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인하용 카드' 알래스카 LNG 개발 타진…日 협상에 신중론도

여동준 기자 2025. 4.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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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공사, 알래스카 측과 화상회의
투자 실패시 미수금 등 재무 리스크
"日 결정 시 자료 공유 요청 방법도"
"재무 상황과 사업성 고려해 검토"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나입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과 회담하기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4.15.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꺼내든 관세조치로 글로벌 통상 환경이 큰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관세율 조정을 위한 협상의 막이 올랐다.

우리 정부도 다음 주 경제·통상 수장의 미국행을 기점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관세 인하를 위한 협상 카드 중 하나로 꼽히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과 관련해서도 본격적인 타진에 나섰다.

17일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미국 알래스카가스라인개발(AGDC) 측과 화상회의를 실시하면서 본격적인 접촉을 개시했다.

미 행정부는 지난 9일 우리나라에 대한 상호관세 25%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상호관세가 효력을 발휘한 직후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 대한 관세를 90일 유예하면서 정부로서는 협상의 여력이 생겼다.

미국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인도·호주·영국 등 5개국을 협상 최우선 대상으로 두고 무역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공표했다.

우리 정부로서는 관세와 방위비 분담금 등을 연계하는 통상·안보 패키지 딜을 제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방위비 분담금 외에 우리 측이 제시할 수 있는 협상 카드로 조선업 협력과 알래스카 LNG 사업 투자가 언급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8일(현지 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알래스카 석유-천연가스 개발 사업이 한국과 일본 등과의 관세 협상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가스공사가 알래스카 측과 화상회의를 진행한 것도 관세 협상을 위한 포석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날 화상회의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가스공사 측은 "실장급 이하의 실무진 수준에서 통성명 수준의 인사를 나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알래스카 LNG 사업과 관련해 우리 측이 제시할 수 있는 카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알래스카 LNG 시설을 건설하는 단계부터 적극 투자하는 방법이다. 가스관 등 인프라 구축부터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사업이 성공할 경우 더 큰 지분을 차지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수십년 동안 구상만 된 사업이기 때문에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사업 실패에 따른 위험도 함께 져야 한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사업 성공 시 LNG 수급 계약을 맺는 방안도 꼽힌다. 이는 상대적으로 리스크를 줄이는 안정적인 방안일 수 있지만 미국 입장에서 관세율 인하나 관세 취소에 고려할 정도의 수준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아직 미국 측은 구체적인 제안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아직 미국의 구체적인 그림이 나와있지 않고 정부의 입장도 정해진 게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매우 큰 사업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백철우 덕성여대 교수는 "실제 공사를 착수한 뒤 가스가 우리나라까지 오려면 거의 10년은 걸린다고 한다"며 "그 사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의 정치적 상황이 바뀌어 사업 자체가 좌초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난 2011년에도 관련 사업이 진행되다가 LNG 가격이 떨어지자 사업성이 악화돼 사업이 철수되기도 했다"며 "미국 측과의 협상에는 성실하게 응하되, 매우 신중하게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와 함께 미국으로부터 알래스카 투자 권유를 받고 있는 일본의 결정을 참고해 우리나라의 투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구기보 숭실대 교수는 "만일 일본 측이 투자를 결정하게 된다면 분석 내용 등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할만한 가치가 있다"며 "(일본이 투자하기로 결정한다고 해도) 자료를 공유 받아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타당한지 따져본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 맹목적으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백 교수도 "일본과 보조를 맞춰야지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앞서 나갈 일은 전혀 아니다"라며 "일본의 뒤를 따라가는 전략이 밑지는 장사를 하지 않을 안전한 방법으로 보인다"고 했다

가스공사는 막대한 미수금 등 재정 문제가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해 사업성을 따져본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가스공사는 지난 연말을 기준으로 14조원에 달하는 미수금에 시달리고 있다. 가스공사는 가스를 구매 가격보다 싸게 팔 경우 그 차액을 향후 받을 수 있는 자산인 미수금으로 분류하는데, 사실상 부채 성격을 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미국 측으로부터 기본적인 자료조차 제공받지 못했다"며 "향후 재무 상황과 사업성 등을 고려해 투자 여부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뉴시스] 한국가스공사가 지난해 당기순이익에도 불구하고 약 14조원에 달하는 미수금을 고려했을 때 조속한 미수금 해소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사진=가스공사 제공) 2025.03.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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