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이미선 퇴임사 전문] "견제와 균형"... "주권자 명령"

오마이뉴스 2025. 4. 1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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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자]

▲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 퇴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정민
■ 문형배 재판관 퇴임사

저는 오늘 6년의 재판관 임기를 마칩니다. 여정을 같이 한 여덟 분의 재판관님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수석부장연구관을 비롯한 연구부 구성원 여러분, 그리고 처장님 차장님 기조실장님을 비롯한 사무처 구성원 여러분 덕분에 대과없이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우리 연하 선생을 비롯한 파워테니스 동호회 여러분, 심 총무를 비롯한 뚜동회 동호회 여러분에게도 특별한 감사를 드립니다.

이렇게 모였으니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이 부여한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사실성과 타당성을 갖춘 결정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가 보충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재판관 구성이 다양화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또는 다양한 관점에서 쟁점을 검토하기 위해서 재판관 구성의 다양화는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헌법실무 경험이 많은 헌법연구관이나 교수들에게 헌법재판관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둘째, 더 깊은 대화가 필요합니다.
재판관과 재판관 사이에서, 재판부와 연구부 사이에서, 현재의 재판관과 과거의 재판관 사이에서 더 깊은 대화가 필요합니다. 대화에는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는 소통의 과정과 경청 후 자신의 의견을 수정하는 성찰의 과정이 포함됩니다.

셋째로는 결정에 대한 존중이 필요합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서 학술적 비판은 당연히 허용되는 것이지만, 대인논증과 같은 그런 비난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흔히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는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고 대화와 타협에 의한 정치적 해결이 무산됨으로써, 이 부분이 비서실장이 고친 겁니다. 교착상태가 생겼을 경우, 교착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없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의 설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권한쟁의와 헌법소원과 같은 절차에서 사실성과 타당성을 갖춘 결정을 하고 헌법기관이 이를 존중하면 교착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견제와 균형을 바탕으로 한 헌법의 길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존중으로 더욱 굳건해질 것입니다.

요컨대 재판관 구성의 다양화, 더 깊은 대화, 결정에 대한 존중이 이루어진다면 헌법재판소가 사회통합의 헌법상 책무를 다할 수 있을 것입니다.

끝으로 아내 그리고 형님 동생을 비롯한 가족, 그리고 심성재 교장선생님, 그리고 고등학교 동문들, <생활법률상식사전>, 10만 부가 팔렸습니다. 그 책의 저자인 김용국 선생, 그리고 대법원의 전수진 사무관, 그리고 왔을지 안 왔을지 모르겠지만 온다고 했던 이광진 부장판사, 왔나요? 다 외워놨는데 안 오면 참(웃음). 그 다음에 또 뭐 제가 말해야 되는데 까먹은 분 없나요? 그리고 저에 관해서 가장 많은 글을 쓴, 그리고 저보다 더 제 자신을 더 많이 기억하고 있는 김훤주 선생을 비롯하여 보이는 곳에서,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를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서 제 나름의 방식으로 헌법재판소를 응원하겠습니다

2025년 4월 18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문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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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 퇴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입장하고 있다.
ⓒ 이정민
■ 이미선 재판관 퇴임사

존경하는 헌법재판소 구성원 여러분!

오늘 헌법재판관 임기를 마치고 퇴임인사를 드리는 자리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6년의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된 것은 성실하고 치밀하게 사건을 검토해준 헌법연구관들과 빈틈없는 행정, 아름다운 조경 관리, 철저한 청사 보안, 쾌적한 사무실 관리, 양질의 식사 제공 등으로 각자의 업무를 성실히 수행한 사무처 소속 직원들 덕분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비서실 직원들은 제가 오로지 재판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헌법재판관으로 근무하면서 마음속에 무거운 저울이 하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매 사건마다 저울의 균형추를 제대로 맞추고 있는지 고민하였고, 때로는 그 저울이 놓인 곳이 기울어져 있는 것은 아닌지 근심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저울의 무게로 마음이 짓눌려 힘든 날도 있었지만,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경계하면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헌법재판의 기능이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였습니다.

그리고 저의 한정된 경험을 잣대로 여러 영역에서 발생하는 기본권 침해 상황을 판단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도록 겸손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좀 더 치열하게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헌법재판소 구성원으로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헌법질서 수호에 기여를 하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며, 이는 모두 재판관님들을 비롯한 여러분들의 공입니다.

국가기관은 헌법을 준수하여야 합니다. 이는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이고, 자유민주국가가 존립하기 위한 전제입니다.

국가기관이 헌법을 준수하지 않고 무시할 때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질서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헌법의 규범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우리 헌법재판소가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헌법질서의 수호·유지에 전력을 다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지금의 제가 있게 된 것은 모두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저의 부족한 점을 이해해 주고 공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응원해 준 우리 가족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저의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입으신 분들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 헌법재판소를 떠나면서 제가 헌법재판소의 구성원이었음을 여러분이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을 약속드립니다.

존경하는 헌법재판소 구성원 여러분,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평온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25년 4월 18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이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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