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공연 ‘푸에르자 부르타 아벤’ & 연극 ‘코믹’…행복과 즐거움 감정을 극대화한 현장 [Editor’s View]
한국 관객 사로잡을 새 시리즈 ‘아벤’
푸에르자 부르타(Fuerza Bruta: 스페인어로 잔혹한 힘)는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열띤 퍼포먼스를 통해 폭발시키는 힘을 보여준다. 기본 형태는 오감을 자극하는 각종 사운드와 이미지 및 디지털 기술을 예술과 결합한 ‘인터렉티브 퍼포먼스(Interactive performance)’이자, ‘이머시브(Immersive)’형 공연이다. 벽, 천장 등 공연장 전체가 무대로 변신하고, 지정된 관객석이 없다 보니 관객 역시 프리스탠딩으로 자기가 서고 싶은 데 서서 배우들과 자유롭게 소통하고 함께 춤추며 공연을 완성한다.
정해진 틀에서 벗어난 획기적인 연출은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관객과 연기자들이 함께 호흡하고 공연을 관람하는 동안 촬영을 가능케 한 특징은 MZ세대의 취향을 사로잡아 SNS 채널에서 가장 핫한 공연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해외에서는 비욘세, 카니예 웨스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돈나, 주드 로, 존 레전드, 저스틴 비버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공연 관람이 잇달아 이루어질 정도였다.
지난 3월 ‘푸에르자 부르타’의 새로운 퍼포먼스 ‘2025 푸에르자 부르타 아벤-서울’(이하 ‘푸에르자 부르타 아벤’ 또는 ‘아벤’)이 공개됐다. ‘아벤’은 남미, 북미,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아시아에서의 공연은 한국이 처음이다.
‘푸에르자 부르타’는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모티브로 탄생한 극이다. 시리즈 ‘웨이라’가 슬픔, 절망, 승리, 환희 등 인간 본성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과 에너지를 발산해냈다면, 그에 이은 시리즈 ‘아벤’이 주목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끊어진 사람 간의 관계, 그리고 일상에서 느꼈던 행복감이다. ‘푸에르자 부르타 아벤’의 연출가인 ‘디키 제임스(Diqui James)’는 인간의 희로애락 공감에 중점을 뒀던 이전 시리즈에서 더 나아가, ‘아벤’에서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최고조의 행복과 기쁨을 만끽할 수 있도록 퍼포먼스를 구성했다.
‘아벤’ 시리즈 역시 ‘푸에르자 부르타’의 특징을 이어받아, 모든 공간을 무대로 활용해 예측할 수 없는 공연을 선보인다. ‘매직박스’로 불리는 스테이지에 들어가는 순간, 외부와는 단절된 색다른 경험이 기다린다. 사방의 벽을 둘러싼 은색 파도를 두 명의 배우가 와이어에 의존한 채 가로지르고, 강풍 터널 속에서 거꾸로 춤을 추듯 움직이기도 한다. 또 천장 아래 동그란 지구 조형물에 서 있는 배우들은 인간 본연의 교류의 의미를 전하듯 감각적인 퍼포먼스를 펼친다. 이처럼 14명 배우들의 쉴 틈 없이 몰아치는 강렬한 에너지, 감각을 깨우는 생생한 음악과 공중에서 펼쳐지는 대담한 연기가 백미다. 그 밖에도 물과 바람을 활용한 특수효과와, 지구, 고래, 나비 등 시선을 사로잡는 대형 조형물이 더해져 매 순간 오감 만족의 압도적인 퍼포먼스들이 등장한다. 6월 22일까지 성수문화예술마당 FB씨어터에서 진행된다.
주요 연출진 및 배우
-(파비오 에다르도 다퀼라 총괄 코디네이터) 스페인어로 ‘아벤’이라고 하지만, 영어식으로 하면 ‘에이븐’이라고 한다. 에이븐은 ‘헤븐(천국)’과 발음이 비슷하다. 아벤은 ‘헤븐’과 ‘어드벤처’를 합친 단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쇼를 보며 천국에 오른 듯한 극한의 해방감을 느낀다는 의미로 짓게 되었다.
Q‘아벤’이 이전 시리즈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배우 카밀라 타란토) 기존의 ‘웨이라’ 시리즈에서는 분노에 가까운 에너지를 발산했다면, 이번 ‘아벤’에서는 행복감, 에너제틱, 긍정적, 밝은 느낌을 느낄 수 있다. ‘웨이라’는 이에 비해 좀 더 어두운 면을 느낄 수 있었다.
Q충분한 퍼포먼스, 분위기로 공연을 즐기러 오는 MZ세대 관객들이 많은 것 같다. 극중 연출가 분들이 표현하는 스토리나, 메시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파비오 에다르도 다퀼라) 이 쇼는 젊은 층, MZ세대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처음 기획했을 때부터 남녀노소 모두에게 다가가는 쇼로 기획이 되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코로나 블루 당시 우리가 놓친 행복감을 불러들이는 느낌으로 제작되었다. 또 극은 남과 여, 성에 따라 주어지는 역할에 국한되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한다. 요즘 친구 간의, 가족 간의 소통할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이 쇼에서는 직접적인 소통, 사람과의 어울림을 경험할 수 있다.
Q 이전 ‘웨이라’에서는 대형 수조, 벽을 뚫는 남자 등이 인상 깊게 남았다. 이번 공연에서 주목할 만한 장면, 혹은 인상 깊게 봐줬으면 하는 무대가 있다면.
- (디에고 이그나시오 페르난데즈 마요라 무대감독) 전작과 비교해 바람이나, 고래 등 자연에서 따온 영감을 주는 요소들을 추가했다. 전작에서는 연기를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춤을 추는 부분들이 많다.
Q한국 관객들이 즐기기 위한 팁이 있다면?
- (디에고 이그나시오 페르난데즈 마요라) 공연을 보러 오시는 관람객들은 마음을 열고, 오늘밤 나는 자유를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해주셨으면 한다. 예를 들면 ‘불금’을 즐기자는 마인드로 참여해, 배우들과 소통하고 어우러져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맞으셨으면 좋겠다.
(※ 기사 내 인터뷰는 기자 간담회에서 나온 질의응답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한번 시원하게 웃어 넘기자”
서울시극단이 시즌 개막작으로 새롭게 선보인 코미디극 ‘코믹(Com!que)’은 독일 극작가 카를 발렌틴(Karl Valentin)의 여러 단편을 모아 번안한 극이다. 20세기 초 독일에서 활동한 희극배우이자 극작가인 카를 발렌틴은 현실 풍자와 유머를 결합한 독특한 스타일로 유명하다. 그를 원작으로 한국에서 새롭게 탄생한 ‘코믹’은, 프롤로그를 포함한 총 10개의 일상적인 에피소드를 통해 특유의 언어유희, 풍자, 반전, 그리고 인간의 어리숙함과 다양한 성격 간의 충돌,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빚어지는 웃음을 선보인다.
‘코믹’은 신체극의 선두 주자로 평가받는 임도완 연출이 참여해 각색, 음악까지 맡았다. 임도완 연출은 ‘스카팽’, ‘휴먼코메디’, ‘보이첵’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독특한 연극적 언어를 구축하며, 재치 넘치는 연출력과 신체적 표현을 강조한 무대로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받았던 바. 이번 ‘코믹’에서도 임도완 특유의 감각적인 연출은 한층 더 유쾌하고 즐거운 공연을 완성했다. 유머와 풍자를 담은 스토리에, 극중 대사와 움직임, 노래, 랩, 다양한 지역의 사투리를 맛깔나게 버무렸다.
극은 앙리 베르그송의 『웃음(Le Rire)』을 일부 차용한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병원이더래요’, ‘내 안경 어데 있노?’, ‘그거시 우정이랑가?’, ‘극장에 갈 채비’ 등 9개의 에피소드로 이어진다. 총 8명의 배우는 무대에서 한 번도 내려가지 않고 10가지 에피소드 속 30개의 역할을 소화해낸다. 슬랩스틱을 통한 가장 원초적인 웃음부터 소소한 웃음, 쓴 웃음, 말맛을 살린 웃음, 실수처럼 벌어지는 상황에서 선사하는 황당한 웃음 등 각 에피소드마다 ‘종합선물세트’ 같은 웃음으로 관객들과 다양한 교감을 시도한다.
‘코믹’은 연극 ‘스카팽’에서 몰리에르 역을 맡아 자연스럽고 몰입도 높은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 성원, ‘십이야’ 등에서 작품마다 개성 있는 연기와 신체 표현을 통해 그 매력을 유감없이 드러낸 배우 구본혁 등이 서울시극단의 관록파 배우 김신기, 이승우와 함께 출연한다. 4월 2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 각 장면별 다양한 웃음이 나온다. (그 속에서) 관객들이 살아온 여러 가지 삶을 반추하며, 생각과 동일할 땐 웃음, 쓴웃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같은 부분에서 모두가 크게 웃지 않더라도,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으니 자신만의 코드를 가지고 웃으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Q전국 사투리에 이어 북한 사투리, 영어, 일본어, 마지막엔 랩까지 등장했다. 원작에서 언어적 유희를 발견하고 연출을 한 것인가.
- 번역된 원작을 봤을 때 언어 유희가 많지 않았다. 전하고자 하는 건 명확하게 써 있었다. 번역하신 분의 후기를 읽어봤는데, 원작자 카를 발렌틴도 이 공연을 할 때 독일어 사투리를 사용했다고 한다. 내 생각과 비슷한 점이 있었다. 말을 있는 그대로 올려 놓으면 리듬감이 살 것 같지 않았다. 팔도 사투리를 쓰면 친근감 있게, 성격을 드러내기 좋을 거 같았다. 은율, 리듬감에 더해 인물이 우리들의 가까이 있는 것처럼 밀접하게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착안을 했다.
Q 수미상관의 형식으로 극의 프롤로그와 끝에 “괜찮다”는 대사가 등장하는데.
- 말에 권세가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스스로 “괜찮다”고 반복해 말하면 모두가 괜찮아질 거 같았다.
Q ‘코믹’의 여러 형식은, 연극이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에겐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요소도 있을 수 있다. 연극을 처음 접하거나, 호기심을 가진 관객들에게 이 극에 대해 소개하자면.
- 이 작품을 만들며, 희극 배우가 나와서 실수를 할 때 관객들이 미소를 짓고 웃는다. 거꾸로 얘기하면 관객들도 그런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공감하고 웃게 된다. 무대 위 모습이 우리 일상적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코미디는 어떤 면에서는 그 사람한테 비극이지만 보는 사람에겐 희극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남을 봤을 때 아찔한 비극도 어쩌면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어떤 것이 될 수 있다. 이 극을 보고 곰곰이 생각하는 지점이 많을 거라 생각된다. 그런 생각을 남기는 지점이 된다면 좋겠다.
(※ 기사 내 인터뷰는 기자 간담회에서 나온 질의응답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사진 크레센트엔터테인먼트, 세종문화회관, 이승연]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76호(25.04.22) 기사입니다]
Copyright © 시티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