 또는 하위 몇 퍼센트인지 알려주고 해당 질환에 대해 기능 회복 속도가 남들보다 얼마나 빠르거나 느린지 알려준다.”
–링닥 데이터로 환자 맞춤형 재활도 조언할 수 있겠다.
“링닥 데이터를 보고 의사는 환자에게 운동이 너무 어려웠다면 쉬운 것으로, 너무 쉬웠다면 난이도가 있는 것으로 바꿔줄 수 있다. 링닥은 또한 각 환자에게 필요한 건강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회전근개가 파열된 분들의 대부분이 비타민 D가 부족하므로, 근육과 힘줄의 회복에 좋다고 알려진 비타민 D를 챙겨먹으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현재 경희대병원을 비롯해 국내 주요 중대형 병원 30곳에서 링닥을 사용하고자 한다. 또한 국내외 여러 의학자들이 링닥에 대해 자문을 해주고 있다.”
–환자들과 소통도 할 수 있나.
“그렇다. 환자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 사항에 대해 우리가 채팅서비스로 답변하고 있다. 또한 전날 운동을 열심히 한 환자에게는 ‘잘했습니다’, 운동을 거른 환자에게는 ‘어제 힘드셨는데 오늘은 함께 힘내볼까요’ 같은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환자들은 마치 집에서 의사와 함께 매일 운동을 하는 느낌이 들어 좋다고 한다.”
–링닥 효과를 실험으로 검증했다고 들었다.
“회전근개파열 후 봉합술을 받은 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약 6개월간 링닥을 테스트한 결과 사용성에 대한 검증을 완료했다. 수술 후 기능이 링닥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월등하게 빠르게 회복이 되고 통증이 빠르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기존 오십견 환자는 회복하는 데 수 개월에서 수 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링닥을 사용하면서 그 회복 기간을 수 배로 앞당길 수 있었다. 한 환자는 오십견 진단 후 링닥으로 2주간 운동을 했고, 2주 만에 팔을 번쩍번쩍 들기도 했다. 긍정적인 결과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나타나니, 환자들 스스로 만족할 뿐 아니라 우리도 링닥이 일상생활에서도 효과가 있음을 밝힐 수 있었다.”
–의사가 연구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나.
“대학병원에서 연구 목적으로 어떤 수술을 했을 때 어떤 게 더 효과가 빠른지 비교하는 도구로 링닥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제약사나 의료기기 회사에서는 특정 약품이나 의료기기를 썼을 때 어떤 게 더 효과가 좋은지, 기존 약이나 기기 대비 더 좋아지는지 데이터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링닥과 비슷한 앱이 있나.
“국내에서는 피트니스나 필라테스 목적으로 나온 것은 있다. 하지만 의사가 재활 목적으로 만든 것은 흔치 않다. 링닥은 전문성을 갖춘 의사가 재활 목적으로 만든 IT 플랫폼 서비스다. 임상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올 11월에 링닥의 정식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조만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료기기로 인허가 받을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앱을 만드는 곳이 여럿이다. 대표적인 업체가 힌지헬스(Hinge health)다. 미국과 유럽은 재활 앱 시장이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아무래도 국내보다는 의료 접근성이 낮다 보니 시장에서 수요가 많다. 우리도 향후 해외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이런 업체가 많기 때문에 동등성을 입증하면 빠르게 FDA의 인허가를 받을 수 있다.”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손목에 센서 하나만 차도 AI와 센서로 운동을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정형외과 뿐 아니라 다른 과 환자가 재활하는 데에도 링닥이 쓰이길 바란다. 뇌졸중, 유방암 환자가 수술 받은 후에도 어깨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어깨와 고관절, 무릎, 척추 등 전신 관절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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