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들의 재테크, 이것이 바로 창조경제의 실체다

이정환 기자 2016. 9. 18.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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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종잣돈 없이도 ‘무피 투자’, 대출은 초저금리, 세금은 가족기업으로, 무임승차는 기본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

세상에 그 실체를 종잡기 어려운 것 중에 하나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년 반 동안 떠들었던 ‘창조경제’다. 비슷한 종류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새 정치라든가, G20 정상회담으로 기대된다던 100조원 경제효과 같은 것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건 사람들이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다. 박근혜 정부의 장관들과 청와대 가신 그룹의 재테크를 들여다 보면 아하, 이것이 바로 ‘창조경제’구나, 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된다. 미디어오늘이 박근혜 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재테크 노하우를 분석해 봤다.

종잣돈 없이도 대출+전세 끼고 ‘무피 투자’

이준식 교육부 장관은 종잣돈 없이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버는 혁신적인 재테크 기법을 소개한 바 있다. 2006년에 서울 서초동에 있는 전용면적 38.8평방미터 크기 오피스텔을 2억2000만 원에 사들이면서 전 주인의 은행 대출 1억2000만 원을 넘겨 받고 보증금 1억 원짜리 전세계약을 체결하면서 돈 한 푼 들이지 않았다. 피 같은 내 돈을 쓸 일 없는 이른바 ‘무피투자’다.

▲ 이준식 교육부 장관. 포커스뉴스.

이 장관은 이 오피스텔의 보증금을 2015년 12월 기준으로 2억4000만 원까지 두 배 이상 끌어올렸다. 이 장관 부부는 이 건물에 오피스텔을 한 채 더 갖고 있는데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가 110만 원에 이른다. 그리고 자양동에도 오피스텔이 한 채 더 있고 신정동에도 아파트를 한 채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네 채로 얻은 시세차익은 10억 원에 육박한다.

아파트값 98%를 대출로, 금리는 1.8%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에서 전자결재로 임명을 강행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준식 장관과 비교하면 한 수 위다.

김재수 장관은 2001년 경기도 용인의 290평방미터 크기 아파트를 4억6000만 원에 샀는데 이는 1년 전 분양가보다 2억1000만 원 가까이 싼 것이다. 비결이 뭘까. 뒤늦게 논란이 됐던 건 김재수 장관이 당시 농림부 농수산물유통국장이었는데 그 아파트가 하필 CJ건설이 지은 아파트였기 때문이다. 식품관련 사업을 하는 모회사 CJ의 입김이 있었을까.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숱한 의혹만 제기됐을 뿐 구체적인 재테크 비결은 공개되지 않았다.

▲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포커스뉴스.

더욱 놀라운 건 4억6000만 원 중에 4억5000만 원을 농협에서 대출 받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아파트 한 채를 사는 데 들인 돈은 1000만 원 밖에 안 된다. 2001년 시중 은행의 대출 금리는 8% 수준이었는데 김 장관이 받은 금리는 1.8%였다. 농림부 국장이라 농협에서 특혜를 준 것일까. 터무니 없이 낮은 금리도 의문이지만 농협이 통상적인 담보 비율을 적용하지 않은 이유 역시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김 장관이 5년 뒤에 이 아파트를 8억7000만 원에 팔아 3억7000만 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사실이 화제가 됐을 뿐이다.

살던 집 비싸게 팔고 값싼 전세로 갈아타기

2007년부터 2014년까지 300평방미터 크기 아파트에 전세 1억9000만 원에 거주했다는 사실도 믿기 어렵다. 주변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이기도 했지만 7년 동안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물론 아무나 흉내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인사청문회에서는 이 아파트가 한 해운중개 업체 소유인데 거래하는 해운업체에 농협이 거액의 대출을 해준 시점과 김 장관의 아파트 입주 시점이 같다는 게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역시 의혹 수준에 그쳤고 박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챙길 수 있는 혜택은 일단 챙기고 본다

“있는 놈들이 더 한다”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준식 장관과 김재수 장관은 통하는 데가 있다. 둘 다 푼돈을 아끼는 사람들이다.

이준식 장관의 둘째 딸은 지난 2008년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했는데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여러 차례 건강보험을 이용해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금액은 크지 않았지만 명백한 외국인이 보험료도 내지 않으면서 무임승차를 한 것이라 문제가 된다.

이 장관의 부인 명의로 두 딸의 학자금 대출을 받았는데 무이자 조건이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수십억 원 규모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무이자로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면 일단 받고 본다는 계산이었을까. 무려 14차례에 걸쳐 7397만원을 대출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십억 자산에도 어머니는 빈곤층

김재수 장관은 어머니가 빈곤층 의료 혜택을 받은 게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의료급여 대상자가 되면 무상 의료에 가까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김 장관의 경우는 부모가 일찍 이혼을 했고 어머니와 별다른 왕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뒤늦게 김 장관의 동생이 어머니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해 의혹을 더했다. 김 장관의 어머니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는 차상위 의료급여 수급자였고 2009년부터는 본인부담 경감 대상자로 지정돼 10년 동안 2500만 원 상당의 의료비 지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이혼한 어머니를 부양할 의무는 없지만 도덕적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조윤선의 화수분 재테크, 돈이 돈을 번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13년 여성가족부 장관 인사청문회 때와 비교하면 올해 8월 기준으로 부부 합산 재산이 5억1000만 원 늘었는데 이 기간 동안 두 사람의 소득이 23억4000만 원에 이른다. 조 장관은 18억3000만 원을 어디에 썼는지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1년에 5억 원을 생활비로 썼다는 언론 보도에 조 장관은 “해외유학 중인 자녀에게 보낸 돈과 납부한 세금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실제로는 한 달 부부 생활비가 2000만 원 정도”라고 해명했다.

▲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포커스뉴스.

조 장관은 아파트 두 채로 27억 원을 벌었다. 1998년 3억2500만  원에 산 서울 반포동 아파트를 지난해 3월 23억8000만 원에 팔았다. 1998년 1억4100만 원에 산 반포동의 다른 아파트는 2006년 8억4000만 원에 팔았다. 첫 번째 아파트는 2008년까지 거주하다 전세로 내놓았고 두 번째 아파트는 아예 거주한 적이 없다.

쓰는 속도보다 늘어나는 속도가 빠른 이른바 ‘화수분 재테크’. 조 장관 부부의 자산은 2013년 기준으로 46억9739만 원으로 고위 공직자 가운데 1위였다. 그런 조 장관이 4년 전 한 방송에 출연해 과거 템플 스테이 체험을 이야기하면서 “무소유의 즐거움이 이런 거구나”라고 한 말이 뒤늦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욕 먹으면 어때? 맥쿼리 투자로 돈 번 대법관

이밖에도 2015년에 임명된 이기택 대법관은 한탕을 노리기 보다 차곡차곡 분산 투자를 해서 성공한 경우다. 1999년에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5억7149만 원에 샀는데 최근 시세는 16억 원을 웃돈다. 2009년부터 4년 동안 맥쿼리 펀드에 4억여 원을 투자해 2013년에 전량 매각해 1억4779만 원의 시세차익을 얻기도 했다. 4년 동안 배당 이익도 1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는 주식시장에 상장된 펀드로 투자 자체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특혜와 ‘먹튀’ 논란이 있던 펀드에 투자한 것은 대법관 후보로서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 대법관은 삼성카드 전환사채 투자로도 큰 재미를 봤다. 가뜩이나 격무에 시달리는 부장판사 시절 주식에 투자할 여유가 있었느냐는 비판도 있었다.

한국은행 총재의 저축은행 분산 투자

2014년에 임명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탁월한 포트폴리오 전략을 선보인 바 있다. 저축은행 사태가 한창이던 2011~2012년 본인과 부인 명의로 7개 저축은행에 8개 계좌를 두고 대부분 5000만원 미만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금자보호법의 원금 보호 한도를 고려해 분산 투자하는 전략이다.

아는 만큼 번다, 황교안 재테크

‘꼼수 재테크’로는 황교안 국무총리를 빼놓을 수 없다. 검찰에서 물러나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옮겨가 16개월 동안 15억 원을 벌어들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지만 놀라운 것은 이 종잣돈을 불리는 수상쩍은 재테크 기법이었다. 황교안 총리의 부인 최아무개씨의 재산이 2007년 2300만 원에서 2013년에는 6억5179만 원으로 늘어났다. 특히 2년 만에 3억 원 이상 예금 잔고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으나 구체적인 내역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드러난 몇 가지 사실만 살펴봐도 황 총리가 얼마나 꼼꼼하게 재산을 관리해 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 황교안 국무총리. 포커스뉴스.
지난해 3월 황 총리의 딸이 결혼을 했는데 결혼을 앞두고 두 달 전 딸이 예비 사위에게 1억2000만 원을 빌려준 사실이 논란이 됐다. 황 총리가 딸에게 증여를 하고 이 돈을 빌려주는 형식으로 증여세를 줄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렇게 해서 아낀 세금이 450만 원이다. 푼돈일 수도 있지만 황 총리의 세심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역시 검사 출신에 법무부 장관을 지낸 사람이라 고급 정보에 밝다는 평가다. 2012년 황 총리 아들의 잠원동 아파트 전세 보증금 3억 원도 편법 증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지만 역시 제대로 된 해명은 없었다.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에는 50만 원 이상 업무추진비를 쓸 경우 접견 또는 격려 대상의 인적 사항을 제출하도록 한 규정을 피하려 49만 원씩 결제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과거 성남지청장 시절 2중으로 소득공제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논란이 되자 부랴부랴 환급 조치를 하기도 했다.

페이퍼 컴퍼니면 어때? 가족 기업이라는 탈세의 마법

‘변칙 재테크’로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단연 돋보인다. 몰래 변론이나 아들 꽃보직 논란 등도 있었지만 가족 기업을 통한 세금 탈루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우 수석은 부인과 세 자녀들이 소유하고 있는 정강이라는 기업을 통해 차량 유지비를 비롯해 여비교통비, 복리후생비, 통신비 등 가족 생활비 일부를 정강의 업무 비용으로 떠넘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 수석 부인 이아무개씨는 개인 소유 부동산만 50억 원이 넘고, 현금만 131억 원에 이르는 자산가다. 이씨가 보유한 채권이 163억 원 규모인데 이 가운데 75억 원이 정강에 빌려준 돈이다.

▲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연합뉴스.
재산이 많으면 당연히 금융소득이 발생하게 되고 세금을 내야 하는데 무이자로 가족기업에 빌려주고 가족기업에서 발생한 소득은 배당으로 받으면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법인세는 누진세가 아니고 비상장 기업이라 장부상 기업가치도 낮게 잡힌다.

회사 차가 내 차, 세금도 회사가 대신

우 수석은 사무실도 직원도 없는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부동산을 우회 소유하고 세제 감면 혜택을 누려온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를 구입하더라도 정강 명의로 구입하면 구입 비용은 물론이고 유류비와 수리비 등에서 절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법인 차량을 개인적인 용도로 썼다면 명백한 배임이 된다. 우 수석 자녀들의 등하교길에 이 차량을 이용했다는 증언이 나온 데다 심지어 우 수석 가족의 통신비를 정강에 떠넘긴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처가 소유의 부동산을 넥슨에 1326억 원에 팔아넘긴 것도 이번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침체로 2년 넘게 안 팔리던 강남역 인근의 건물을 후배 진경준 전 검사장의 주선으로 떠넘긴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로 넥슨은 2년 뒤에 20억 원 이상의 손해를 보고 이 건물을 다시 매각한다. 인맥과 권력을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법적으로는 뇌물수수 범죄가 된다.

권력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특혜와 편법, 교도소 담장위를 걷는 변칙 재테크

물론 아무나 우 수석처럼 재테크를 할 수는 없다. 우 수석은 수백억 원 규모의 상속을 받은 데다 전관예우를 극대화해 종잣돈도 충분했다. 지난해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우 수석은 409억원을 신고, 압도적인 1위를 굳혔다. 그러나 우 수석의 재테크는 아슬아슬 교도소 담장을 걷는 것으로 만약 검찰 수사가 제대로 된다면 옷을 벗고 실형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준식 장관이나 김재수 장관도 마찬가지다. 인사청문회에서 입증하는 데 실패했을 뿐 직위를 이용해 부당한 특혜를 받았다면 역시 불법행위다. 황교안 총리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제대로 검증이 됐다면 그 자리에 앉아있기 어려운 사람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법인카드 유용 논란이나 김진태 검찰총장의 삼성 떡값 의혹도 이 정부의 수준을 가늠하게 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신출귀몰한 재테크의 귀재들이 정작 국정 운영에서 별다른 창조적인 성과를 만들지 못하는 건 국정 운영은커녕 제 한 몸도 지키기 어려울 정도로 편법과 탈법으로 살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권력을 쥐고 있으니 아직 버티고 있을 뿐, 교도소가 차라리 어울릴 사람들이 실체 없는 창조 경제를 논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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