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다리타기로 공사 나눠먹는 건설사들

2012. 12. 2. 17: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짬짜미' 입찰 4개社에 과징금 68억·검찰 고발

94.44%, 94.39%, 94.33%, 94.275%…. 지난해 2월 14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카페. 정장 차림을 한 40대 남성 4명이 스마트폰 액정을 뚫어져라 지켜본다.

대림산업 현대건설 코오롱글로벌 금호산업 등 국내 굴지 건설사 영업담당 부장인 이들은 보름가량 남은 공사 입찰을 앞두고 '사다리 타기' 경쟁을 벌였다.

각각 0.05~0.06%포인트 차이에 불과한 4개 투찰률은 이미 공사추정금액(923억원) 대비 94~95% 안에서 정하기로 합의한 상황. 누가 공사를 따내든 유리하게끔 짜맞춰진 투찰률이었다. 스마트폰 사다리타기 애플리케이션이 이들 투찰률 짬짜미에 동원됐다.

결국 대림산업이 94.44%에 당첨됐다. 대림산업은 다음달 3일 4개 건설사 각본대로 진행된 '광주광역시 제1~2 하수처리장 총인처리시설 설치공사' 입찰에서 설계평가 56.81점(60점 만점), 가격평가 39.9301점(40점 만점), 종합평점 96.74점(100점 만점)을 얻어 총사업비 982억원 규모인 공사를 따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사 입찰 투찰가격을 미리 합의한 대림산업 현대건설 코오롱글로벌 금호산업 등 4개 건설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68억1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공정위는 또 이들 회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2010년 12월 입찰공고된 광주광역시 하수처리장 총인처리시설 공사는 설계ㆍ시공 일괄 공사(일명 턴키공사)로 추진됐다. 설계점수(60%)와 가격점수(40%) 가중치로 평가한 점수 합계가 가장 높은 업체가 낙찰자로 결정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4개 건설사는 가격경쟁을 피하고 누가 낙찰되든 높은 가격을 확보하기 위해 짬짜미 유혹에 빠져들었다. 대림산업을 포함한 4개 건설사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가했고 결국 대림산업에 낙찰된 것이다. 공정위는 대림산업에 34억8500만원, 현대건설에 20억5900만원, 코오롱글로벌에 11억800만원, 금호산업에 1억5800만원 등 과징금을 부과했다.

[정석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