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냉해·가뭄에 농작물 피해.. 애그플레이션 비상
한국의 최대 채소류 수입 원산지인 중국 산둥성은 최근 0~10도의 낮은 기온 때문에 작황이 아주 안 좋다. 봄철에 때아닌 냉해로 현지 채소 가격이 급등했다. 물론 한국에 수입되는 가격도 20%가량 상승했다. 이보다 북쪽인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는 지난 23일 아침 영하 12도까지 떨어지면서 콩과 보리를 재배하는 농지가 냉해와 동해(언 피해)를 입었다.
반면 인도에서는 가뭄으로 사탕수수 작황이 부진을 겪어 최근 설탕 값이 급등했다. 뉴델리 등 일부 지역은 40도가 넘는 폭염을 기록하면서 농작물이 말라버리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필리핀 등 아시아 곳곳에서 냉해나 가뭄 등 이상기후로 인한 '애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산물 값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말한다. 애그플레이션은 지난해 중국과 인도의 곡물 소비 증가와 옥수수 등을 바이오연료로 활용하는 에너지정책 등으로 인해 부각된 바 있다. 하지만 봄철 이상기후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애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식탁 물가는 연일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세계이마트에서 양파 8개 가격은 지난해 4월 30일 3280원에 팔리던 것이 이달 29일 기준으로 5180원까지 올랐다. 무려 57.9%가 상승한 셈이다. 무 가격은 1280원에서 13.2% 오른 1450원이다.
과일 역시 오름세다. 딸기 1㎏ 가격은 지난해 6980원이었지만 올해는 이보다 28.6% 오른 8980원에 거래되고 있다. 수박 1통 가격도 지난해 1만1500원에서 11.3% 상승한 1만2800원이다. 수산물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국민 생선으로 꼽히는 갈치는 한파로 어선이 조업을 나가지 못하게 되면서 물량이 태부족한 상황이다. 어획하자마자 급속도로 냉동한 선동갈치(330g) 값은 5980원으로 1년 전 3980원에 비해 50%가량 상승했으며, 올해 초 4980원에 비해서도 20%가량 올랐다.
방문규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유통정책관은 "농산물 재배에서 기후가 가장 중요한데 올해는 작황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면서 "당분간 농산물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소비 패턴을 변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도 심각성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일 일조량 부족을 농업재해로 인정하는 등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현행 농어업재해대책법상 일조량 부족은 농업재해를 유발하는 열거된 사유가 아니지만 새로 인정받았다.
현행 농어업재해법은 가뭄이나 홍수, 냉해, 우박, 서리, 병충해 등을 농업재해로 거론하고 있지만 일조량 부족은 처음이다. 특히 동해를 겪은 복분자에 대해 농식품부는 29일 재해 결정을 내렸다.
향후 농산물 가격 상승 가능성에 대해 당분간은 지속되지만 심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화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냉해로 인해 곡물 공급이 불안한 데다 투자자금이 이미 가격이 오른 원자재 시장에서 곡물 시장으로 점차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행히 국제 곡물가는 약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원당 가격은 상당폭 하락했고, 옥수수 원맥 대두 등 가격도 소폭 하락세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발 경제위기로 국제 곡물시세가 최근 2~3일 약보합세에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광 농촌경제연구원 채소관측팀장은 "배추나 무, 대파 등 채소 가격도 작년 같은 달보다 110~150% 올랐지만 노지 봄채소가 본격 수확되는 5월 말에는 가격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용어 설명
애그플레이션 =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단어로 농산물 공급 부족으로 농산품을 포함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것이다.
[김병호 기자 / 최승진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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