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술자립 집착과 집중 투자…韓에 보내는 경고[中 기술력 실상은?]⑥
"중국 제조업의 한계는 분명하지만, 그 잠재력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지금까지의 성과가 아니라 앞으로의 방향성이다."
중국 정부는 2015년 제조업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로 ‘중국제조 2025’를 야심 차게 발표했다. 당시 중국은 신에너지 자동차(NEV), 반도체, 항공우주, 로봇, 인공지능(AI) 등 핵심 산업에서의 기술 자립과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를 명확히 했다. 약 10년이 지난 지금, 중국 제조업의 현실은 산업별로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부 분야에서의 눈부신 성과에도 불구하고 핵심 첨단 기술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뚜렷하다. 다만 기술 자립을 향한 정책적 집착과 집중 투자는 앞으로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전기차, 신에너지, 로봇 등 산업에서 큰 성과
25일 전문가들은 중국제조 2025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 분야로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을 꼽는다. 중국은 이미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절대강자로 자리 잡았다. 2024년 상반기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500만대를 돌파했으며, 이는 전 세계 시장의 65% 이상을 차지하는 압도적 성과다. 특히 BYD(비야디)는 배터리부터 전기차 조립까지 완벽한 수직 공급망을 구축하면서 테슬라를 넘어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로 올라섰다. 김재덕 산업연구원 북경지원장은 "중국 전기차 산업의 성공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 원자재 확보,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완벽한 생태계 구축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또 로봇 산업,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도 중국의 급속한 성장이 눈에 띈다. 에이로봇 CTO(최고기술책임자)인 한재권 한양대 에리카 로봇공학과 교수는 "중국은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미국을 바짝 뒤쫓을 정도로 전반적인 기술 생태계를 완성했다"라며 "과거 한국이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였으나, 산업화 지연으로 주춤하는 사이 중국과 미국이 빠르게 성장하며 시장과 기술을 장악했다"고 평가했다. 한 교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파급력이 스마트폰 이상이 될 수 있으며, 이 분야의 기술 경쟁은 국가의 미래 주권과 패권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항공우주 등 산업은 선진국 기술장벽에 막혀 있어
그러나 중국제조 2025가 모든 분야에서 성공적이지는 않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중국의 뼈아픈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로 했으나, 2023년 기준 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기술 제재와 팬데믹으로 인한 투자 지연이 주요 원인이다.
항공우주 분야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최근 로켓 기술의 발전을 이뤘으나, 여전히 미국과는 큰 격차가 있다. 김승조 서울대 항공우주학과 명예교수는 "모든 것은 결국 기술력 문제다. 우주 산업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위성과 발사체를 값싸게 만드는 기술이 필수적이지만, 중국은 아직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만한 민간기업의 역량이 충분치 않다"라며 "특히 미국이 중국의 우주산업 발전을 지속적으로 견제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위성 발사체 개발 역시 큰 제약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괜찮은 성능의 위성을 궤도에 올리려면 미국 기술이 불가피한데, 중국은 아직 과거 소련 스타일의 우주개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당분간 미국과의 본격적인 경쟁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중국이 일부 산업에서는 글로벌 시장을 장악했지만, 첨단 핵심 기술 분야에서는 여전히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기술장벽에 막혀 있다는 사실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중국은 핵심 원천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향후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제조업의 전반적인 성장세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위협이자 한국 제조업에 대한 분명한 경고다. 중국은 막대한 내수 시장을 활용해 자생적인 산업 생태계를 키우고, 고급 인재를 바탕으로 기술 혁신 역량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려 왔다. 단순히 외국 기술을 수입해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자체 기술 개발과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에 집중하며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한국도 기술자립, 생태계 조성, 인프라 구축 해내야
전문가들은 한국이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핵심 기술의 자립화, 중소기업 중심의 혁신 생태계 조성, 인구 감소 및 고령화에 대응한 국가적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산업 구조 전반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 역시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경고다.
김 지원장은 "한국은 일관되지 않은 정책 방향, 대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 과도한 수출 의존성 등으로 인해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측면이 있었다"라며 "특히 산업 정책의 연속성과 중소기업 생태계 강화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고 평가했다. 이어 "고급 인력 육성 체계 역시 낮은 인센티브 구조, 창업·벤처 생태계의 취약성 등으로 인해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이라며 "이는 결과적으로 제조업 기반의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반도체 에이전트 업체인 WPG 홀딩스 고위 임원은 "중국의 제조업 발전은 정부의 막대한 투자, 지속적인 정책 지원, 거대한 내수 시장과 완벽한 밸류체인을 바탕으로 이뤄졌다"며 "반면 한국은 연구개발 투자 부족과 산업 구조의 단순성, 재벌 중심 경제 구조 등으로 인해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재권 교수도 "한국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초기에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정부와 기업의 무관심과 투자가 줄면서 산업화를 놓쳤다"며 "지금이라도 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혁신에 나서야 미국과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한국 제조업은 중국의 현실과 한계를 정확히 인지하고, 이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 기술 혁신과 글로벌 협력 확대, 산업 구조의 다변화 등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적이고 기업 차원의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한국 제조업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명확한 목표와 적극적 투자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세종=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목줄 풀고 미친 듯이 뛰어 내려왔다"…산불 속 남겨진 반려견들 - 아시아경제
- "껌 씹은지 2분 내 수 천개 나온다"…美 연구진, 미세 플라스틱 연구 - 아시아경제
- 수술 후 안 쓰던 영어 '술술'…세계 9명만 겪은 '외국어 증후군'? - 아시아경제
- 나사 위성에 포착된 한국 산불…선명한 연기 기둥 - 아시아경제
- "청소에 방해된다"…생쌀에 살충제 섞어 비둘기 11마리 죽인 50대 - 아시아경제
- "계좌이체 하지 마세요"…안성재 주의보 발령 나온 까닭이 - 아시아경제
- 김수현, 대만 팬미팅 결국 취소…"일정 조정으로 불참" - 아시아경제
- [단독]"분진으로 폐질환, 왜 경고 안 했어요?"…5조 소송 위기에 몰렸다 - 아시아경제
- "왜 이럴까"…수족관서 '70만원 유모차' 빌려줬더니 들고 사라져 - 아시아경제
- "봄 왔으니 달려보자" 매출 38배 '껑충'…불티나게 팔리는 '이 운동화'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