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전 막차 타자" 장롱 속 청약통장 쏟아진다

허경주 2019. 9. 23.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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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시행 방침에 무주택자들이 묵혀뒀던 청약 통장을 앞다퉈 꺼내면서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인기 분양 단지의 평균 당첨 가점은 종전보다 10점 이상 높아진 60점을 훌쩍 넘어섰고, 최고 점수는 70점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분양한 동작구 사당3구역 '이수 푸르지오 더프레티움'은 1순위 해당 지역 평균 청약 경쟁률이 203대 1에 달했는데, 당첨 평균 가점 67점, 최고점은 79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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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거여동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 모델하우스에 인파가 몰려 방문객들이 줄지어 입장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시행 방침에 무주택자들이 묵혀뒀던 청약 통장을 앞다퉈 꺼내면서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인기 분양 단지의 평균 당첨 가점은 종전보다 10점 이상 높아진 60점을 훌쩍 넘어섰고, 최고 점수는 70점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새 아파트 진입 장벽이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다.

◇부쩍 높아진 당첨 가점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당첨자를 발표한 서울 송파구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 청약 당첨자 평균 가점은 61.5점, 최고 가점은 79점이었다.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전용 59㎡의 경우, A, B, C형 모두 당첨 커트라인이 69점을 기록했다. 비강남권에서도 ‘서대문 푸르지오 센트럴파크’의 평균 당첨 가점이 57.3점을, 최고 가점은 77점을 기록했다. 지난달 분양한 동작구 사당3구역 ‘이수 푸르지오 더프레티움’은 1순위 해당 지역 평균 청약 경쟁률이 203대 1에 달했는데, 당첨 평균 가점 67점, 최고점은 79점이었다.

앞서 부동산114가 분양가상한제 이슈가 불거지기 이전인 올해 상반기 투기과열지구 아파트 당첨 가점을 분석했을 때, 서울 지역 평균은 48점이었다. 불과 3개월 사이 당첨선이 10점 넘게 오른 셈이다. 청약 가점 만점은 84점으로, 4인 가족(부양가족 3인)이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 15년 이상(17점)을 모두 채워야 겨우 69점을 받을 수 있다. 만점을 받으려면 부양가족이 6명 이상 돼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무주택 기간이 짧은 30대나, 자녀가 2명 이하인 40대 중반은 인기지역 아파트 당첨 가능성이 사실상 낮다는 의미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요즘 서울 인기 단지는 청약 가점 70점도 안심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근 수도권 주요 분양단지 청약 현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쏟아져 나오는 청약통장

청약 가점 인플레 현상은 수도권으로 확대되고 있다. 경기 광명시 ‘철산역 롯데캐슬&SK뷰’는 최근 평균 당첨 가점이 55.6점을 기록했는데, 전용 70㎡와 84㎡의 당첨 커트라인은 각각 65점과 67점으로 60점을 넘어섰고 당첨 최고점은 74점에 달했다. 최근 분양을 완료한 인천 송도신도시의 송도국제E 더샵 센트럴파크 3차는 전용 80㎡의 당첨 최저점이 74점, 최고점이 79점, 평균 경쟁률 206.1대 1로 강남권 점수를 뛰어넘었다.

이 같은 현상은 분양가상한제 시행 전 내 집 마련 ‘막차’를 타려는 수요자들이 다투어 청약통장을 꺼내 들고 있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신축 아파트 공급이 줄어드는 한편, 운 좋게 상한제 적용 단지에 당첨되어도 강화되는 전매제한 기간(최대 10년) 탓에 환금성이 떨어질 거란 우려가 적지 않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국민 절반에 이르는 청약통장 보유자들이 잠들어있던 장롱 속 통장을 꺼내면서 경쟁률과 가점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기준 주택청약 종합저축 가입자(2,337만9,670명)는 7월(2,326만8,991명)보다 11만명이나 늘어나는 등 신규 가입자 수도 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6월 말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강화된 분양보증 심사 기준 적용으로 최근 분양 단지의 분양가가 낮아진 것도 청약 열풍의 원인으로 꼽힌다. 오는 24일부터 1순위 청약 접수를 시작하는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 아파트 ‘래미안 라클래시’는 84㎡ 평균 분양가가 16억6,000만원(3.3㎡당 평균 4,750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6억~7억원 가량 저렴해 평균 당첨 가점 수준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양 성수기인 가을철과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슈가 맞물려 청약 가점 인플레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mailto:fairyhkj@hankookilbo.com)

주택청약 종합저축 가입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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