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패권 경쟁 한복판에 서다…‘중국·EU 등 사방이 적’
안팎에서 맞는 사이 中 기업 반사이익…“혁신 저해하면 경쟁 어려워”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구글·메타·애플·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골든타임' 속에서 진퇴양난의 순간을 맞았다. 미국 안에서는 반독점 규제로 다수 재판에 휘말린 가운데, 밖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 여파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외부 요인에 따른 경영난이 지속되면 중국 등 기술 경쟁자들의 추격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4일 현재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 등이 제기한 온갖 반독점 소송에 휘말려 있다. 아마존의 경우 전자상거래 시장 독점에 대한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지만, 다른 빅테크 기업들은 판결 여부에 따라 기업 분할까지 강제될 위기에 처했다.
최근 가장 주목 받는 곳은 구글이다. 구글은 온라인 검색 시장과 디지털 광고 시장 독점에 대해 미국 법무부 등이 제기한 2건의 소송 1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앞서 미 법무부는 2020년 10월 구글이 온라인 검색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무선통신사·브라우저 개발자·기기 제조업체·애플 등에 연간 수천억 달러를 지불했다는 내용과 관련해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8월 미 연방법원은 법무부 주장 대부분을 받아들이며 구글이 독점 기업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2023년 1월에는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구글이 관련 기업 등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막는 등 반독점 법을 위반했다는 사안에 대한 소송이 제기됐다. 이에 대한 재판에서도 구글이 패소하면서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도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게 됐다.
구글이 반독점 법을 위반했다고 최종 결론이 나면 관련 사업 부문을 강제 매각하거나 분할해야 할 수도 있다. 특히 미 법무부는 온라인 검색 시장에 대한 구글의 독점을 해소하기 위한 구제책으로 구글의 검색 브라우저인 크롬을 매각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전 세계 검색 엔진 시장의 90%를 점유하는 구글은 이를 통한 광고 수익으로만 전체 매출의 76.3%(약 89조54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크롬은 이 같은 구글 검색 엔진으로 가는 주요 관문으로 통한다. 크롬 매각이 현실화하면 수익성 악화는 물론 경쟁사들이 막대한 양의 검색 질문에 접근해 구글과 경쟁이 가능해진다. 게다가 크롬을 통한 이용자 데이터 확보가 제한되면 인공지능(AI) 개발, 광고 사업 등 다양한 사업 부문에서 동력을 잃을 전망이다.
지난 21일부터 이와 관련한 구제책을 결정하는 3주간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크롬의 분리와 같은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미국 법무부가 이번 재판을 모든 독점 기업의 독점 해소를 위한 교두보로 삼고 있는 가운데, 광고 시장 반독점 재판에서도 구글이 패소했다는 점에서 일부 사업 부문 매각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소송은 트럼프 1기부터 2기까지, 공화당과 민주당과 정권 모두에서 추진되어 온 만큼, 반독점 규제는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는 이슈임이 드러난다"며 "이번 판결은 아마존, 메타 등 유사한 구조를 가진 다른 빅테크 기업들의 규제 리스크 프리미엄을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코너에 몰린 것은 구글뿐만이 아니다. 메타와 애플 역시 사업 분리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반독점 소송에 직면해 있다. 메타는 소셜미디어 시장 독점에 관해 미 연방통신위원회(FTC)가 제기한 소송에 대한 재판을 진행 중이다. FTC가 반독점 위반 해소를 위해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의 강제 매각을 주장하는 만큼 이번 판결에서 매각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애플 역시 패소할 경우 미 법무부가 기업 분할이나 사업 영역 변경 등 다양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 전쟁 불똥까지…패권 경쟁서 '사면초가'
미국 밖에서는 관세 전쟁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미국 빅테크 규제 강화와 제재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대응 카드로 꺼내들면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미국과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빅테크의 디지털 서비스 매출에 대해 과세를 하는 등 광범위한 보복 조치를 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날 EU는 디지털시장법(DMA) 위반으로 애플과 메타에 총 7억 유로(약 1조135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유럽 내 빅테크 규제에 대한 의지도 재확인 됐다.
중국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따른 대응으로 빅테크 반독점 조사에 나선 바 있다. 특히 빅테크들이 안팎의 공세에서 시름하는 사이 중국은 조용히 기술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관세 전쟁의 일환으로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칩 H20의 중국 수출이 제한됐지만, 중국은 1년치 H20 수요를 미리 확보한 데다 화웨이 등 자국 기술의 육성을 가속화하며 반사이익을 얻는 모습이다.
빅테크들의 주장도 이런 상황과 맞닿아 있다. 리앤 멀홀랜드 구글 규제 담당 부사장은 "우리는 차세대 기술 리더십을 놓고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구글은 과학 기술 혁신을 이루는 미국 기업들의 최전선에 있다"며 "법무부의 크롬 매각 등 분할 요구가 중요한 시점에 미국의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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