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되고 싶다면, 이 질문에 답해보세요
[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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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공에 오른 고진수 세종호텔 앞 철탑에 고진수 지부장이 올라있다. |
ⓒ 전병철 |
윤석열 정권 전에도 투쟁했고, 윤석열 정권 후에도 투쟁을 이어가야 하는 사람들은 대선 출마자를 바라보며 어떤 마음을 갖고 있을까? 이들은 새로운 대통령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 긴 시간 거리에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 울산, 부산의 해고자를 만나서 물었다.
[고진수] 새로운 대통령은 누구에게 충성할 것인가?
저는 서울 명동역 10번 출구 앞 철탑 위에 있습니다.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의 지부장, 고진수입니다. 2021년 12월, 세종호텔이 저와 저희 조합원들 12명을 해고해서 현재 복직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고공농성 59일 차(2025년 4월 12일 기준)입니다. 문재인 정권에서 시작한 복직 투쟁이 윤석열 정권을 넘어, 새로운 정권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이재명 예비후보님, 입장을 밝혀주십시오
많은 사람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2017년 박근혜씨 탄핵 때, 여러 투쟁 사업장이 모여서 공동투쟁을 했는데 세종호텔지부도 함께였습니다. 그 당시에 이재명 예비후보(당시 '성남시장')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이 후보가 정부청사 앞 천막에 찾아왔습니다. 당시에 박근혜 정권에 대한 비판은 했지만, 비정규직 제도와 정리해고에 대해선 꽤 생각이 달랐습니다. 실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이 후보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만나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만나면서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후보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재명 예비후보님,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서민에게 충성하실 겁니까? 기업에게 충성하실 겁니까? 명확히 입장을 정해주십시오.
이재명 예비후보는 윤석열 정권과 검찰로부터 많은 탄압을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과 검찰로부터 탄압을 더 많이 받은 건 노동자이고, 기업한테 생존의 위협을 받는 게 노동자의 일상인 걸 이 후보가 알면 좋겠습니다. 이 후보가 '깊고 깊었던 겨울을 국민이 깨고 나오는 중으로, 따뜻한 봄날을 꼭 함께 만들었으면 한다'면서 출마 선언했는데, 장기 투쟁 노동자는 여전히 겨울의 한복판에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대통령이 투쟁 사업장 해결해야 합니다
새로운 대통령은 투쟁 사업장을 꼭 해결해야 합니다. 투쟁 사업장은 그저 하나의 사업장이 아닙니다. 투쟁 사업장에서 겪는 부당해고, 부당징계 등이 얼마나 많은 사업장에서 일어납니까. 그런데 대부분 억울하다고, 아프다고 말 한 번 못 하고 포기합니다. 투쟁 사업장은 아프단 말도 못 하고 떠난 사람들을 대리하는 곳입니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새로운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투쟁 사업장으로 대표되는 모든 노동자에게 미래가 달라질 거라는 비전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런 고통을 겪는 노동자가 더 확산되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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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진 중 발언하는 안미숙 안미숙 대표가 행진 중 발언하고 있다. |
ⓒ 정남준 |
저는 울산에서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불법파견, 해고 투쟁하는 안미숙입니다. 2024년 대법원의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선고 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업체 중 '이수기업'은 폐업했습니다. 저를 비롯한 이수기업 소속 노동자들은 모두 해고됐습니다. 저는 오랜 시간 불법파견 투쟁을 했고, 지금은 해고 투쟁까지 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사퇴를 권합니다
12.3 계엄 직후 울산에서도 탄핵 촉구 집회가 열렸습니다. 저희 이수기업 해고자들도 집회가 열린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매일 집회에 참여하며 '윤석열 탄핵'을 주장했습니다. 그 덕에 울산 시민들에게 저희 투쟁도 꽤 알렸습니다.
계엄을 빼고 말해도, 윤석열씨는 대통령을 할 자격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 없이 기업은 없습니다. 노동자 없이 국가도 없습니다. 그런데 윤씨는 기업과 국가를 굴리는 노동자는 존중하지 않았습니다.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습니다. 이번 대선 출마를 결심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같습니다.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사퇴를 권합니다. 새로운 대통령은 노동자를 존중해야 합니다.
부당함을 겪고, 목격하는 게 일상
얼마 전에 조카가 황당한 이야길 들려줬어요. 제 조카가 이번에 6개월짜리 인턴을 지원해서 마지막 면접만 남았다고 하더라고요. 축하한다고, 인턴이면 월급을 얼마나 주냐고 물으니까, 안 준대요. 대신 6개월간 일하면서 스펙을 쌓는 거래요. 듣고 있는데 '한국... 기가 막힌다' 싶더라고요. 스펙을 미끼로 '공짜 노동'을 시키는 거잖아요. 누군가는 '그런 데는 가지마'라고 하지만, 안 갈 수도 없어요. 청년 세대 사람들이 몰라서 그런 곳에 가는 거 아니잖아요.
비슷한 일 하나 더 말할게요. 어제 은행 가서 업무를 보고 왔어요. 직원이 친절하고 좋았어요. 어제 깜박한 게 있어서, 오늘도 같은 은행을 갔어요. 기왕이면 같은 직원한테 받으려고 찾으니까, 계약 기간이 어제까지라서 오늘 '계약 해지'됐다는 거예요. 황당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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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진하는 서면시장번영회지회 서면시장번영회지회가 행진을 하는 중 허진희 조합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
ⓒ 정남준 |
저는 부산에서 부당해고 철회, 체불임금 지급, 노동조합 인정,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로 투쟁하고 있는 서면시장번영회지회 조합원 허진희입니다. 2021년 4월 29일, 9명 조합원이 힘을 합쳐 투쟁을 시작했어요. 투쟁 시작 이틀 후, 저희 지회장님이 해고됐어요. 1400일이 넘게 싸우면서 조합원은 두 명으로 줄었지만 계속 싸우고 있습니다. 저희는 투쟁 중에 사측한테 맞은 적도 있고 여러 법적 소송도 진행했습니다.
폭군이 되지 마세요
계엄 이후 서면시장 건너편에서 탄핵 광장이 열렸어요. 지회 집중 선전전이 수요일이라서, 저희도 매주 수요일 함께 했어요. 구호도 외치고, 발언도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니까 좋았어요.
저는 정치를 잘 몰라요. 하지만 대선 출마를 결심한 사람들한테 하고 싶은 말은 있어요. '폭군은 되지 말아주세요.' 윤석열 전 대통령은 폭군이었다고 생각해요. 노동자를 무시하고, 노동조합 차별을 강화했고, 계엄을 선포했어요.
대통령이 노동자를 무시하면, 회사는 노동자를 더 무시해요. 대통령이 노동조합을 탄압하면, 회사는 노동조합을 더 탄압해요.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제가 지켜본 바로는 대통령이 제일 먼저 탄압하는 게 노동자더라고요. 그래도 이번 탄핵 광장이 알려준 게 있어요. '노동자가 앞장서서 싸우고, 시민은 언제나 우리 곁에서 함께 싸운다.' 만약 새롭게 당선되는 대통령이 노동자를 탄압한다면, 노동자와 시민은 분명 다시 싸울 거란 걸 말하고 싶어요.
노동자가 원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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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잡고 행진 중인 허진희 조합원과 안미숙 대표 서면시장번영회지회 행진에서 안미숙 대표와 허진희 조합원이 손을 잡고 있다. |
ⓒ 정남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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