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에 굳은살인 줄"…무심코 뜯었다가 가족까지 전염될 수도

박정렬 기자 2025. 4. 18. 10: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손이나 발에 오돌토돌하게 솟아난 피부 증상을 단순한 굳은살, 티눈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그대로 방치하거나, 약을 바르고 손톱깎이 등으로 살을 뜯는 '자가 치료'만 하다간 스스로는 물론 온 가족이 피부병에 걸릴지 모른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기는 '사마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유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봄철에는 등산, 운동, 나들이 등 야외 활동이 많아지면서 땀과 마찰, 미세한 피부 손상 등이 늘어나 사마귀 감염 위험도 증가한다"며 "단순한 티눈이나 각질로 오인해 자가 처치하기보다 조기에 전문의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염력 있는 피부질환
사마귀는 사람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HPV)가 피부의 미세한 상처나 균열을 통해 침투, 상피세포를 비정상적으로 증식시키면서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피부질환이다. 감염 후 수개월이 지나 눈에 띄는 경우가 많아서 감염 시점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티눈·굳은살과 증상이 유사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병변이 확산하거나 악화하기 쉽다. 주로 손과 발에 잘 생기지만 얼굴·몸통·두피 등 신체 모든 부위에 나타날 수 있다.
사마귀는 전염성 피부질환으로 직접적인 피부 접촉뿐 아니라 수건·신발·양말·매트 등 물건을 통한 간접 접촉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소아와 청소년은 더욱 취약하다. 타인을 감염시키는 것은 물론 환자 본인의 다른 신체 부위로 바이러스가 퍼지기도 한다. 티눈인 줄 알고 만졌다가 손발에서 얼굴·입술·귀까지 사마귀가 번질 수 있다는 뜻이다.
생식기사마귀도 존재해
사마귀는 종류에 따라 발생 부위와 원인이 되는 HPV 유전자형이 다양하다. 가장 흔한 보통사마귀는 HPV 1, 2, 4, 27, 57형 등에 의해 발생하며 주로 손가락, 얼굴 등에 나타난다. 편평사마귀는 HPV 3, 10, 28형 등이 원인이다. 피부에 편평하고 작게 솟은 병변이 무리 지어 발생하고, 얼굴이나 손등에서 많이 관찰된다. 손발바닥사마귀는 HPV 1형이 주요 원인이다. 체중이 실리는 부위에 발생해 통증을 유발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우유리 교수


성기나 항문 주위에 생기는 항문 생식기사마귀는 HPV 6, 11, 16, 18, 31, 33, 35, 42형 등이 원인이다. 일부 고위험군 HPV는 자궁경부암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험한 HPV는 보통 성관계를 통해 감염된다. 성 경험을 하는 나이가 빨라지고 성문화도 개방적으로 바뀌면서 환자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만큼 두드러기 등으로 오인해 성생활을 이어가다 감염이 퍼지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HPV 백신(자궁경부암 백신)은 손이나 발, 얼굴에 생기는 사마귀와 바이러스 종류 유형이 달라 주사를 맞아도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우유리 교수는 티눈, 굳은살과 사마귀의 차이에 대해 "각질층 내부에 점상 출혈이나 검은 점 형태의 모세혈관이 보인다면 사마귀로 의심해 볼 수 있다"며 "대부분 임상 양상으로 진단할 수 있지만 티눈, 굳은살 등과 구별이 어렵거나 병변의 성격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병리조직검사가 필요하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냉동치료·전기소작법 등 적용
사마귀는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손으로 긁거나 뜯는 행위는 병변을 악화하고 다른 부위로 확산할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 치료법은 냉동치료, 약물치료, 전기소작법, 레이저치료, 면역요법 등이 있으며 병변의 위치, 크기, 수, 환자의 연령, 면역 상태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냉동치료는 액화 질소로 병변 조직을 얼렸다 해동하는 과정을 반복해 제거하는 치료법으로 사마귀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된다.

사마귀의 완치율은 60~7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면역력이나 생활 습관에 따라 약 20%는 재발할 수 있어 치료 후에도 정기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소아의 경우 자연 소실되기도 하지만, 통증이나 감염 확산 우려가 있다면 적극적인 치료를 권장한다. 특히 발바닥처럼 체중이 실리는 부위에 생기면 걷기 등 이동이 불편하고 손이나 얼굴 등 노출 부위에 발생하면 미용상의 스트레스가 될 수 있어 치료하는 것이 좋다.

우유리 교수는 "사마귀는 전염성이 높은 질환인 만큼 병변을 만지거나 긁는 행동은 피하고 수건·슬리퍼 등 개인 생활용품은 구분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무엇보다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영양 섭취, 충분한 수면을 통해 면역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라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