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밭에서 삶을 다시 세운다”.. ‘건강한 금요일’로 깨어나는 여성농업인의 몸과 자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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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주 두 시간, 통증은 풀고 마음은 잇는다첫 회차에는 관내 여성농업인 30여 명이 참여해 통증 완화와 건강 관리를 위한 맞춤형 스트레칭 프로그램에 함께했습니다.
■ "여성농업인이 곧 농촌의 심장".. 복지정책의 시험대가 되다김군진 한경농협 조합장은 "여성농업인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건강, 문화, 소득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며 "이번 건강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자아실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맞춤형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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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농협의 실험, ‘일상의 회복’에서 농촌 복지의 새로운 해법을 찾다
# 오늘도 들녘에서 땀 흘리는 여성농업인들의 하루는 시작됩니다.
농번기의 무게는 여전히 묵직합니다.
그런데 그 똑같기만 하던 일상에, 아주 미세하지만 참 ‘아름다운’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건강한 금요일’.
통상적인 체조 시간도, 단발성 프로그램도 아닙니다. 몸과 마음을 동시에 일으켜 세우는 생활 재건 프로젝트입니다.
매트 위에 앉은 여성농업인들의 표정이 유독 환합니다.
논밭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운 얼굴들입니다.
지역 농협이 선물한 단 두 시간의 쉼표.
이 작지만 깊은 변화는, ‘농촌의 미래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의 징후로 읽힙니다.
건강한 몸과 자존감의 회복. 이는 ‘더 나은 하루’를 만드는 가장 단단한 출발점이 됐습니다.
모든 변화는 단 한 곳에서 시작됐습니다.
21일 농협 제주본부는 한경농협이 지난 18일 여성농업인센터에서 ‘여성농업인 통합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했다고 밝혔습니다.
■ 매주 두 시간, 통증은 풀고 마음은 잇는다
첫 회차에는 관내 여성농업인 30여 명이 참여해 통증 완화와 건강 관리를 위한 맞춤형 스트레칭 프로그램에 함께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4월부터 7월까지, 매주 금요일 오전 두 시간씩 진행됩니다. 사람휘트니스 소속 박재윤 강사의 지도 아래, 척추와 흉추 중심의 재활 운동과 신체 균형 회복을 목표로 설계된 생활 중심형 프로그램입니다.
통상적인 체력 강화가 아닙니다.
굽은 자세를 펴고, 굳은 몸을 푸는 이 시간은 일상의 움직임을 회복하고, 스스로를 돌보는 힘을 되찾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 “척추가 서야 일상이 산다”.. 몸부터 회복하는 자존감
농촌 여성은 단지 ‘노동력’이 아닙니다. 그들은 가족을, 마을을, 그리고 지역 사회의 하루를 지탱하는 핵심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현실은 여전히 고단합니다.
지속되는 육체 노동, 반복되는 통증, 의료 접근에서의 단절 속에서 신체적 피로와 심리적 고립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한경농협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고질적인 통증을 줄이고, 스스로를 회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이 운동은 ‘몸을 위한 시간’인 동시에, 정서적 교류와 공동체 회복의 시간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단 두 시간, 한 차례. 그 순간큼은 누구의 엄마도, 누구의 아내도 아닌,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습니다.
■ “여성농업인이 곧 농촌의 심장”.. 복지정책의 시험대가 되다
김군진 한경농협 조합장은 “여성농업인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건강, 문화, 소득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며 “이번 건강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자아실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맞춤형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지역 농협 단위에서 시작된 실험은 복지를 넘어, 농촌의 일상 구조를 다시 짜보려는 ‘현장 중심형 복지 실험’으로 평가됩니다.
중앙정부의 시야가 미처 닿지 못한 틈에서, 가장 가까이서 일상의 고단함을 지켜본 사람들이 먼저 손을 내민 사례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고우일 제주본부장은 “복지는 숫자로 세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것”이라며 “이 작은 시도가 농촌 전체의 흐름을 바꾸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리고 말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하나의 모델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향한 조용한 물음이기도 합니다.
“여성농업인의 하루를, 우리는 얼마나 제대로 바라보고 있을까.”
한경농협의 ‘건강한 금요일’은 거창한 예산도, 특별한 장치도 없었습니다.
그저 일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눈, 그리고 먼저 손을 내미는 마음이면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손을 잡은 여성들의 표정이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저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사람이에요.”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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