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심근경색 엄마 구한 '초3 영웅'…119 신고 후 7분간 심폐소생술

신초롱 기자 2025. 4. 1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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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갈무리)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심폐소생술로 엄마를 살린 10세 초등학생의 사연이 뭉클함을 주고 있다.

16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경기도 부천 부원초등학교 3학년 정태운(9) 군이 출연했다.

정 군은 지난 1월 8일 오후 10시 20분쯤 부천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어머니 박금옥(48) 씨를 심폐소생술로 살렸다.

급성 심근경색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병으로, 골든타임 4분 안에 심폐소생술을 해야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

정 군은 "대화하다가 갑자기 엄마가 주방에서 쿵 소리가 났다. 거품 물고 누워 있었다"라며 긴박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그 이후에는 숨 쉬는지 확인하고 119에 신고해서 119 올 때까지 심폐소생술 했다. 그때 구급대원분이 숨을 쉬냐고 물어봤는데 안 쉬고 거품 물고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구급대원은 "태운 군과 통화했을 때 흥분해 톤이 높아지고 목소리는 커졌지만 환자가 심정지 상태라는 걸 확실하게 알려줬다"라고 했다.

정 군은 "엄마가 쓰러져 있어서 너무 무섭기도 했는데 그래도 침착하게 했다. 어린이집에서도 (심폐소생술을) 배웠고 태권도장, 학교에서 배웠다"고 했다. 9살 때까지 총 4차례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았다고.

유재석은 "엄마와 태운이만 집에 있었나?"라고 묻자 정 군은 "아빠랑 저랑 엄마랑 같이 있었다. 아빠는 놀라서 엄마 흔들면서 '왜 그러냐, 빨리 일어나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저는 그때 식당 주방에서 일하고 밤 10시 넘어서 들어왔던 것 같다. 아이 아빠는 건설업에서 일하느라 아침 일찍 나가시니까 잠든 사이에 일이 생겨서 잠결에 무슨 상황인지 모르고. 태운이가 아빠를 깨워서 일어나고 제가 쓰러져 있어서 아이 아빠도 놀랐겠죠. 생각도 안 나고 그냥 저만 불렀대요"라고 말했다.

어른들도 당황할 만한 긴급 상황에 119 신고까지 침착하게 한 정 군은 "주소는 치킨 시킬 때 외워뒀다"라고 말했다.

신고 후 구급대원이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7분이었는데, 정 군은 홀로 힘겹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어머니를 살려냈다.

유재석은 "어르들도 심폐소생술을 3분 이상 하면 굉장히 힘들다. 온몸의 힘을 다해서 압박해야 한다. 7분 넘게 심폐소생술을 하고 출동한 구급대원이 오셔서 제세동기를 이용해 호흡과 맥박이 돌아왔다고 한다. 구급대원분이 태운 군의 심폐소생술로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었다고 한다. 참 대단하다"며 놀라워했다.

구급대원은 "엄마를 살리려는 진정성 있는 마음 때문인지 온몸에 체중을 실어 압박하고 있었다. 사실 저희보다도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갈무리)

쓰러진 당일 박 씨는 호흡을 되찾았지만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중환자실에 입원, 닷새 만에 깨어났다.

정 군은 "병원에서 엄마를 봤을 때 어땠냐"는 물음에 "엄마한테 기계가 많이 달려 있어서 너무 놀랐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머님이 중환자실에 계실 때 어머니한테 일어나라고 얘길 했다고 한다. 계속 불렀더니 반응은 어땠냐"는 질문에는 "첫 번째 때는 반응 없다가 두 번째 면회할 때 '엄마 빨리 집에 가자, 엄마 나 안 보고 싶어?'라고 했더니 반응했다"고 회상했다.

박 씨는 깨어났던 순간에 대해 "아들이 '엄마 나 알아봐?' 하더라.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왜 몰라. 안다'고 하니까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알아보면 됐어, 의식 찾았으니까'라더라. 간호사들이 닷새 만에 깨어났다고 하더라. '예전에 좋은 일 많이 하셨나 봐요' 하면서 '아들 때문에 살았다고' 했다"고 말해 감동을 자아냈다.

이 일이 알려지면서 정 군은 심폐소생술 유공 표창을 받았다. 부천소방서는 지난달 정 군에게 상장을 수여하며 "신속하고 정확한 119 신고 및 심폐소생술로 어머니를 구한 태운 학생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r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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