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인데 사실상 불법이 아닌 '성매매 텍사스촌'의 모순 [추적+]
미아리 텍사스촌의 역설 2편
성매매 산업의 본질적 문제
일상과 맞닿아 있는 성매매촌
불법 성매매 존속해 온 이유
정부, 지자체 불구경이 한몫
성매매 여종사자 피해 구제
자발성 여부가 현행법 기준
현실에 적용하기 어렵단 단점
불법 성매매 약자 관점서 풀어야
성매매는 불법일까 합법일까. 만약 불법이라면 성매매 집결지가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는 이유는 뭘까. 우리는 視리즈 '텍사스촌 : 불편한 민낯' 1편에서 성을 착취한 포주들만 보상금을 합법적으로 받는 이상한 현실을 다뤘다. 2편에서는 성매매를 둘러싼 본질적인 문제를 향해 질문을 던져봤다.
서울 성북구 길음역. 10번 출구를 나오면 얇은 유리 펜스와 투명한 차양막으로 만든 보행통로가 보인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통로를 이용해 각자의 목적지로 향한다. 하지만 유리 펜스 너머의 골목은 딴판이다. 어둡고 인적이 드물다. 재개발이 한창인 미아리 텍사스촌의 현주소다.
사람들의 일상과 성매매 집결지를 구분하고 있는 건 얇은 '유리 펜스' 하나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하는 공간과 불법 성매매가 이뤄지는 공간이 사실상 맞닿아 있다는 거다.
그런데 우리는 왜 성매매가 우리와는 다른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누구나 동의하는 사회적 문제인 성매매는 왜 수십년째 똑같은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그래서 우린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첫번째 질문이다. 과연 한국에서 성매매는 합법일까 불법일까. 불법이라면 서울 한복판엔 버젓이 자리잡은 집창촌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역설적이지만, 그 모순이 우리의 현실이다. 한국은 2004년 제정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처벌법)'을 통해 성매매를 금지하고 있다.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성 구매자를 처벌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럼에도 성매매는 우리 곁에 남아 있다. 미국 암시장 전문조사업체 '하보스코프'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성매매 시장 규모는 세계 6위(2015년 기준)다. 한국 형사정책연구원은 당시 국내 성매매 시장을 최대 37조6000억원으로 추산했다.
불법인데도 근절하지 못한 이유는 뭘까. 원인은 다양하다.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성매매 단속, 성매매 업소가 존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 관습 등이다. 신고가 들어와도 명백한 근거가 있는 현장을 덮쳐야 성매매를 실질적으로 처벌할 수 있단 점도 문제다. 더구나 오랜 기간 그 자리에서 영업해온 업소를 법대로 단속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성매매가 국가의 묵인 아래 성장한 산업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쯤에서 두번째 질문을 던져보자. 현재 미아리 텍사스촌은 재개발 중이다. 지자체로선 성매매를 더 이상 '못 본척'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던 포주들은 벌금은커녕 이주보상금을 지급받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성북구청 측은 이주보상금은 지자체가 지급하는 게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집결지 이주, 퇴거 문제는 재개발을 추진하는 조합에서 관리하는 일"이라며 "이주보상금 또한 지자체가 아닌 재개발 조합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성북구엔 아무런 책임도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미아리 텍사스촌이 명맥을 이어온 덴 성북구의 묵인이 커다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여성인권센터 보다의 이하영 소장은 "이주보상금은 지자체에 책임이 없다지만 구청은 불법적인 성매매 영업을 지속해 온 포주들을 처벌하고 벌금을 물릴 책임이 있다"며 "지자체는 해당 자치구에서 발생한 성매매 피해를 구제할 공적 책임을 갖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들어갈 예산과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이제 마지막 질문을 던져보자. 성매매 종사자들은 과연 성매매 산업의 피해자일까. 이 문제 앞에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갈린다. 살기 위해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은 피해자로 보고 지원해 주는 게 마땅하지만, 업業으로 선택한 여성들은 지원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 일반적이다.
현행 성매매처벌법도 모든 종사자를 피해자로 보고 있지 않다. 법률로 규정하는 피해자를 제외한다면 성매매 종사자도 성 판매자로서 처벌받는다. 성매매처벌법이 정의한 성매매 피해자는 다음과 같다.
성매매를 강요당한 자, 마약 등에 중독돼 성매매를 한 자, 미성년자, 심신미약 또는 중대한 장애가 있는 자, 인신매매를 당한 자 등이다. 자발적 성 판매자는 처벌하고 비자발적 성 판매자는 보호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성매매의 자발성과 비자발성을 어떻게 구분하느냐다. 피해자를 나누는 기준을 법률로 정해놓긴 했지만, 이를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선 수많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경제적 약자가 벼랑 끝에서 성매매를 시작했다면 이를 자발적 성 판매로 봐야 하느냐"는 질문은 대표적이다.
돈이 많은 이가 돈이 필요한 약자의 성을 구매한다는 점에서 성매매 종사자들은 불평등한 사회 구조의 피해자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전윤정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성매매 수요차단 및 피해자 보호 강화를 위한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성매매는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젠더 권력에 따라 경제적으로 취약한 여성의 성을 남성이 구매하는 구조에 기인한다"며 "성매매와 성 착취간 연관성을 고려한다면 성 판매자의 자발과 비자발의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는 성매매를 법적으로 정의만 내렸을 뿐 어떠한 합의도 도출한 적 없다. 암묵적으로 이어온 산업인 탓에 뿌리를 뽑는 것조차 쉽지 않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명문화된 법률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던지는 구체적인 질문들일지도 모른다.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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