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삼성→우카→KB→현캐…저니맨에서 1위 팀 복덩이로, 그런데 왜 은퇴까지 각오했나 "좋은 성적 못 냈으니까"
[마이데일리 = 이정원 기자] "이번 시즌에도 증명하지 못하면 은퇴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시즌을 준비했어요."
이제는 당당한 정규리그 1위 팀의 주전 세터지만, 그 이전까지는 여러 팀을 옮겨 다닌 황승빈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시즌을 준비했다.
지난 21일 호텔 리베라 청담에서 진행된 도드람 2024-2025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황승빈은 필립 블랑 감독과 팀의 대표 선수로 미디어데이에 참석했다.
황승빈은 인하대 졸업 후 2014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었다. 한선수의 그늘에 가려 주전 세터로 뛰지 못한 황승빈은 2020-2021시즌이 끝난 후 삼성화재로 트레이드 됐다. 이후 매년 팀을 옮기는 선수가 되었다. 2021-2022시즌 삼성화재 주전 세터로 활약했지만 우리카드로 트레이드, 우리카드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KB손해보험으로 이적했다. KB손해보험에서 한 시즌을 치른 황승빈은 또 올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다. 4년 연속 트레이드라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하게 됐다.
누군가는 저니맨이라고 하지만, 황승빈은 또 한 번의 이적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데뷔 후 최고의 활약으로 현대캐피탈 정규리그 1위 등극에 큰 힘이 됐다. 33경기에 나와 세트당 평균 10.554세트를 기록했다. 현대캐피탈이 V-리그 역대 최다 승점, 역대 4번째 30승 고지를 밟는 데 있어 황승빈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황승빈은 "사실 첫 이적 빼고는 어려운 건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선수들을 만나고, 여러 팀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어 나에게는 큰 자양분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사실 트레이드가 계속됐는데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현대캐피탈 합류하고 나서 속으로 다짐한 게 있다. '이번 시즌에도 증명하지 못하면, 은퇴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당장 은퇴한다는 게 아니지만, 특별한 성적을 내지 못하면 은퇴할 수 있다는 생각,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시즌을 치렀다"라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은 화려한 공격 라인을 자랑한다. 정규리그 MVP 후보로 거론되는 레오라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즈(등록명 레오)와 허수봉이 있고, 신펑 덩(등록명 신펑)도 있다. 베테랑 미들블로커 최민호와 잠재력을 폭발한 정태준도 있다. 정규리그에서도 이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했다.
황승빈은 "챔피언결정전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각오와 마음을 가지고 해야 한다. 정규리그를 잘 했던 것처럼, 그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자 한다"라고 했다.
KB손해보험과 대한항공 모두 인연이 있다. 대한항공은 황승빈의 데뷔 팀이며, KB손해보험은 직전 시즌 뛰었던 팀이다.
황승빈은 "두 팀 모두 나에게 의미가 특별하다. KB손해보험에는 지난 시즌 함께 했던 동료들이 많이 있고, 대한항공은 내 배구 인생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팀이다. 친정팀을 만나 내 손으로 내 힘으로 현대캐피탈을 우승으로 이끌고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
수련선수 출신 세터 이준협과 함께 대한항공 한선수, KB손해보험 황택의와 싸워야 하는 황승빈은 "준협이는 어린 나이임에도 차분하게 경기를 잘하고 있다. 생각을 많이 한다. 서로 좋았던 부분을 공유하며 힘을 내려 한다"라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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