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아파트 보유세 폭탄 예고.. 6월 기준일 전에 매물 쏟아질 듯 대출 많은 갭투자자도 매도 압박.. 양도세 중과 겹쳐 퇴로마저 막혀 여력있는 다주택자는 버틸 수도
최근 정부 규제로 집값이 하락하고 있고, 금융 부담 등으로 급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4월 발표될 아파트 공시가격 인상이 향후 부동산시장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6월 1일 보유세 과세 기준일 이전에 수억원의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거나 '증여'라는 카드를 쓸 수도 있고, 금리가 낮아 아직은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집주인은 올해 역시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1330만가구의 가격조사와 검증을 마치고 8일까지 전국 가격심의회의를 진행해 예정 공시가격을 정하고 있다. 4월 의견청취 후 최종 공시가격은 4월 30일 관보에 게시한다.
업계에서는 토지와 단독주택에 이어 고가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많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어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은 더욱 커질 예정이다.
실제 국토부는 지난달 12일 발표한 표준지 공시지가에서 ㎡당 시세 2000만원 이상 고가 토지의 공시가격 현실화를 공식화했다. 지난해 기준 단독주택의 현실화율도 평균 50% 안팎, 공동주택은 65∼70% 선으로, 아파트의 현실화율이 단독주택보다 높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앞서 정부가 발표한 표준 단독주택과 표준지 공시가격은 각각 9.42%, 9.13% 올랐고 강남은 20%나 올랐다"면서 "4월 아파트 공시가격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다주택자나 갭투자자들이 6월 이전에 급매물을 던질 것인지 아닐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많은 갭투자자, 고민 늘어날 듯
매년 부동산 소유자에게 부과되는 재산세의 과세기준일은 6월 1일이다. 올해부터 인상되는 보유세는 6월 1일 소유자 기준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다주택자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납부는 과세대상에 따라 7월과 9월에 납부하는데 종합부동산세 역시 6월 1일을 기준으로 12월에 납부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4월 아파트 공시가격을 발표하면 현금 여력이 있는 강남의 부자들은 버티겠지만 세금 부담이 큰 일부 다주택자의 경우 집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아파트 공시지가가 크게 오르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갭투자를 했던 다주택자들이 급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역전세난이 생기자 갭투자자들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집을 내놓는 경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공급물량이 쏟아지면서 투자 대비 수익률도 낮아지고 세금 부담도 높아지면서 갭투자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또 공시가격이 오르면 12월 종합부동산세에 포함되는 사람도 많아지고 3주택자 이상의 경우 세 부담이 매우 커 6월 이전에 주택을 처분하는 사람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일시적 다주택자의 경우 2년 이내에 기존 주택을 팔아야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서 "나이가 많아 은퇴한 사람의 경우 근로소득이 없어 집을 내놓는 사람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의 한 공인중개소도 "최근 정부가 전월세 신고 의무화에 대해 검토하고 있고, 임대소득 과세 양성화 등 추가적인 정책이 수면 위에 나오고 있다"면서 "은퇴 후 근로소득이 없는 다주택자들이나 피로감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급매물 쏟아지진 않을 듯
반면 공시가격이 발표되더라도 일부 급매물이 나올 가능성은 있지만 시장에 쏟아져 나올 정도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집값이 하락하고 있지만 아직 버틸 만한 수준이고 서울의 경우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남아 있어 다주택자들이 세금 부담이 커지더라도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급매물이 나오기 위해서는 높은 금리로 인한 이자부담이 한계에 몰려야 하는데 아직 금리가 낮아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뱉어내진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함 랩장은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를 반영하는 것인데 올해 실거래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매년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긴 힘들다"면서 "과세 부담이 매해 급증하는 것이 아니라면 서울의 투자가치가 있는 주요 지역 아파트가 매물로 쏟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고 싶어도 양도세 중과 때문에 퇴로가 막혔고 매수자도 매수 의지가 적어 거래 자체가 안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미 시장에서는 공시지가 인상이 선반영되고 있고 다주택자의 부담이 늘어나 급매가 늘긴 하겠지만 쏟아질 정도는 아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