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집 맡겼는데 전세사기범이라고?”…‘불법’ 중개사 왜 못막나
자격증 없는 무등록 불법중개
전체 부동산 거래中 30% 달해
“사무소 위치 수년째 그대로에도
자격증 없는 보조원이 실질 주인”
◆ 전세사기 사태 1년 ◆
지난 2019년부터 약 2년간 총 17건의 보증 사고(보증금 35억원)가 집중 발생한 경기도 고양시의 한 중개사무소의 공인중개사는 역시 전세사기 가담이 의심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꽤 오랜 기간 전세사기 가담이 의심되는 이들이 여전히 버젓이 중개행위를 이어 나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아무런 제재가 취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형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업무정지가 이뤄지는 다른 일부 자격자 단체들과는 대비된다. 변호사의 경우 피해자의 진정이 있으면 대한변호사협회 직권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법체계상 형이 확정되기 전 조치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보유하지 않은 무등록자의 불법중개가 전체 부동산 거래의 30%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동업을 가장한 공인중개사의 자격증 대여가 판을 치고 있다”며 “경찰이나 지자체는 사후 조치에만 관여하는 경향이 커 단속 활동 강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협회는 업계 생리를 가장 잘 아는 협회가 단속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변호사협회 등 일부 전문자격사 단체가 자체적으로 지도·단속 및 징계 권한을 가진 데 반해 공인중개사협회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협회가 지도단속 권한을 지녔던 시기(행정안전부가 권한 위탁)와 그렇지 못했을 시기(자율점검)의 불법행위 적발 건수는 크게 차이가 난다. 협회가 행안부(당시 내무부)로부터 지도단속권을 위임받았던 1991~1998년 사이 협회가 적발한 공인중개사무소 불법행위는 4만9398건에 달했다. 연평균 6000건 이상 위법행위를 적발한 셈이다.
협회가 회원들에 대한 단속 권한을 갖는 내용의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은 지난해 10월 발의가 됐으나 1년째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권대중 서강대 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민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문제인 만큼 협회에 단속 권한을 부여해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는 불법 중개행위의 단속·처분을 지자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찮다. 한 공인중개사는 “관리·감독기관인 등록관청 주무관들이 1~2년 단위로 로테이션되기 때문에 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일이 커지는 것이 불편해서인지, 분명히 수사 의뢰를 해야 할 중대한 위법행위임에도 불구하고 행정처분만 하는 지자체들을 많이 봐왔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개사무소 소재지는 수년째 그대로인데, 대표(공인중개사)만 계속 바뀌는 곳들이 더러 있다”며 “이런 곳들은 자격증이 없는 중개보조원이 실질적인 주인이면서 공인중개사 자격증 소지자를 바지 사장으로 앉히는 경우인 곳들이 있다. 이런 곳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이런 경우는 구청이 충분히 단속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데,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 중개보조원은 “중개사무소 간판을 자세히 보면 대표자 성명을 스티커로 뗐다 붙인 흔적이 있는 곳들이 더러 있다”며 “이런 곳들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전세사기 사태 이후 국토교통부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전세사기가 의심되는 공인중개사 4332명에 대해 특별점검을 벌인 결과 총 884명이 932건의 위반행위가 적발된 바 있다. 이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사고(2021~2022년·8242건) 중 악성임대인 소유 주택의 임대차계약을 2회 이상 중개한 중개업소만을 대상으로 한 결과다.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동업을 가장한 자격증 대여 등 중개업계의 위법행위는 지금도 만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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