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싸이월드, 낡고 진부한 추억팔이도 끝물 [視리즈]

조서영 기자 2025. 4. 2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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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싸이월드 사라진 세상 2편
싸이월드 동향 파악 중인 정부
사업 재개 못해 폐업설 휘말려
새로운 서비스 론칭 줄줄이 실패
실망한 이용자들 싸이월드앱 삭제
‘양치기 소년’ 전락 후 암울한 미래
싸이월드 운영사 싸이커뮤니케이션즈가 폐업설에 휩싸였다. 사진은 함영철 싸이컴즈 대표. [사진 | 뉴시스]

싸이월드가 폐업설에 휩싸였다. 중앙전파관리소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폐업 검토보고서를 제출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중앙전파관리소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란 입장을 밝혔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싸이월드가 론칭한다 해도 성공을 낙관하기 쉽지 않아서다.

싸이월드가 폐업설에 휘말렸다. 지난 16일 중앙전파관리소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 싸이월드 폐업 검토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사실이라면 전파 관리·감시 조직인 중앙전파관리소(과기부 소속기관)가 싸이월드 사업권을 보유한 '싸이커뮤니케이션즈(이하 싸이컴즈)'의 사업 능력을 부정한 셈이었다.

과기부와 중앙전파관리소는 일단 '사실무근'이란 입장을 밝혔다. 중앙전파관리소 관계자는 "과기부에 보고서를 제출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과기부 관계자도 "싸이월드의 동향을 파악 중인 단계"라며 "폐업을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싸이컴즈의 미래를 낙관할 순 없다. 폐업 가능성이 없지도 않다.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에 따르면 부가통신사업을 등록한 자는 등록한 날부터 1년 이내에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기부는 제27조(사업 등록취소 및 폐업명령 등)를 근거로 사업자에 폐업을 명할 수 있다.[※참고: 중앙전파관리소에 정당한 사유를 보고한다면 유예기간을 부여받을 수 있다.] 싸이컴즈가 폐업을 피하려면 11월까지 서비스를 재개하거나 정당한 사유를 보고해야 한다는 거다.

그렇다면 싸이컴즈는 그사이에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가능성을 낮게 본다. 주인을 수없이 바꿔가면서 론칭한 싸이월드 서비스 중에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어서다. 하나씩 살펴보자.

싸이컴즈 직전에 싸이월드 사업권을 보유했던 '싸이월드제트'는 2021년 3월 싸이월드에 메타버스를 도입해 시너지를 내겠단 계획을 세웠다. 그해 12월엔 '한글과컴퓨터'와 협업해 메타버스 서비스 '싸이월드 한컴타운'도 출시했다.

[사진 | 더스쿠프 포토]

하지만 2.5D 그래픽(2D·3D 중간 그래픽)의 수준이 워낙 낮은 데다 조작까지 불편해 혹평을 받았다. 메타버스를 내세웠지만 정작 즐길 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점도 문제였다. 실제로 싸이월드의 메타버스엔 아바타를 꾸미거나 아이템을 장착할 수 있는 기본적인 기능조차 없었다.

그러자 싸이월드제트는 2022년 7월 "싸이월드 한컴타운을 보완했다"면서 메타버스 앱 '싸이타운'을 선보였다. 2.5D 그래픽을 3D로 업그레이드했고 싸이타운의 아바타 '미니미'에 다양한 동작과 채팅 기능을 추가했다.

미니미를 통해 유저와의 소통을 꾀하겠단 취지였는데, 문제는 이용률이 너무나 저조했단 점이었다. 몇몇 커뮤니티엔 "싸이타운 내 공간에서 다른 미니미와 마주칠 일이 없다"는 후기가 올라올 정도였다. 실제로 싸이타운 앱을 내려받은 건수는 서비스를 종료한 2023년 7월까지 1만건에 그쳤다(구글플레이 스토어 기준).

그렇다고 서비스의 핵심인 싸이월드가 이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도 아니다. 싸이월드제트는 총 6번이나 오픈을 미룬 끝에 2022년 4월 2일 간신히 싸이월드의 문을 열었다.

하지만 미니홈피에 접속만 가능할 뿐 사진과 게시글을 볼 순 없었다. 볼거리가 없자 싸이월드 앱을 깔자마자 삭제하는 이용자가 가파르게 늘어났다. 빅데이터 전문기업 TDI의 조사에 따르면 싸이월드를 오픈한 지 일주일이 흐른 2022년 4월 9~15일 앱 설치기기 증감률은 –6.5%(전주 대비)를 기록했다. 그다음주인 4월 16~22일에도 증감률은 –2.3%나 됐다. 이는 5월(–1%대), 6월 18~24일(–4.0%)에도 이어졌다.

당연히 이용자는 더 빨리 줄어들었다.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싸이월드의 월간활성화사용자(MAU)는 2022년 4월 376만명에서 6월 199만명으로 줄었다. 2023년에 들어선 감소세가 심화했다. 2023년 5월과 10월 MAU는 각각 51만명, 34만명에 불과했다. '양치기 소년'과 같은 싸이월드에 실망한 이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거다.

이용자 감소를 견디지 못한 채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던 싸이월드제트는 2023년 7월 31일 "싸이월드만의 특색을 가진 기능으로 무장한 싸이월드 3.0을 선보이겠다"고 공언했지만 4개월 후인 11월 싸이컴즈에 사업권을 넘겨버렸다. '싸이월드 3.0'은 그렇게 미궁 속으로 빠졌다.

이처럼 싸이월드는 이용자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덴 성공했지만, 케케묵은 '추억팔이'만 거듭했다. 옛 사진을 보기 위해 한두번 서비스에 접속한 이용자들은 다시 들어오지 않았다. 주 이용자도 3040세대에 한정돼 있었다.

문제는 싸이월드제트로부터 사업권을 이어받은 싸이컴즈가 내세운 전략 역시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싸이컴즈는 기자간담회에서 싸이월드의 방향으로 '레트로의 현대적 재해석'을 제시했다. 함영철 싸이컴즈 대표는 "기존 브랜드 유산은 유지하면서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따뜻하고 감성적인 SNS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싸이월드의 현대적 재해석이란 용어는 그 자체로 알맹이가 없다. 혹여 싸이월드를 재오픈하더라도 이용자들이 이를 제2·제3의 SNS로 활용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냉정하게 말하면,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고 추억 마케팅에 기대기도 힘들다. 낡고 진부하다. 싸이월드는 과연 부활할 수 있을까.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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