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 ‘막후 정치’ 집어치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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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일주일 만에 서울 한남동 관저를 떠났다.
전직 대통령이 대통령 관저를 무단 점거하고 여권 인사들을 만나며 영향력을 과시하더니, 자택으로 돌아가서도 '막후 정치'를 이어갈 뜻을 거듭 밝혔다.
4월4일 오전 11시22분을 기해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었는데도, 그는 이렇다 할 설명도 없이 일주일 동안 관저에 계속 머물렀다.
윤상현 의원은 파면 당일부터 윤 전 대통령을 여러 차례 만났다고 스스로 밝혔고, 지난 9일엔 탄핵 반대 선봉에 섰던 전한길 한국사 강사가 관저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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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일주일 만에 서울 한남동 관저를 떠났다. 전직 대통령이 대통령 관저를 무단 점거하고 여권 인사들을 만나며 영향력을 과시하더니, 자택으로 돌아가서도 ‘막후 정치’를 이어갈 뜻을 거듭 밝혔다. 헌법을 위반하고 국민의 신임을 배반해 파면당한 대통령이라는 현실은 망각한 것 같다.
윤 전 대통령은 11일 변호인단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국민 여러분과 제가 함께 꿈꾸었던 자유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위해, 미력하나마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며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나라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겨울에는 많은 국민들, 그리고 청년들께서 자유와 주권을 수호하겠다는 일념으로 밤낮없이 한남동 관저 앞을 지켜줬다”며 “추운 날씨까지 녹였던 그 뜨거운 열의를 지금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까지 대국민 사과 대신 지지자들에게만 감사 인사를 전한 것이다. 그는 관저를 떠날 때도 정문에서 걸어 나와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하거나 포옹하며 인사를 나눴다. 활짝 웃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고, 차를 타고 떠나는 순간까지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서초동 자택에 도착해서도 지하 주차장이 아닌 아파트 입구에서 내려 금의환향한 것처럼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나라를 혼돈 속에 몰아넣은 대통령이라고 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그가 지난 일주일간 보인 행태 또한 일반 국민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4월4일 오전 11시22분을 기해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었는데도, 그는 이렇다 할 설명도 없이 일주일 동안 관저에 계속 머물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택 수리 등의 사유를 설명하며 파면 이틀 만에 퇴거한 것과 비교해도 전례 없이 무도한 일이다. 파면 뒤에도 거의 매일 외부 인사들을 불러들여 식사를 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인터넷 매체 ‘뉴탐사’는 파면 사흘 뒤인 7일 오후에 조리사로 보이는 여러 명이 대통령 관저에서 이동하는 모습 등을 공개하며 ‘윤 전 대통령이 세금으로 환송 파티를 하고 있다’고 했다. 전직 대통령에 불과한 민간인이 공적인 공간을 불법으로 점유하며, 사적 용도를 위해 국민의 세금을 낭비한 것이다.
무엇보다 파면 대통령이 여권 인사들을 메신저 삼아 ‘관저 정치’에 몰두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당을 중심으로 대선 준비를 잘해서 꼭 승리하기 바란다”고 했다. 윤상현 의원은 파면 당일부터 윤 전 대통령을 여러 차례 만났다고 스스로 밝혔고, 지난 9일엔 탄핵 반대 선봉에 섰던 전한길 한국사 강사가 관저를 찾았다. 이들을 통해 메시지를 전해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한 것이다. 특히 그는 노골적으로 당내 경선에 개입하고 있다. 그는 경선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통화하고,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관저에서 만났다. 김 장관에게는 “잘해보라. 고생 많았다”고 격려하고, 이 지사에게는 “사람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볼 것은 충성심”이라고 했다고 한다. 나경원 의원은 별도로 불러 대선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의 ‘윤심 팔이’ 행태도 부적절하지만, 관저에 들어앉아 막후 실력자인 양 행세한 윤 전 대통령의 행태야말로 비판받아야 한다.
그가 입장문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언급한 것을 보아, 자택으로 돌아가서도 국가의 원로인 양 행세할 것으로 보인다. 극렬 지지자들을 결집시켜 여당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내란죄 재판의 ‘방패막이’로 활용할 공산이 크다. 더 이상 국민을 모독하지 말고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이자 파면 대통령이라는 처지부터 자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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