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싸움에 수차례 과방위 정회… 오요안나 유족 "정쟁화 원치않아"

윤유경 기자 2025. 4. 1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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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관련 질의
MBC 관계자 대다수 불참, 의원들 말싸움으로 수차례 정회
유족 "당 싸움으로 인해 우리 딸 이름 안 좋게 거론되는 것 싫어"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참고인으로 출석한 오 캐스터의 어머니 장연미씨는 “당(정당) 싸움으로 딸의 이름이 안좋게 거론되는 게 싫다”며 진실 규명에 힘써달라고 말한 뒤 눈물을 쏟았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며 숨진 고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 사건에 관해 질의하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의원들의 말싸움으로 오전 중 수차례 정회를 거듭했다. 증인 및 참고인으로 채택된 MBC 관계자들 대다수가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참고인으로 출석한 오 캐스터의 어머니 장연미씨는 “당(정당) 싸움으로 딸의 이름이 안좋게 거론되는 게 싫다”며 진실 규명에 힘써달라고 말한 뒤 눈물을 쏟았다.

18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는 오 캐스터 사건 관련 과방위가 채택한 증인 및 참고인 중 박미나 MBC 경영본부장, 강명일 MBC 제3노조위원장을 제외한 대다수 MBC 관계자가 불출석했다. 관련해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 현안질의는 고 오요안나씨의 비극적 사망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국민과 유족의 뜻으로 열렸다”며 “그런데 경영본부장 외에 박범수 보도국장 등 MBC 관계자가 대거 불참했다. MBC 측의 불참으로 진상규명의 길이 사실상 어려워진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기상캐스터는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증인 및 참고인 이석 등을 이유로 오전에만 오 캐스터 관련 질의를 진행하기로 한 가운데, 김장겸 의원은 “현안질의조차 오전에만 국한되고 있고 MBC 관계자들이 대거 불참한 상황에서 진실을 규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국회가 청문회를 통해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오 캐스터 관련 질의는 오전에 질문하기로 간사들이 합의한 내용이라고 말했고, 그럼에도 관련 논쟁이 이어지자 회의 시작 1시간도 채 되지않은 시점에 정회가 이뤄졌다.

두 번째 정회는 김현 민주당 의원과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의 말싸움 도중 이뤄졌다. 박정훈 의원은 질의 과정에서 “제대로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것은 MBC의 책임과 좌파언론들 집합체가 함께 움직인 결과이며 여기에 민주당 일부 의원이 동조하며 벌어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김현 의원 관련 슬라이드를 화면에 띄워놓았다. 김 의원이 유족에게 '왜 국민의힘 출신 변호사를 선임했느냐', '왜 극우신문이 (첫)보도를 했느냐' 등을 물었다는 일부 언론보도 관련해 유족에게 사실 여부를 묻는 질의였다.

이에 김 의원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반발했고, 박정훈 의원은 “유족에게 여쭤보는 것”이라며 “민주당 의원들이 진실 규명에 관심이 있냐”고 반박했다. 다른 의원들까지 논쟁에 가세해 언성이 높아지자 최민희 위원장은 오전 11시40분 경 다시 정회했다. 여당 간사인 최형두 의원이 “유족들이 있으니 그만하자”며 말렸으나 정회가 된 후에도 김 의원과 박 의원의 말싸움은 계속됐다.

이후에도 한민수 민주당 의원이 질의 도중 “아까 국민의힘의 한 의원이 민주당 동료 의원을 화면으로 띄워 불쾌했다”며 “국회의원들이 모여서 이걸 정쟁화시키려고 했다는 게 부끄럽다”고 말하자 박정훈 의원이 “한민수 의원이 부끄럽다”고 반발하며 또 두 의원의 말싸움이 이어지기도 했다.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참고인으로 출석한 오 캐스터의 어머니 장연미씨(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민주당·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복되는 말싸움으로 질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오 캐스터의 어머니 장연미씨는 “정치적으로 정쟁화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MBC와 정치권에 바라는 말'을 해달라는 박정훈 의원의 질의에 장씨는 “저희 딸이 최선을 다해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해결이 안된다고 생각하니까 죽음을 선택한 것”이라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당 싸움으로 인해 우리 딸 이름이 안좋게 거론되는 것도 싫다. 저희 딸은 너무 착하고 순수한 아이였다. 그냥 있는 그대로 사실만 밝혀진다면 부모로서 더이상 바랄 것은 없다. 진실을 규명해주시길 민주당, 국민의힘 모든 의원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우리 딸 좀 편하게 쉴 수 있게 도와달라”며 눈물을 쏟았다.

장씨는 “이태원, 세월호, 채상병 사건을 겪은 부모들을 볼 때 '저 엄마 아빠들 어떻게 살지'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그 당사자가 될 거라고 단 한 번도 생각도 안 해봤다. 근데 아이가 가고 보니까 그 부모님들 마음을 알 것 같다”며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지, 가장 사랑하는 내 딸이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는 이 상황이 숨쉬고 싶지 않고 따라가고 싶지만, 진실을 규명하고 남아서 해야할 일이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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