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에 첫 월세 60%? 5년 전에도 '월세 시대'였다 [분석+]

최아름 기자 2025. 4. 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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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마켓분석
국토부 2월 주택통계 분석
1~2월 월세 60% 넘었지만
새로운 거래에 한정한 통계
실제 거주 현실은 이미 달라져
2019년 월세 비중 60% 넘어
이미 점진적으로 있었던 변화

전세의 월세화. 이젠 익숙한 단어다. 목돈을 보증금으로 월 임대료 지출을 줄이는 전세가 줄었다는 거다.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했다면 한국경제에 좋은 소식이 아니다. 가처분소득이 감소했음을 시사해서다. 이 때문에 '임대차2법 때문에 전세의 월세화가 빨라졌다'는 주장은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2019년 이미 전체 임대 주택 중 월세는 60% 이상이었다. [사진 | 뉴시스]

임대차 시장의 주류는 이제 월세다. 전세보다 월세가 더 많아졌다는 건데,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통계가 가장 정확하겠지만 '최근 5년 새 발생한 일'이란 주장이 지배적이다. 일단 이 주장부터 분석해보자.

국토교통부의 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2025년 1~2월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 비중이 처음으로 61.4%를 기록했다. 사상 첫 60%대다. 임대차 거래 10건 중 6건 이상이 월세라는 거다.

수많은 언론은 이 비중의 함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파트 월세 비중은 2021년 41.7%에서 2022년 47.1%, 2023년 55.2%로 계속해서 커졌다. 올 1~2월에 60%를 넘었다는 건 4년 만에 월세 비중이 20%포인트 가까이 커졌다는 얘기다…."

2020년 7월 '임대차2법(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안)'의 시행을 전월세 역전현상의 분기점으로 판단한 셈이다.[※참고: 임대차2법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두가지를 말한다. 임대차2법이 만들어지면서 임대차 계약을 갱신할 때 기존 임대료의 5% 이내에서만 올릴 수 있는 한계선이 생겼다.]

전세보다 월세가 더 많다는 건 거시경제 입장에선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삶이 팍팍해진 세입자가 늘어났다는 뜻이어서다. 월세 세입자는 매월 주거비를 내야 하기 때문에 가처분소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럼 전세의 월세화가 가혹화한 이유는 뭘까. 보수적 관점을 가진 부동산 전문가와 집주인들은 그 원인으로 임대차2법을 꼽는다. "계약갱신청구권을 1회 보장하고(2+2년), 전월세 갱신시 임대료 상한을 5% 이하로 못 박은 탓에 전세매물이 가파르게 줄어들었고, 그 결과 월세가 늘어났다"는 거다. 정말 그럴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세가지 항목을 살펴봐야 한다.

■ 이유➊ 계약시점 =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2월 주택통계(월세 비중 61.4%)'를 다시 보자. 여기서 '2월 주택통계'의 대상은 '1월과 2월에 이뤄진 거래'다. 1ㆍ2월에 거래된 임대차 주택 중 월세가 61.4%였다는 거다.

당연히 전체 시장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지표라고 볼 수도 없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전월세의 역전 현상을 논하기엔 전월세의 계약주기가 너무나 다르단 점이다. 전세계약 주기는 일반적으로 2년이다. 2년 계약이 끝난 후 새 계약을 체결하는 게 기본이다. 월세는 다르다. 계약 주기가 통상 1년이다.

이를 기준으로 세입자 A씨가 2년간 한집에서 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전세라면 A씨는 딱 1번 계약했을 거다. 월세라면 그렇지 않다. 재계약을 한번 하고, 두번째 계약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전세와 월세는 똑같은 집에 살아도 거래량이 다를 수밖에 없다. 월세 거래량이 많은 가능성이 높은 태생적 이유다.

■ 이유➋ 역전의 시점 = 두번째 확인해야 할 항목은 '전세의 월세화'가 발생한 시점이다. 임대차2법의 영향을 강조하는 쪽에선 '전세의 월세화'가 임대차2법 이후 심화했다고 본다.

과연 그럴까. 임대차 2법이 시행된 2020년 7월 이전의 데이터를 확인해보자. 기준은 특정 시점의 '거주형태'를 파악하는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삼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월세 비중은 임대차 2법이 시행되기 1년 전인 2019년에 이미 60.3%에 달했다. 올 1~2월에 월세 비중이 60%를 사상 처음 넘어선 게 아니란 거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2월 25일 있었던 임대차법 개선 방안을 제안하는 좌담회에서 "각각 신규 거래와 주거 상태를 기준으로 삼은 주택 통계와 인구주택총조사는 다른 결과를 내놨다"며 "월세 비중이 임대차2법에 커졌다고 보기엔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이미 2015년 전월세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시장의 일부만 보고 결론을 내려선 안 된다는 거다.

■이유➌ 거래량과 신고 = 마지막으로 살펴봐야 할 건 신고와 월세의 상관관계다. 2020년 7월 임대차2법 시행 당시 또 하나의 법안이 함께 시행됐다. 전월세 신고제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보증금 6000만원 이상 월 임대료 30만원 이상의 모든 전월세 거래는 신고해야 한다. 미신고시 과태료를 부과한다." 강제적으로라도 월세 자료를 확보해 임대차 시장의 투명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게 법의 취지였다.

이를 반대로 돌려보면, 2020년 7월 전까진 신뢰할 만한 '월세 통계'가 전무했음을 시사한다.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임대차 거래 자료를 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사진 | 뉴시스]

확정일자란 특정 문서의 효력을 나타내는 인증을 공공으로부터 받는 절차다. 월전세 거래는 보증금 반환에 안전장치를 걸기 위해 '확정일자'를 받는 경우가 잦았지만, 월세는 그렇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임대차 신고제가 시행된 후 더 많은 '월세 거래'가 통계에 잡혔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월세가 늘어났을 수도 있지만, 월세의 현실이 통계에 반영되면서 일종의 '착시현상'이 나타났을 수 있다는 거다.

익명을 원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월세 거래는 원래 거래 신고 대상도 아니었고 신고도 잘 안 했다"면서 말을 이었다. "법이 바뀌면서 월세 신고를 하는 경향이 생겼다. 그러다보니 잘 보이지 않던 월세 거래가 더 눈에 띌 수 있다. 그 때문에 나타나는 착시현상에 현혹돼선 안 된다."

언급했듯 월세 비중이 커졌다는 건 좋은 신호가 아니다. 전월세 통계를 면밀하게 분석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통계의 값은 기준 하나만 바꿔도 달라진다. 그래서 정책을 펼 땐 여러 통계를 살펴보고, 그 함의를 해석해야 한다. 지금 월세 거래량을 그런 관점에서 따져봐야 할 때다. 임대차2법과 전월세 신고제가 맞물려 있으니, 그럴 때도 됐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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