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BA 7대회 연속 우승’ 김가영의 다음 목표는? “애버 1.5 이상 국내 1000명 안에 들기”
“어떻게 계속 우승하는지 스스로도 모를 지경”
39연승 끊기던날 팁에 문제, 친구가 고양서부터 공수,
현재 애버 1.2, 팀원들과 40점 놓고 쳐도 힘들어,
그만큼 자신의 실력에 대한 믿음도 더 단단해졌다. 앞으로 성적에 연연하기 보다는 그저 해왔던 대로 해나가는게 목표란다. 더불어 장기적인 목표로는 ‘애버리지 1.5 돌파’를 꼽았다. 김가영은 “성별과 상관없이 국내 1000명 가량 되는 ‘애버 1.5’ 반열에 들고 싶다”고 말했다.
직전 8차전에 이어 또 한번 우승 문전서 김가영을 넘지 못한 김민아는 김가영과 경기할 때 벽이 느껴졌다고 했다. 실수 차이도 컸고, 경기운영 면에서도 김가영이 한 수 앞서있었다고. 김민아는 이번 경험을 토대로 비시즌 동안 디펜스를 비롯한 경기운영 눙력을 키우겠다고 했다. 두 선수 인터뷰를 소개한다.
[우승 김가영]
▲결국 7관왕으로 시즌을 마쳤다. 소감은.
=기분이 너무 좋다. 어떻게 이렇게 계속 우승을 할 수 있는지 스스로도 잘 모를 지경이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한 경기씩 잘 하려다 보니 좋은 결과가 따랐다. 시즌을 잘 마무리해 홀가분하고 뿌듯하다.
▲올 시즌 압도적인 성적을 냈다. 예전과 비교해 무엇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는지.
=훈련하는 방식이나 생활 패턴은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 지난 5년간 쌓아온 부분이 올해 만개한 것 같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우승을 계속한다는 게 실력으로만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승운도 따라야 하고, 여러 가지가 잘 맞아 떨어져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LPBA에선 ‘적수가 없다’라는 평가가 따르고 있는데.
=그렇게 생각해 본적은 없다. 매 순간 고비가 있었다. 오늘도 김민아 선수가 초반에 컨디션이 좋아보였다. 경기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싶었는데, 후반엔 포지션 운도 따랐다. 디펜스를 생각하지 않은 공이 운 좋게 디펜스가 되기도 했다.
▲장기간 이어오던 연승행진은 이번 대회 중 38경기서 멈췄다. 당시 어떤 기분이었나. (김가영은 이번 왕중왕전 조별리그 3차전서 김예은에 세트스코어 1:2로 역전패했고, 이는 LPBA 39경기 256일만의 패배였다)
=오히려 부담을 내려놓는 계기도 된 것 같다. 연승에 대한 부담은 20연승 했을 때가 가장 컸고, 30연승이 지나고 나서는 덤덤했다. 최선을 다해왔다는 생각에 지는 것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사실 김예은 선수와의 경기 때는 팁에 문제가 생긴 날이었다. 경기 중에 공을 칠 때 소리가 이상했다. 손으로 살짝 밀면 팁이 날아갈까 걱정했다. 시합이 끝난 뒤 팁을 밀어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팁이 ‘툭’ 하고 날아갔다. 그래서 친구가 다음날 아침 경기도 고양시에서 제주까지 날아와 팁과 장비를 전달해줬다.
▲김민아 선수가 ‘벽을 느꼈다’고 하던데.
=이기고 지는 건 실력만 가지고 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 하늘에서 정해준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운이 좋았고, 특히 6세트 때 더욱 그랬다. 7세트로 넘어가면 김민아 선수가 선공이라 경기가 더욱 어려워졌을 것이다. 물론 김민아 선수가 높게 평가해줘서 고마운 마음이지만, 내게 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정말 팽팽한 접전이 됐을 것이다.
▲많은 선수들이 김가영 선수와 경기하면 기회를 잡기 어렵다고들 한다.
=남자 선수들은 랭킹이 높은 선수들이 아니어도 애버리지 1.6 이상을 기록하는데, 저는 이제야 1.2 정도다. 겸손한 게 아니고, 그게 현실이다. 아직 3쿠션에 대해 모르는 것도 너무 많다. 실수가 없다고 하지만 애버리지 1이면 한 번 공격을 하면 한 번 놓친다는 뜻이다. 실수를 계속해서 줄여가는 게 나의 목표다.
▲올 시즌 획득한 상금만 3억4천만원이 넘는다. 본인을 위해 ‘플렉스’할 계획이 있나.
=필리핀 사이판에 가기로 했다. 프리다이빙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프리다이빙을 하기로 했다. 몇 개월 전부터 세웠던 계획이라 너무 기대된다. 기존에는 수영장에서만 했었는데, 바다로 나가는 건 처음이다.
▲앞으로도 올 시즌과 같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했을 때 결과가 좋았다. 그에 대한 믿음이 있다는 게 제일 중요하다. 지난 비시즌에 체력 운동을 하고, 시즌 중에는 나만의 루틴을 만들고 잘 적응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왔다. 이전에는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라는 생각과, 결과가 나오지 않는 부분에 대한 불안함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시즌 결과가 워낙 좋다 보니 내가 해온 게 잘못되지 않았다고 느낀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는 게 제일 큰 수확이다. 훈련 방식을 만들어나가고, 꾸준히 노력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앞으로의 목표는.
=성별과 상관없이 우리나라에 애버리지 1.5가 넘는 분들이 1000명 가량 있을텐데, 거기에 끼고 싶다. 현재 제 애버리지가 1.2 정도 되는데, 하나카드 팀원들과 수지 40점을 놓고 쳐도 마음 놓고 칠 실력이 되지 않는다. 남자 선수처럼 치겠다는게 아니라, 3쿠션을 잘 치는 사람들과 견줄 수 있길 바란다.
▲결승전 소감은.
=처음으로 월드챔피언십 결승전에 올랐다. 마음이 들뜨고 설렜다. 준우승이지만 제주도까지 와서 결승전까지 올랐다는 사실이 기쁘다.
비시즌동안 경기운영 능력 키울 것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경기력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그때는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경기였다. 그로부터 몇 년 후인 지난 시즌 4차투어 4강전에서 김가영 선수를 만나 3:1로 이겼는데, 그땐 ‘내가 김가영 선수를 이길 정도가 됐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2번의 결승전에서 김가영 선수와 경기하면서는 벽이 느껴졌다. 이번 맞대결에선 김가영 선수는 실수가 전혀 없었고, 나만 실수가 계속 늘어났다. 실력 차이가 난다고 느꼈다. 6세트에는 편한 공을 받지 못해서 계속해서 추격에 실패했다.
▲시즌내내 부진하다 8차전에 이어 왕중왕전까지 준우승에 올랐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김가영은 올 시즌 7차전 동안 최고성적이 16강 한 차례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좋지 못했지만, 직전 8차전부터 조금씩 폼이 올라오는게 느껴졌다. 특히 이번 왕중왕전에선 ‘어느 정도 높이 올라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컨디션이 좋았다. 덕분에 준우승을 2번 할 수 있었다.
▲이번 결승전을 통해 배운점과, 비시즌 동안의 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제가 공을 너무 편히 열어주는 경향이 있다. 그런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공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확률이 떨어진다면 방어적인 스탠스도 취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가영 선수는 상황 판단이 뛰어난 것 같다. 이번 결승서도 특히 후반부에 이런 점에서 차이가 컸던 것 같다. 이번 비시즌에는 공격력 보다는 다음 공을 위한 기술을 연마할 생각이다. [제주=김동우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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