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은, 지질해도 괜찮아요 (보이넥스트도어 : 오늘만 I LOVE YOU) [오늘 추천곡입니다만]

양형모 기자 2025. 4. 1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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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언제나 미련하다.

보이넥스트도어의 〈오늘만 I LOVE YOU〉는 그 미련의 한복판을 아주 지질하게 노래한다.

보이넥스트도어는 이번에도 '어린 척' 하지 않는다.

몸이 움직이면 마음이 덜 아프다는 걸, 보이넥스트도어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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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넥스트도어 ‘오늘만 I LOVE YOU’ MV
이별은 언제나 미련하다. 깔끔한 마침표로 끝나는 이별은 없다. 비문처럼 흐릿하게 번지고, 덜컥 눌러버린 “보내기” 버튼처럼 되돌릴 수 없다.

보이넥스트도어의 〈오늘만 I LOVE YOU〉는 그 미련의 한복판을 아주 지질하게 노래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듣고 나면 조금 웃긴다. 조금 따뜻하다. 그리고, 조금 괜찮아진다.

“추억 팔아서 곡이나 쓰는 건 딱 죽기보다 싫은데”라며 손사래를 치지만, 사실 이 노래는 그 ‘딱 죽기보다 싫은’ 감정으로 만들어졌다. 이별의 후일담을 팔아먹고 있는 이 가사 속 화자는, 결국 가장 솔직한 본인의 마음을 내놓고 만다.

세탁기는 한껏 물먹은 빨래를 토해내고, 기타는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방 한 켠에 처박혀 있다. 창밖의 벚꽃은 제멋대로 피고, 머리는 붕 떠 있다. 고작 몇 줄의 노래가 이토록 ‘지금 내 상태’를 정확히 말해줄 줄은 몰랐다.

보이넥스트도어는 이번에도 ‘어린 척’ 하지 않는다. 대신 ‘어린 마음’ 그대로 말한다. ‘남자애’ 여섯이 밤새 벌이는 수다의 시간. 그 밤의 끝에 이르러서야 결국 이 말이 나오고 만다. “야… 나 아직도 걔 못 잊었나봐.” 그리고 그 침묵을 깨는 누군가의 멜로디. “오늘만… I love you.”

이 노래는 슬프다. 그런데 이상하게 춤추고 싶어진다. 기타 대신 턴테이블을 돌리고, 눈물 대신 스텝을 밟는다. 몸이 움직이면 마음이 덜 아프다는 걸, 보이넥스트도어는 알고 있다.

뮤직비디오에선 주인공 소년이 고백 실패 후 여섯 개의 인격으로 분열된다. 멤버들은 각자 그 인격을 연기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모두, 이별 후에 열두 명쯤 되는 나 자신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셈이다. 그 중 하나가 용기내어 말한다. “말하고 후회하면 좀 괜찮을까?” 그 목소리가 마음에 닿는다. 그래. 오늘만큼은, 그래도 되겠지.

오늘의 한줄 기타를 내려놓아도, 말해버리고 후회해도, 오늘만큼은 당신의 미련을 탓하지 마세요. 그건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서 피어난 가장 솔직한 감정이니까요.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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