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한선수 등 번호만 바라봐야 했던 황승빈, 챔프전에서 천하의 유광우, 한선수를 모두 잡았다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오랜 기간 웜업존에서 한선수의 등번호 ‘NO.2’를 바라만 봐야했다. 이따금 백업 세터로서 기회를 부여받을 뿐이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했더니 ‘삼성화재 왕조’를 이끌었던 유광우가 백업 세터로 자리잡고 있어 ‘제3 세터’로 밀렸다. 그렇게 서른살까지 백업 세터로 지내야 했던, 이제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단 1승을 남겨놓은 현대캐피탈의 당당한 주전 세터 황승빈(33) 얘기다.
이제는 좀 정착하나 싶었지만, 그에겐 또 트레이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주전 세터 황택의가 입대해 주전 세터 자리가 공백이 된 KB손해보험과 우리카드가 트레이드를 시도했고, 한성정과 자리를 맞바꿨다. 하지만, FA로 영입한 나경복까지 군에 입대한 상황이라 KB손해보험의 전력은 그리 좋지 않았고 최하위라는 성적을 받아들어야 했다.
‘저니맨’ 생활이 이제는 좀 멈출 듯 하다. 현대캐피탈 이적 후 황승빈은 날아올랐다. 세터에게는 최고의 재료가 가득했다. 역대 최고의 외인으로 꼽히는 레오(쿠바)에 토종 넘버원 공격수로 거듭난 허수봉, 신펑(중국)과 전광인까지 양날개에 빼어난 공격수들이 많았고, 속공 활용을 좋아하는 황승빈에게 최민호와 정태준까지 있었다.
챔피언결정전 상대는 황승빈의 데뷔팀이자 가장 오랜 기간 뛰었던 대한항공. 지난달 21일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이왕이면 챔프전에 데뷔인 대한항공이 올라왔으면 좋겠다. 내가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던 황승빈에겐 기다리던 팀이었다. 게다가 대한항공은 역대 V리그 최고의 세터를 꼽으라면 두 손가락에 손꼽힐 한선수와 유광우가 버티고 있다.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1차전은 유광우, 2차전은 한선수에게 오롯이 경기 운영을 맡겼지만, 모두 세트 스코어 1-3으로 패배했다. 이는 곧 황승빈이 유광우와 한선수를 모두 잡았다는 의미다.
신인 시절부터 오랜 기간 웜업존에서 바라만 봐야 했던 한선수와의 맞대결이라 감회가 남다르진 않았을까? 황승빈은 “대한항공과 챔프전을 준비할 때부터 주변에서 그런 얘기를 많이 듣긴했지만, 감상에 빠지지 않으려 했다. 최대한 그런 쪽ㅇ느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서 별다른 감정은 들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어쨌든 팀이 승리했기에 모양새만 놓고 보면 황승빈이 천하의 유광우, 한선수를 차례로 이긴 셈이 된다. 약간 도발적인 이야기를 기대하며 질문을 던지자 황승빈은 배시시 웃으며 “이번 챔프전에서 제 경기력이나 플레이가 썩 만족스럽진 않지만, 챔프전은 이기는 팀이 잘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광우형과 선수형을 이겼다고 생각하면 영광이고 뿌듯하긴 하다. 그래도 아직 많은 분들이 그 두 형에게 황승빈은 아직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언젠가는 누구라도 인정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천안=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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