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이미선 퇴임 “헌재 결정 존중하면 헌법의 길 더 굳건해질 것”
문 대행은 이날 퇴임사에서 “헌법재판소가 헌법이 부여한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사실성과 타당성을 갖춘 결정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세 가지가 필요하다”며 ▶재판관 구성의 다양화 ▶깊은 대화 ▶결정에 대한 존중 등을 언급했다. 문 대행은 먼저 “집단 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다양한 관점에서 쟁점을 검토하기 위해 재판관 구성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며 “헌법 실무 경험이 많은 헌법연구관이나 교수에게도 헌법재판관이 되는 길을 터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문 대행은 이어 “재판관과 재판관, 재판부와 연구부, 현재의 재판관과 과거의 재판관 사이에서 더 깊은 대화가 필요하다”며 “여기엔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는 과정과 경청 후 자신의 의견을 수정하는 성찰의 과정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임기 말 역대 두 번째 대통령 파면 등 주요 사건을 압축적으로 겪은 문 대행은 “헌재 결정에 대한 학술적 비판은 당연히 허용돼야겠지만 ‘대인 논증’ 같은 비난은 지양돼야 한다”며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면 견제와 균형에 바탕한 헌법의 길이 더 굳건해질 것”이라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문 대행은 동료 재판관과 헌재 구성원에 이어 헌재 내 테니스·걷기 동호회원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이제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제 나름의 방식으로 헌재를 응원하겠다”며 퇴임사를 마무리했다. 이날 퇴임식엔 문 대행이 직접 전화해 초청한 85세 고교 은사도 참석해 제자의 퇴임을 지켜봤다.
이 재판관도 퇴임사에서 “헌법재판관으로 근무하며 마음속에 무거운 저울이 하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사건마다 저울의 균형추를 제대로 맞추고 있는지 고민했고, 때로는 그 저울이 놓인 곳이 기울어져 있는 건 아닌지 근심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 저울의 무게로 마음이 짓눌려 힘든 날도 있었지만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늘 경계하며 헌법재판의 기능이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 재판관은 이어 “좀 더 치열하게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헌법 질서 수호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동료 재판관과 헌재 구성원들에 공을 돌렸다. “국가기관은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 재판관은 “이는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이고 자유민주국가가 존립하기 위한 전제”라며 “헌법의 규범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헌재가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헌법 질서 수호·유지에 전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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