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교육의 미래를 묻는다] R&D 예산 삭감 후폭풍 여전…차기 정부 과제는?
[EBS 뉴스]
윤석열 정부에서 가장 논란이 컸던 정책 중 하나가 기초과학 연구개발 분야입니다.
과학기술계의 카르텔을 잡겠다며, 지난해 국가 R&D 예산을 대거 삭감해 거센 반발에 부딪치기도 했는데요.
우려가 속출하자 올해 예산은 예년 수준을 회복했지만, 그 여파는 여전히 과학기술계 전반에 이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영상 보시고, 차기 정부가 풀어야 할 R&D 과제는 무엇인지 전문가와 자세히 짚어봅니다.
[VCR]
2024년 R&D 예산 전년대비 16.8% 삭감
과학기술계 "회복 못할 수준" 충격
사업 일몰·소액과제 중단
학문 후속세대 직격타
'수월성' 중심의 예산편성
기초과학 생태계 붕괴 위기
R&D 예산 삭감이 남긴 상처
차기 정부 과학기술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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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조기 대선, 교육의 미래를 묻다.
오늘은 이준호 서울대 교수와 함께 기초과학과 연구개발 정책에 대해서 자세히 짚어봅니다.
교수님 어서 오세요.
이준호 서울대학교 교수 / 전국대학기초과학연구소연합회장
반갑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지난해 R&D 예산이 정말 많이 삭감이 됐는데 이 명분은 R&D 카르텔을 잡겠다는 거였습니다.
현장에서 보시기에 여파가 얼마나 심각했나요?
이준호 서울대학교 교수 / 전국대학기초과학연구소연합회장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 R&D 예산 삭감이라는 것이 과학기술계에 대해서는 비상계엄하고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정부 예산이 확정돼야 되는 시점에 갑자기 절차도 없이 논의도 없이 명령처럼 삭감이 내려왔고요.
바로 진행이 됐습니다. 과학기술인들이 카르텔로 매도가 되었고요.
다양한 과학 연구하던 소액과제들에 대해서 특히 나눠먹기식이라고 호도가 되었습니다.
굉장히 많은 계속 과제들의 경우에는 설명 없이 10%, 20% 많게는 80%까지 삭감되었습니다.
실제로 아예 사업이 없어진 경우도 있습니다.
일몰이라고 부릅니다.
기초과학 연구자들에게 가장 심각한 타격을 줬던 그 과제들 몇 개를 말씀드려보면 보호 학문이라든지 지역대학 우수 연구자라든지 그 다음에 대학에 있는 중점 연구소 사업 같은 것들이 완전히 일몰 되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연구비의 삭감의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피해를 받았던 부분이 과제에 참여하고 있던 신진 연구자들입니다.
대학원생, 신진 연구자들입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은 이런 우리 학문 후속세대들이 대한민국 R&D의 미래에 대해서 신뢰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굉장히 힘들게 자부심으로 과학 연구를 해오고 있었는데 존경은 받지 못할 망정 카르텔로 매도되는 상황이다보니 과학을 우리나라에서 하고 싶어질지, 그래서 그런 신념을 회복해 주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그런 걱정을 저희는 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특히 기초과학 분야 그리고 신진 연구자들에게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정부가 올해 예산은 원래대로 회복하겠다고 했지만 한 번 받은 충격이 그렇게 쉽게 회복되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실제 현장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이준호 서울대학교 교수 / 전국대학기초과학연구소연합회장
총액의 차원에서는 회복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여전히 있습니다.
다행한 것은 정부가 우리 현장의 아우성을 그래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회복은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느끼는 문제는 처음부터 이 예산 삭감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인정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원상복구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고요.
그래서 새로운 사업을 자꾸 만들어서 우회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러다 보니까 수월성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고요.
중요하긴 한데 다양성이라는 측면을 잃어버린, 그런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일몰된 사업들이 거의 회복이 되지 않았고요.
그리고 또 하나 현장에서 느끼는 거는 글로벌 사업이라고 해서 준비되지 않은 사업들이 굉장히 많이 나와서 현장에서는 상당히 뜬금없다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나마 또 제가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과기정통부 등의 정부 부처가 여전히 열심히 듣고는 있습니다.
아마 좀 좋아지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해봅니다.
여전히 좀 아쉬운 부분은 교육부 사업 중에 이런 작은 좋은 사업들이 있었는데 아직도 회복이 안 되고 있어서 아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정부가 기초과학 분야 연구자들에게 성과 달성률이라든지 어떤 사업화 가능성을 지나치게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거든요.
이게 어떤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이준호 서울대학교 교수 / 전국대학기초과학연구소연합회장
사실 저희가 국가 연구 과제를 작성하는 양식이 있습니다.
거기에 거의 마지막 부분에 가면 '기대 효과 및 활용 방안'이라는 그런 란이 아예 있습니다.
거기에는 저희가 낼 수 있는 학문적인 기대 효과를 넘어서서 경제적으로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가를 써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그런 압박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항목이 중요한 과제도 있을 텐데요.
그렇지만 기초 과학의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거는 새로운 지식을 어떻게 창출할 것이냐가 가장 중요한데 여전히 경제적인 효과가 무엇이냐라는 걸 물어보는 상황입니다.
아주 일편적으로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희 생각에는 그 가장 기반에는 뭐가 있냐면 헌법이 있습니다.
헌법 127조에 의하면 과학기술 혁신이라는 게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해야 한다라고 명시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거꾸로 말씀드리면 국가 경제에 기여하지 않는 호기심 기반의 기초 과학은 잘못하면 위헌적인 상황으로 몰리는 게 됩니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헌법 개정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과학자들은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과학은 호기심에 기반한 탐구가 기본이거든요.
그런데 물론 장차 언젠가는 어딘가에서는 쓰일 것이라는 생각은 당연히 저희가 기저에는 가지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기초과학 분야 어떤 생태계가 무너졌다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인데요.
지금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조치, 뭐라고 보십니까?
이준호 서울대학교 교수 / 전국대학기초과학연구소연합회장
사실은 그 R&D 삭감 이전부터 대한민국의 기초과학 생태계가 사실 되게 힘들어 왔습니다.
전국의 기초과학을 주로 담당하고 있는 자연과학대학은 그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고요.
충원율도 사실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R&D 삭감 터졌죠, 의대 증원 사태 터졌죠.
그래서 기초 과학 입장에서는 KO 펀치를 원투 펀치를 맞았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는 정부가 그 R&D 예산에 대해서 어떠한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라는 약속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그 약속이 말로 되는 게 아니라 예를 들어서 교육 관련 교부금 하는 듯이 법으로 제도화 할 수 있으면 가장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두 번째로 똑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책 당국이 기초 과학에 대해서만큼은 다양성을 기반으로 해서 수월성을 추구해야 된다라는 그런 철학을 좀 더 가지시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
기초 연구가 나중에 인류를 구원하게 될지 모르는데 어떤 기초 연구가 중요할지를 모르거든요.
예를 들어서 보면 mRNA 백신이 코로나 터지고 1년 만에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1년 만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30년 전쯤에 이미 소수의 기초 과학자들이 새로운 발견을 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그 연구가 만약에 없었으면 제 생각에는 팬데믹에서 얼마나 더 많은 인류가 희생되었을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연구를 호기심 기반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장려해 주고 그 싹 중에서 튼튼한 가지가 나오면 그때 집중하면 됩니다.
그래서 다양성 위에 수월성이라는 철학을 꼭 지켜주십사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말씀하신 것처럼 이 기초 과학 분야의 연구 역량은 경제뿐만이 아니고 생명과 안보 정말 모든 것들의 기반입니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어떤 의제들이 주로 논의가 돼야 할까요.
이준호 서울대학교 교수 / 전국대학기초과학연구소연합회장
사실 대선에서는 R&D나 기초과학이 중요한 의제는 아닌 걸 저희가 경험해 봤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대선 후보께서 최소한 "과학기술이 우리나라 경쟁력 제1순위다" 그걸 선언해 주시면 좋겠다.
그게 첫 번째고요.
그다음에 입시하고는 관계없이 과학 영재들을 우리가 많이 발굴해서 키워내겠다 이런 약속을 해 주시는 정도를 해도 좋지 않을까 싶고요.
그다음에 가능하다면 헌법도 한번 살펴봐 주십시오.
그렇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당장은 뚜렷한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기초 과학은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 분야입니다.
정말 장기적인 안목에서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는 지혜가 절실해 보입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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