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독단적 용산행의 부산물 : 혈세 1883억원의 '매몰' [추적+]

강서구 기자 2025. 4. 1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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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대통령집무실과 나랏돈 증발
갑자기 늘어난 청와대 방문객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급증해
차기 정권 ‘청와대 재입성론’ 탓
용산 ‘대통령 집무실’서 이전할까
독단적 용산행 결정했던 윤 정부
대통령집무실 이전비 832억원
혈세 매몰비용으로 사라지나

832억1600만원.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사용한 대통령집무실 이전 작업에 투입한 혈세다. 여기에 청와대 개방에 사용한 예산도 1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문제는 이렇게 큰 나랏돈을 파면된 대통령의 '독단적 결정'에 따라 집행했다는 점이다. 대통령집무실 이전론이 다시 부상한 지금, 이 문제를 어떻게 논의해야 할까.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사용한 혈세는 832억원이 넘는다.[사진|뉴시스]

대통령 파면이 결정된 4일. 공교롭게도 이날을 기점으로 청와대를 찾는 방문객이 급증했다. 청와대재단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첫 주말인 지난 5~6일 청와대를 방문한 사람이 1만6038명(5일 5324명+6일 1만714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일주일 전 주말인 3월 29~30일 방문객 1만786명보다 48.6%나 늘어난 수치다.

청와대 방문객에 때아닌 관심이 쏟아진 이유는 따로 있다. 조기 대선의 막이 오르면서 '청와대 재입성론'이 화두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청와대를 마음대로 찾아가기 어렵겠다"는 사람들의 생각이 '방문 수요'를 키운 셈이다.

다만, 이 지점에선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게 있다. 대통령이 다시 청와대를 사용한다면 지금까지 용산 대통령실에 투입한 혈세가 '매몰비용'으로 전락한다는 점이다. 대통령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긴 게 파면된 대통령의 독단적 결정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려할 점이 숱하다.

그럼 대통령집무실의 용산행에 들어간 혈세는 어느 정도일까.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2022년에만 집무실 이전 비용으로 650억원을 썼다. 그 이후 2024년까진 182억1600만원을 더 사용했다. 이렇게 쓰인 예산만 총 832억1600만원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대부분 예비비에서 지출했다(그림➊).

한편에선 "청와대 개방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를 감안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론을 펴고 있지만, 턱도 없다. 정부는 당초 청와대를 개방하면서 연 2000억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복궁을 찾는 연 300만명이 청와대를 방문한다면 인근 상권의 소비가 늘고,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계산했다.

하지만 이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개방 첫해인 2022년 480만명이 관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 청와대를 찾은 이들은 277만6004명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해마다 줄어들었다. 청와대 관람객은 2023년 206만8414명으로 감소했고, 지난해엔 191만2402명을 기록하며 2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그림➋).

반대로 청와대 예산은 갈수록 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2년 96억7000만원을 배정했던 청와대 개방 관련 예산은 2023년 235억1200만원, 2024년 302억2400만원, 2025년 417억2400만원으로 늘어났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놀랍게도 이는 대통령이 청와대를 사용할 때보다 더 많은 예산이다. 대통령이 청와대를 사용한 2021년 청와대 시설관리 및 개선사업에 사용한 예산은 65억9300만원이었다(그림➌). 종합하면 윤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집무실 용산행에 832억1600만원, 청와대 개방에 1051억3000만원 등 총 1883억4600만원의 혈세를 사용한 셈이다.

이 돈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위기 상황으로 생계유지가 곤란한 저소득 가구에 지원하는 '긴급복지예산'에 빗대보자. 정부는 올해 긴급복지예산을 지난해 3584억원에서 3501억원으로 83억원 삭감했다.

1건당 60만원가량을 지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2만건에 이르는 사업을 '돈이 없어서' 추진하지 못한 셈이다(그림➍). 도대체 누굴 위해 대통령집무실을 옮기는 데 1883억4600만원이나 썼는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다.

이뿐만이 아니다. 차기 정권이 대통령집무실을 옮기겠다고 결정하면 또다시 천문학적인 혈세를 써야 한다. 대통령집무실을 옮길 때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면 쓰지 않아도 될 나랏돈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윤 전 대통령의 집무실 이전은 천문학적인 혈세만 낭비한 꼴이 됐다"면서 말을 이었다. "윤 정부가 추진한 건전재정은 물거품이 됐다. 차기 정권에서 대통령집무실을 또다시 이전하면 한푼이 아까운 국민의 세금을 또 거기에 사용해야 한다. 이게 정상인가." 용산행을 맘대로 결정한 파면된 대통령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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