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선진국 농업협동조합은 어떻게 운영되나

2009. 10. 21. 04: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농협 개혁 이번에는? ◆

선진국의 농업협동조합들은 세계 경제 변화에 대응해 지속적 조직혁신을 추구했다. 특히 까르푸,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이 확대되면서 보다 효과적으로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혁신을 거듭했다. 그 특징은 전통적인 협동조합보다 규모화하고, 기업적 경영을 강화하는 새로운 형태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 협동조합 모습은 최근 제기되고 있는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신경분리)라는 농협 개혁 과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日, 합병으로 지역농협 수 절반으로 줄여

일본의 농협은 지역농협이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함께 수행하고 있는 종합농협체제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농협과 가장 유사한 형태라 할 수 있다.

다른 선진국의 경우 농협이 경제사업만 수행하고, 신용사업은 협동조합은행이 담당하고 있다. 일본 농협은 기초조직 중 하나로 농업인이 조합원으로 가입한 지역농협이 있다. 일본 지역농협은 우리나라 지역농협처럼 행정구역 단위로 위치하고,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모두 수행하는 종합농협 체제다. 경제 환경 변화에 대응해 일본 지역농협은 지속적으로 합병을 추진해 2000년에 1411개였던 것이 현재는 740개로 통합, 규모화했다. 일선 농협은 종합농협이지만 이후 현 단위 이상에서는 사업별로 분리된 연합회 조직을 갖고 있다는 점이 우리 농협 체제와 다르다.

교육 지도사업을 담당하는 조직으로는 전국농협중앙회(전중)가 있고, 경제사업을 담당하는 전국농협연합회(전농)가 있으며, 신용사업은 농림중금이 담당하고 있다. 또 공제사업에 대해서는 공제련이 연합체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 농협중앙회는 이 모든 사업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전농은 '전농청과센터' 등과 같은 다양한 자회사를 두고 판매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현연합회를 전농 현 본부로 통합하고, 현 본부의 사업장은 자회사화해 지역농협의 경제사업과 공동출자해 통합하는 추세다.

지역농협의 신용사업에 대한 예금자보호 같은 중앙은행 역할은 농림중금이 담당하고 있다. 농림중금은 지역농협이 출자한 금융기관으로, 최고의 자본금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농림중금이 국제 금융에서 대규모 손실을 내자자 정부의 공적자금을 받지 않고 지역농협이 배당률 낮은 후배출자 1조엔을 출자해 자본건전성을 유지하기도 했다. 지역농협 예수금의 50% 이상을 예치받아 운용 수익을 극대화해 주는 것이 농림중금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美, 썬키스트연합회 로열티 수입 막대

서구의 협동조합은 경제사업을 담당하는 농업협동조합과 신용사업을 담당하는 농협은행으로 분리돼 있다. 경제사업을 담당하는 대표적인 농업협동조합으로는 미국의 썬키스트, 네덜란드의 그리너리, 뉴질랜드의 제스프리 등을 들 수 있다. 농협은행으로는 프랑스 크레디아그리콜, 네덜란드의 라보뱅크, 캐나다의 데자뎅 등이 있다. 오렌지 관련 브랜드 '썬키스트'를 갖고 있는 썬키스트농협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애리조나주 오렌지 재배농가 6000여명의 농가가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판매 농협이다. 조합원인 농가는 먼저 지방출하조합 28개를 결성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17개 지구 거래소와 1개의 연합회 조직이 구성돼 있다. 썬키스트연합회가 자회사로 썬키스트 주스 가공공장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철저하게 사업 이용에 비례해 권리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출하량이 많은 농가는 투표권이 더 많이 부여되며, 그에 비례해 출자 의무도 부여하고 있다. 엄격한 품질관리로 썬키스트 브랜드를 관리해 세계적으로 많은 로열티 수입을 올리고 있다.

네덜란드 그리너리는 1996년에 9개 경매농협이 하나로 합병해 만든 원예작물 중심의 판매농협이다. 소비시장이 대형유통업체 중심으로 재편되는 여건 변화에 대응해 경매 거래를 폐지하고 도매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합병한 농협이다. 의사결정은 협동조합 방식이지만 사업은 자회사인 주식회사 그리너리가 담당하고 있다. 시장 및 고객 지향적 혁신을 추구해 효율적 물류업체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대형슈퍼마켓의 재고관리 프로그램과 연계돼 자동으로 수·발주하는 협력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매출액이 약 20억유로(3조2000억원)에 이르는 거대 협동조합 기업으로 성장했다.

골드키위로 잘 알려진 뉴질랜드 제스프리도 규모화된 판매협동조합이다. 키위 수출 확대를 위해 1988년에 수출 단일창구 마케팅보드를 설립했다. 그러면서 '제스프리'라는 브랜드를 개발했다. 농가 회원으로 구성된 마케팅보드가 100% 소유한 자회사로 제스프리주식회사를 1977년에 설립해 수출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엄격한 품질관리와 재배이력 관리로 '제스프리 브랜드는 믿을 수 있다'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의 농산물판매농협은 시장에서 강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 규모화하고, 엄격한 품질관리를 위해 농가의 책임을 강화하며, 기업적 경영을 위해 사업조직을 자회사화한 협동조합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분산돼 있는 농협을 연합체로 통합해 규모화하면서 동시에 조직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세계적 협동조합은행으로는 금융기관 순위 5위 이내에 있는 프랑스 크레디아그리콜과 네덜란드 라보뱅크가 있다. 협동조합은행의 일반적 운영 형태는 지역별로 분할된 지역농협은행이 여수신 역할을 담당하고, 자금운용 역할은 지역농협은행의 중앙은행 격인 전국본부가 다양한 자회사를 둬 담당하는 구조다.

전국본부는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직접 예수금을 조달하지 않기 때문에 지역농협은행과 경합관계를 형성하고 있지 않다. 우리 농협중앙회가 직접 은행업을 수행해 지역농협과 경합관계를 갖고 있는 것과는 다른 구조다. 대표적인 사례로 그린은행을 표방하고 있는 프랑스 크레디아그리콜(CA)의 운영 실태를 살펴보자.

초기에는 조합원을 농가만으로 한정했으나 농촌 사회가 변하면서 지역주민에게까지 확대해 지역협동조합은행으로 성격을 전환했다. 그렇지만 이사회 이사의 다수를 농가가 점유해 농업은행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CA의 조직구조를 보면, 2573개 지방은행이 조합원으로 참여한 39개의 지역농업은행이 있고, 이 지역농업은행들이 중앙은행인 크레디아그리콜SA(CASA)을 소유하고 있다. 지역농업은행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역할을 많이 수행하고 있어 지역적 기반이 강하다.

CASA는 지역농업은행의 페이퍼컴퍼니인 SAS가 출자해 소유하고 있다. 지역농업은행은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전국협의회(FNCA)를 설립하고 있는데, 이 FNCA가 CASA의 지주회사인 SAS를 대표해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

CASA는 원래 100% 지역농업은행이 소유한 협동조합 중앙은행으로 비상장 협동조합은행이었다. 자회사로 국제금융을 하는 엔도수에즈은행, 보험회사인 르프레디카, 자산운용사인 CAAM 등의 자회사를 설립해 지역농업은행이 하지 못하는 부문을 보완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2003년에 대표적 상업은행인 크레디리요네(LCL)을 인수하기 위해 기업공개를 해 100% 소유 구조는 변화됐으나 54%의 절대적 지분을 FNCA가 소유해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네덜란드 라보뱅크는 주식회사로 전환하지 않고 협동조합 형태를 유지하는 차이가 있다.

CASA가 LCL을 인수해 지역농업은행과 경합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지역농업은행이 튼튼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어 추가 출자가 가능해 지난해 같은 금융위기에서도 CASA가 정부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지 않고서도 자본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협동조합으로서의 자율성과 정체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황의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27호(09.10.21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모바일로 읽는 매일경제 '65+NATE/MagicN/Ez-I 버튼'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