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공간 넘어 ‘마을의 허브’로…“日 편의점을 주목하라”

김동용 기자 2025. 5. 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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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라 오사카 무역관 보고서
인구 감소·고령화 등 대응전략
이동형점포 형태 소비자 접근
노인 건강관리 등 일상 속으로
"한국도 참고 모델로 삼을만"
일본의 편의점이 단순 소매 영역을 넘어 지역사회 생활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고령자가 많은 지역에서는 노인들의 건강관리와 생활 접근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는 만큼, 한국의 유통기업과 지방자치단체에도 의미 있는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의 편의점이 단순 소매 영역을 넘어 지역사회 생활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포화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의 결과물이자, 인구 감소·고령화 등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특히 일본 내 고령자가 많은 지역에서는 편의점이 노인들의 건강관리와 생활 접근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는 만큼, 한국의 유통기업과 지방자치단체에도 의미 있는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최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 오사카 무역관은 ‘일본 편의점, 위기 속에서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하다’ 보고서를 통해 “오늘날 일본의 편의점은 소매 영역을 넘어 지역사회의 일상 인프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업계 트렌드를 넘어 일본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는 전략”이라고 바라봤다. 

일본 프랜차이즈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일본 전국 편의점 점포 수는 5만5792개로, 전국에 촘촘한 점포망과 고도화된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보고서는 “일본 편의점은 이 같은 인프라를 활용해 단순한 유통 공간을 넘어 의료·금융·행정·물류와 지역경제 활성화 기능까지 흡수하며 ‘마을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패밀리마트는 ‘이동형 점포’를 통해 고령자 거주 지역을 주기적으로 순회하며 500여종의 상품을 판매한다. 주민들은 마을회관이나 버스 정류장 등 정해진 장소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고령사회에 대응하는 ‘이동형 점포’…건강 관리도=일본의 지방 도시는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다. 상점 폐업과 교통약자의 증가로 생필품 구입조차 어려운 지역이 늘고 있다.

보고서는 “이에 대응해 편의점 업계는 ‘이동형 점포’라는 새로운 형태로 소비자에게 접근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사례로는 패밀리마트가 운영하는 ‘패밀리마트호’가 있다”고 소개했다.

패밀리마트호는 냉장·냉동 기능을 갖춘 트럭으로 고령자 거주 지역을 주기적으로 순회하며 도시락과 생필품 등 500여종의 상품을 판매한다. 주민들은 마을회관이나 버스 정류장 등 정해진 장소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단순한 유통 기능을 넘어 외출이 드문 고령자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웃 간 안부를 묻는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기능한다.

보고서는 “이동형 점포는 기존 점포 출점이 어려웠던 지역에도 진입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수익 채널을 창출하는 역할도 한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협력해 공동 운영하는 방식으로, ‘B2C’(기업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를 넘어 ‘B2G’(기업이 정부나 공공기관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래 방식)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또 다른 대형 체인인 로손은 일부 점포를 헬스케어 지원형 매장으로 전환해 간호사나 약사가 상주하며 복약 지도와 건강 상담을 제공하는 시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혈압 측정과 건강식 제안은 물론 약국과 연계된 처방 약 수령까지 편의점에서 가능하다. 이 역시 편의점이 고령자 친화형 유통 서비스로서의 가능성을 실증하고 있는 사례다.

일본 내 편의점 점포 수가 5만개를 넘어가면서 업계는 기존 점포의 기능을 다변화하고 지역사회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영업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점포 수 확장 한계…기능 다변화로 지역사회와 접점 확대=일본 내 편의점 점포 수가 5만개를 넘어가면서 업계는 단순한 점포 수 확장 중심의 성장 전략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기존 점포의 기능을 다변화하고 지역사회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영업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한 예로 세븐일레븐은 지자체와 협력해 점포 내에서 행정서비스도 제공한다. 사이타마현과 이시카와현 등 일부 지역에서 무인안내기(키오스크)를 통해 주민표, 인감증명서, 마이넘버(12자리의 고유 개인 식별번호)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는 “일본은 한국과 달리 온라인 민원 서비스가 보편화돼 있지 않아 관공서 방문이 필수적인데, 평일 업무시간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에게는 편의점 내 행정 서류 발급이 큰 편의를 제공한다”며 “최근 일본에서 이러한 행정 업무를 볼 수 있는 편의점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대형 편의점 체인이 지역 소상공인 및 농협과 협력해 점포 내에 지역특산물 코너를 운영하는 경우다. 홋카이도의 패밀리마트 매장에서는 지역 유제품과 전통 과자를 판매하며, 오사카 인근 와카야마현에서는 지역 특산 감귤을 활용한 자체상표(Private Brandː PB) 상품을 개발해 지역경제 순환에 기여하고 있다.

보고서는 “일본 편의점의 진화는 고령화, 노동력 부족, 지역경제 침체 등 구조적 사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생활 인프라로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며 “한국 역시 유사한 사회적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일본 사례는 민간 유통기업과 지자체의 전략 수립에 구체적인 참고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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