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멈춰선 체험학습 3편] '교사 주의의무' 재판부마다 다른 판단…법 바뀌어도 "수학여행 못 가"
[EBS 뉴스12]
속초 현장에서 학생이 숨진 사고로 인솔 교사에게 유죄가 선고된 뒤, 전국 학교의 체험 학습 이 줄줄이 중단되는 등 파문이 번지고 있는데요.
주의의무를 다한 교사는 면책한다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곧 시행되지만, 현장에선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EBS는 최근 10년간 판례를 분석해, 법원이 '교사의 주의의무'를 어떻게 판단해왔는지 짚어봤습니다.
진태희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10년 차 이아름 교사가 근무하는 학교는 올해 현장체험학습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예고 없는 사고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인터뷰: 이아름 (가명) / 서울 초등학교 교사
"갈 때는 재밌었는데 이제 올 때 교통사고가 한 번 날 뻔 한 적도 있고 (반 학생이) 넘어지니까 너무 무서운 거예요. 혹시 이 아이가 척추 골절이 되면 어떡하지 그런 사건, 사고들은 많이 있죠."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현장학습 도중 학생이 숨진 사고로 담당 교사에게 금고형을 내린 법원 판결이 계기였습니다.
교사가 주의의무를 다하면 면책하는 내용의 학교안전법이 곧 시행되지만, 불안은 여전합니다
'주의의무'의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EBS는 최근 10년간 체험학습 중 발생한 민·형사 판결 10건을 분석했습니다.
형사책임이 인정된 건 단 2건이었지만, 판단 기준은 모두 달랐습니다.
먼저, 속초 주차장에서 후진하던 버스에 치여 초등학생이 숨진 사고.
법원은 인솔 교사가 학생 대열을 한 번만 점검해,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봤습니다.
형량은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교직 상실형에 해당합니다.
지난 2017년 경남 하동에선 농업체험 중 14살 학생이 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났는데요.
수심이 깊고 경고문까지 있었지만, 교사는 구명조끼를 주지 않고 자리를 비운 상태였습니다.
여기에 대해선 벌금 400만 원 형이 내려졌습니다.
두 판결 모두 교사가 위험을 인지하고 대응했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는데요.
어느 정도까지가 엄중한 과실인지, 구체적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민사 판결도 유사합니다.
2017년 경북 영주의 수학여행 중 친구가 쏜 장난감 화살에 초등학생이 실명한 사건.
1심 재판부는 교사가 취침 점검만으로 막기 어려울 만큼 아주 짧은 순간에 사고가 일어나 중과실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2심에선 사고 시간과 취침 점검 시간이 얼마 차이 나지 않았다며 교사의 주의의무를 더 엄격하게 해석했습니다.
같은 사고를 두고도 재판부마다 교사의 주의의무를 바라보는 기준은 조금씩 달랐던 겁니다.
인터뷰: 김형진 변호사 / 법무법인 사이
"기존 판례에서도 기존 법원이 판단하는 기준도 주의의무 위반이 없으면 과실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어차피 책임을 묻지 못하는 것이어서 기존의 법원의 입장보다 진일보한 (법) 개정이라고 볼 수 있는지 조금 의문입니다."
교육부는 우려를 반영해 '주의의무' 범위를 명확히 하는 후속 입법을 추진 중입니다.
일부 시도교육청은, 교사가 충분한 조치를 하면, 교육감이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제도도 요청했습니다.
인터뷰: 교육부 관계자
"현장 의견을 받아들여 국회의원실과 협의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법률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당장 다음 달 새 법안이 시행돼도 교사들의 불안이 잦아들기는 어려운 상황.
교실 밖 배움의 기회도 당분간 줄어들 우려가 큽니다.
인터뷰: 이아름 (가명) / 서울 초등학교 교사
"현장 체험학습이 옛날만큼 부활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애들이 아무리 좋아해도 내 인생을 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쪽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EBS 뉴스 진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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