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1조 3,000억 절감" 내세웠던 늘봄학교···초1 사교육비 되레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초1 사교육비는 전년 대비 12% ↑
전문가 "자녀 적은 부모, 비용 부담보다 질이 중요"
교육부 "효과 평가 일러…돌봄 대기자는 사라져"
맞벌이 부부의 자녀 돌봄 공백 해소와 사교육비 절감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온 '늘봄학교'가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는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초교 1학년생 10명 중 8명이 돌봄학교에 참여했음에도 이들이 쓴 학원비는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초등 전학년에 늘봄학교를 전면 도입할 예정인 가운데 정밀한 효과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돌봄 공백 완전 해소" 자평
23일 더불어민주당 교육위원회 김문수 의원실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내놓은 '2024년 주요 정책 부문 자체평가 결과 보고서'에서 늘봄학교가 큰 성공을 거뒀다고 자평했다. 지난해 2학기 전체 초1 학생 중 늘봄학교에 참여한 비율은 82.7%로 2028년 달성 목표(67%)를 4년이나 앞당겨 초과 달성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보고서에서 "늘봄학교를 다니고 싶어 한 학생 전원이 참여해 초1 돌봄 공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2023년 당시 1만 명(5월 기준)에 달하던 돌봄교실 대기자는 2024년에 완전히 사라졌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지난해 도입된 늘봄학교는 기존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을 통합한 형태로 최장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아이들을 돌봐준다. 또 음악, 미술, 체육은 물론 창의수학, 놀이영어 등 교과목도 비용 부담 없이 배울 수 있다. 지난해에는 1학년을 대상으로 시행했는데 올해 1학기부터 2학년까지로 확대됐다.
하지만 지난해 사교육비는 오히려 뛰었다. 교육부의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초교 1학년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년 대비 12.2% 증가(33만5,500원→37만6,500원)했다.
이는 교육부의 애초 전망과는 판이하다. 김천홍 교육부 교육복지돌봄지원국장은 지난해 2월 언론 브리핑에서 "초1 학생들이 매일 하루 2시간씩 무료로 늘봄 수업을 들을 때 시간당 1만 원의 편익이 예상된다"고 말한 바 있다. 전체 1학년 중 80%가 늘봄학교에 참여해 학원 대신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면 연간 1조3,000억 원의 사교육비를 아낄 수 있다는 추산이었다.
교육부는 작년 사교육비 통계로는 늘봄학교의 효과를 따지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사교육비 조사는 1차(3~5월)와 2차(7~9월)에 걸쳐 진행됐기에 2학기는 (방학기간을 감안하면) 조사기간 중 한 달 만 포함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책 효과를 제대로 측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늘봄학교 참여 학부모들에게 물어보면 70% 이상이 "사교육비 부담이 경감됐다"고 답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초1 전체 학생 중 늘봄(돌봄)학교 참여율은 지난해 1학기 이미 43.2%로 한해 전(34.5%)보다 늘었다. 1학기에도 참여자가 많았기에 만약 늘봄학교의 사교육비 절감 효과가 컸다면 이는 2차 조사 때 담겼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교육 문제 전문가들은 늘봄학교 프로그램이 질적으로 학부모들을 만족시키지 못해 여전히 학원을 찾았을 것이라고 봤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늘봄학교는 비용 부담 없이 돌봄 기능과 학습 보충 기능을 해주는 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자녀를 1명 또는 2명 정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선 가격보다 질을 더 따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초등 의대반'으로 상징되는 입시 사교육 저연령화의 악효과가 늘봄학교의 사교육비 절감 효과를 뛰어넘었을 가능성도 있다. 신 대표는 "초등학생 사교육비를 줄이려면 의대입시반 등 아동의 발달단계를 무시한 도넘은 사교육은 법으로 규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문수 의원은 "늘봄학교 정책이 애초 사교육비 경감 효과가 적은 건지, 다른 사교육비 상승 요인이 늘봄학교 효과를 압도한 건지부터 정부 차원에서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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