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 본 10년 후 서울

2011. 4. 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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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뜰 '제2의 강남'은 어디?

10년 전 서울을 떠올려 보자. 비즈니스의 중심지는 종로·을지로였고 삼성·현대(차)그룹 본사는 태평로·계동에 있었다. 일산이 주목받았고 분당이 뜨기 전이었다. 테헤란밸리는 태동 초기였고 타워팰리스는 지어진 지 갓 1년이 지난 때였다.

그러나 지금 비즈니스·주거의 중심지는 강남이다. 그 사이 서울의 부(富)가 대거 남동쪽으로 이전한 것이다. 불과 10년 동안에 벌어진 일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10년 뒤 서울에선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강남이 지금처럼 프리미엄을 유지할까. 흙 속에 묻힌 진주가 탄생할까. 남보다 한발 먼저 움직이는 당신을 위해 2020년 서울의 모습을 미리 그려보았다. 도시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도 같다. 천년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바위가 아니라 1년, 10년이 다르게 변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지각변동, 화산 폭발, 해수 온도의 변화처럼 사람의 힘이 전혀 미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도시는 사람이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큰 그림을 그리면 그 그림에 맞춰 민간의 작은 사업자들이 또 작은 그림을 함께 그린다. 따라서 정부 정책, 민간의 움직임, 그리고 주택 수요자들의 움직임을 토대로 미래의 실마리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용산·강남 두 축이 경쟁할 것

서울의 가장 큰 그림을 보면 10년 뒤에는 강남 집중화가 용산·강남의 두 축으로 나눠지게 된다. 정책적으로도 서울 동남쪽에 편중된 도심을 분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서울의 모든 지역에서 강남으로 출근하는 행렬이 줄을 잇다 보니 엄청난 교통 체증이 생겨나는 것이다. 출근 전쟁을 피하기 위해 강남에 집을 얻으려다 보니 강남의 집값만 기형적으로 올랐다.

서울시는 용산(용산구)을 통해 동서남북의 균형추를 맞추려고 하고 있다. 한경비즈니스가 10년 뒤 서울에서 가장 주목받을 곳을 전문가 9명에게 설문 조사해 본 결과 용산이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그 이유로 단순히 국제업무지구를 개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강르네상스, 미군기지 공원화 등의 사업을 통해 강남 이상의 주거 프리미엄까지 제공하는 것을 들고 있다. 한강이 여의도를 감싸고 흐르는 곳에 자리 잡은 용산은 지리적으로 부자들이 선호하는 명당인 데다 남산~미군기지 이전지~한강까지 이어지는 '그린 웨이'가 '녹색 프리미엄'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다. 세계적으로 부자들이 강변을 선호한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교통 조건도 강남에 비해 우수하다. 공항철도로 인천공항까지 연결되고 서울역과 함께 KTX가 출발하는 곳인 데다 강변북로와의 접근성도 좋다. 대(對)중국 터미널까지 연결되면 경기 서북부를 비롯해 중국 동부까지 아우르는 국제 중심지로 떠오르게 된다.

슬럼화·양극화 더욱 심해진다

그렇다고 강남(강남구·서초구)이 지는 것은 아니다. 강남은 여전히 프리미엄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10년 뒤에는 서울의 중심이 아니라 경기 남부를 아우르는 지역의 중심으로 우뚝 선다는 것이다.

2014년 KTX 수서역 개통,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통과, 판교 테크노밸리 성장, 보금자리주택의 중심지 등이 그 이유다. 이미 형성된 학군 특수 등 기존 거주민들이 누리는 프리미엄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강남의 프리미엄은 송파구·성수동 일대까지 넓어질 전망이다.

큰 그림은 그려졌지만 이는 계획대로 착착 진행될 때의 얘기다. 2008년 이후 모든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거의 개점휴업 수준이다. 원자재 가격은 오르는데 신규 분양 가격을 높일 수 없으니 채산성이 맞지 않아 재개발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민간 플레이어들(공급자들)은 재개발 대신 다른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 자산 가격 상승으로 시세 차익을 보는 재테크가 사라지고 월세 등의 임차료를 받는 현금 창출형 재테크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주택 수요자들은 자산 가격 메리트가 없어서 집을 사지 않고 주택 소유자들도 재개발을 포기하고 임대 수익으로 돌아섰다. 실제로 최근 재개발 예정지에서는 기존 주택을 부수고 소형 원룸으로 바꾸는 일이 크게 늘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 노후된 지역을 정비하지 못해 슬럼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한편 서울에 대한 다소 우울한 전망도 있다. 도시의 양극화다. 향후 도시의 경쟁력은 지식 경제 산업을 얼마나 유치하느냐에 달려 있다. 고소득 전문직이 살 수 있는 쾌적하고 매력적인 도시 환경이 진행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인구를 줄이고 교통을 억제해야 한다.

반대로 잠잘 곳이 필요한 저소득층은 도시 개발이 이뤄질수록 외곽으로 가거나 집을 좁혀가야 한다. 서울도 뉴욕처럼 취업·학업을 위해 상경한 1인 가구가 살 소형 주택이 품귀 현상을 빚으며 임차료가 천정부지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형 아파트보다 소형 원룸 등의 가격이 급속하게 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의 모습이 바뀌면서 재테크의 패러다임도 함께 바뀌는 것이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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