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글쓰기] 장바구니를 8년째 쓰고 있습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4050 시민기자가 취향과 고민을 나눕니다. <편집자말>
[박정은 기자]
"쇼핑 봉투를 구매하시겠습니까?"
마트 키오스크에서 흘러나오는 익숙한 안내음. 옆에 있던 딸아이가 나에게 묻지도 않고, '아니오'를 눌렀다. 아이는 잘 알고 있었다. 내 핸드백 안 주머니에 천으로 만든 장바구니가 항상 들어있다는 것을 말이다.
펼치면 꽤 많은 물건을 담을 수 있지만, 접으면 손바닥만 한 크기로 작아지는 이 장바구니는 8년째 내 곁을 지키고 있다. 가볍고 튼튼해 휴대가 간편한 장바구니는 어느 새 나의 작은 습관이 되었다.
"엄마 혼자 이런다고 지구가 안 아픈 건 아닐 텐데."
구매한 물품이 많아, 장바구니에 다 담지 못하고 손으로 한 두 가지를 들어야 할 때, 딸이 한 말이었다. 사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장바구니에 물품을 담아가는 사람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어딘가에 분명 나처럼 장바구니를 애용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여전히 다수는 일회용 봉투를 선호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장바구니 사용에는 분명한 환경적 효과가 있다. 일회용 비닐봉투의 사용을 줄일 수 있으며, 석유 자원을 절약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비닐봉투는 자연 분해에 수십 년이 걸리며, 불에 태울 시 유해 물질을 배출한다. 또한 장바구니를 사용하면, 플라스틱 봉투의 생산과 처리 과정에서 발행하는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
물론, 어떤 장바구니를 사용하냐에 따라 그 효과는 매우 달라진다. 부직포나 폴리에스터 소재의 장바구니는 생산 과정에서 플라스틱과 유사한 환경적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재사용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구매하게 되면, 오히려 환경에 부담을 주는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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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드백에 늘 지니고 다니는 장바구니 어느 새 함께한 세월이 8년이 되었습니다. |
ⓒ 본인 |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장바구니 사용을 고집하는 것은 이것이 단순히 환경을 위한 노력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내가 세상을 대하는 자세이다. 옳다고 생각된 일에 대해서 그저 아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실천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 나는 그렇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고 싶다. 비록 그 효과가 미미해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할지라도.
나는 내가 아무 효과도 없는 무의미한 일에 에너지를 쏟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을 수도 있다는 신념을 기반으로 한, 작은 것의 소중함을 알고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나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꽤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다.
얼마 전 한 드라마에 등장한 인물이 나와 똑같은 장바구니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때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오~ 드라마에 출연한 장바구니를 내가 들고 다니네!' 대중매체에서 장바구니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 때보다 장바구니 사용에 대한 홍보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다양하다. 물론 내가 그 모든 노력을 다 잘 해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환경부에 따르면, 장바구니 사용만으로도 연간 약 30억 장의 비닐봉투 사용을 줄일 수 있으며, 약 1500톤의 석유 자원을 절약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하니, 장바구니를 핸드백에 넣고 다닐 이유는 충분하다.
신념에 따라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니는 엄마를 내 아이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가끔 불평하는 말을 하며, 의미 없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결코 엄마가 쓸모없는 일을 한다고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엄마의 삶에 대한 태도를 바라보며, 아이들도 언젠가는 어떤 '작은 실천'을 이어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작은 실천은 결국 나를 바꾼다. 그리고 그 변화는, 언젠가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권유해 본다. "장바구니 하나, 들고 다녀 보는 건 어떨까요?"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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