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가 퇴임사에서 언급한 기자 "문형배, 김장하 닮아가는 인생"
[지역언론인 인터뷰] 문형배 헌법재판관 "나보다 더 많이 날 기억하는 김훤주 선생 감사드려"
김훤주 전 경남도민일보 기자 "퇴임사 언급 생각지도 못해, 고맙다"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문형배 헌법재판관(헌법재판소장 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18일 임기 6년을 마치고 퇴임하는 가운데 문형배 재판관 퇴임사에 김훤주 전 경남도민일보 기자가 등장했다. 문 재판관은 퇴임사에서 가족과 동문 등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저에 관해서 가장 많은 글을 쓴, 저보다 더 제 자신을 많이 기억하고 있는 김훤주 선생을 비롯해 보이는 곳에서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를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훤주 전 기자는 이날 오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생각지도 못했다”며 “고맙다”고 답했다. 김 전 기자는 지난 2005년 3월~2006년 12월 창원지법을 취재하던 기자였고 문형배 판사는 2004년 2월부터 2007년 2월까지 창원지법 제2형사부와 제3형사부 부장판사로 근무했다.
김훤주 전 기자가 지난 2018년 6월29일 슬로우뉴스에 쓴 <문형배, 이런 대법관이 한 명 정도는 있으면 좋겠다>란 글을 보면 당시 기준으로 경남도민일보에 김훤주 기자가 쓴 창원지법 기사가 679개였는데 문형배 판사 관련 기사가 252개였다. 두 사람은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로 시작해 20년간 연을 이어온 '친구'다.
그는 2023년 12월 경남도민일보에서 정년퇴직했다. '한글세대를 위한 함안 금라전신록 산책', '가야로 가야지', '경남의 숨은 매력' 등 10여 권의 책을 썼고 현재도 SNS와 블로그 등에서 미디어비평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다.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문 재판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김 전 기자는 문 재판관에 대한 이야기들을 슬로우뉴스와 자신의 페이스북에 쓰고 있다.
최근 문 재판관이 '김장하 선생의 도움으로 판사가 될 수 있었다'고 한 과거 국회 인사청문회 발언이 주목을 받으면서 김장하 선생을 다룬 MBC경남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와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기자의 책 '줬으면 그만이지'가 재조명되고 있다. 김훤주 전 기자는 경남도민일보 출판국장 시절 책 '줬으면 그만이지'의 편집을 담당한 바 있다. 다음은 김훤주 전 기자와 일문일답이다.
-문형배 재판관 퇴임사에서 이름이 언급됐는데 퇴임사 봤나?
“아니 아직 못 봤다. 내가 언급될 게 있나.”
-아내와 가족, 동문과 같이 고마운 사람을 언급하면서 '김훤주 선생'이라고 표현을 했다.
“늘 (선생이라고) 그랬다. 고맙다.”
-소감을 듣고 싶다.
“뭐라고 해야 할까. 생각도 못한 일이라 갑자기 (무슨 말을 해야할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요즘 문형배 재판관 이야기를 글로 쓰고 있던데.
“창원지법 출입할 때 문형배 법관을 알고 나서 이런 일이 있었다. 보통 기자가 전화를 하지 취재원이 전화하는 경우는 없지 않나. 한 서너번 문 판사가 한밤중 11시 12시에 전화가 왔다. 재판 내용을 얘기하면서 '이 정도면 어느 정도로 판결을 해야 할까요?' 이런 식으로 몇 번 물었다. 난 법원 출입하는 기자로 판결에 영향을 끼쳐선 안 된다고 생각해 제대로 답을 못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판사는 법률에 매몰되는 경우가 있는데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서 여쭤봤다'고 하더라. 밤 11시 12시에 전화했다는 건 그때까지 고민하고 생각했다는 건데 '진심으로 재판을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취재원과 기자으로 만나 이후에도 관계가 지속됐나?
“기자나 법관이 서로 일 없이는 만나지 않는 사이다. 그런데 문형배라는 사람 인격에 반해 '우리 친구합시다'라고 했고 문 판사도 웃으면서 '그럽시다'라고 해 친구가 되긴 했지만 꼭 필요한 일 아니면 특별하게 연락을 하지는 않았다.”
-두 분이 같이 찍은 사진이 있나?
“당연히 없다.”
김훤주 전 기자는 지난 9일부터 '문형배 이야기'를 연재해 현재 6화까지 썼다. 5화 '지역법관' 편을 보면 1965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문 재판관은 1992년부터 줄곧 경남과 부산에서 판사생활을 했다.
문형배 재판관은 2019년 4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지방에 살아보니 지방에 거주하는 국민의 뜻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것을 자주 절감했다. 헌법은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과 지방자치,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지역경제 육성을 선언하고 있다. 헌법의 의지가 장식이 아닌 현실이 되려면 중앙의 권한을 지방에 넘기는 분권이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전 기자는 5화에서 “이른바 엘리트 법관의 출세 코스인 서울중앙지방법원·서울고등법원·법원행정처에서는 일한 적 없는 100% 지역법관”이라며 “서울이나 수도권 법관이라면 생각도 할 수 없는 얘기”라고 썼다. 지역신문 기자로서 서울 중심 권력을 좇지 않는 법관에 주목한 것이다.
-최근 문 재판관에 대한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문 재판관과 김장하 선생에 대한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오니 나도 손이 근질거렸다. 문 재판관은 자기가 드러나고 입에 오르내리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이야기는 한 사람이라도 더 알게 하는 게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해서 내가 아는 범위에서 쓰고 있다.”
-경남도민일보에서 같이 일하던 김주완 전 기자가 김장하 선생에 대한 책을 쓰기도 했는데.
“내가 출판국장으로 있어서 김주완 선배가 쓴 '줬으면 그만이지'의 편집 책임자였다. 편집을 맡아 꼼꼼하게 읽으며 문형배란 사람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문 재판관이 2019년 4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장하 선생이 없었으면 판사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을 했는데 뒤집으면 김장하 선생 덕분에 판사가 됐으니 자신을 후원해준 뜻을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문 재판관은 김장하 선생을 닮아가는 인생이고, 선한 영향력을 자신의 것으로 삼으려 평생 애를 썼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현재 6화까지 썼는데, 더 남았나?
“쓰다 보니 자꾸 나온다. 서너편 더 남았다.”
김훤주 전 기자는 '문형배 이야기'에서 민주주의자, 강강약약(강한자에게 강하게, 약한자에게 약하게), 법원주의자, 공엄사관, 지역법관, 보수주의자 등으로 문 재판관을 표현했다. 문 재판관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길 기대할까. 김 전 기자는 “기대는 없는데 무슨 일을 하든 잘할 거라고 생각해서”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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