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휴머노이드부터 드론까지 전방위 '로봇 굴기'[中 기술력 실상은?]⑤
중국이 첨단 제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국제조 2025' 전략의 최종 승부수로 로봇 산업을 낙점하고, 전방위적인 육성에 나서고 있다. 로봇의 핵심 부품 국산화부터 응용 분야 다변화까지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며 세계 기술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中 휴머노이드 로봇, 글로벌 시장 주도 본격화
중국은 '중국제조 2025' 계획에서 로봇 산업을 10대 중점 발전 산업 중 하나로 지정했다. 이후 13차, 14차 5개년 계획을 통해 로봇의 연구개발(R&D)과 핵심 부품 국산화를 꾸준히 강화해 왔다. 특히 중국 정부는 로봇 핵심부품인 감속기, 서보모터, 제어기, 센서 등의 기술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지속 중이다.
최근에는 차세대 첨단 로봇인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육성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을 더욱 구체화하며 로봇 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중국의 목표는 명확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다양한 산업 분야에 로봇을 접목해 실물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해 '휴머노이드 혁신 발전 지도의견'을 발표하며 2027년까지 로봇산업의 응용 범위를 확대할 것을 강조했다.
중국의 대표적 로봇 기업 유비테크는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와 경쟁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미 중국 내 자동차 공장에서 실제 시험 운용 단계에 들어가 주목받고 있다. 상하이와 베이징 등 주요 지방정부는 각각 로봇 혁신 플랫폼과 베이징 휴머노이드 혁신센터를 설립해 스타트업과 기업의 기술 협력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공격적인 지원책으로 중국 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27억6000만위안(약 5600억원)에서 2029년 750억위안(약 15조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재권 한양대 에리카 로봇공학과 교수(에이로봇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경쟁력이 최근 급격히 높아져 이제 미국을 바짝 뒤쫓고 있다"며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미국의 기술력이 압도적으로 1위이지만, 중국 역시 부품 제조부터 시장 형성까지 전반적인 산업 생태계를 완성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중국 로봇 산업의 가장 뚜렷한 성과는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나타난다. 중국 로봇 제조기업 시아순(SIASUN)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산업용 로봇을 자동차 및 전자제품 제조 현장에 적극 도입하면서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 가고 있다. 폭스콘과 지리자동차 등 대표적 제조기업들도 산업용 로봇 자동화를 통해 품질 관리와 생산 효율성에서 큰 성과를 얻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 대수(27만6000여대)와 누적 운용 로봇 대수(175만대 이상) 모두에서 압도적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중국산 로봇의 자국 내 시장 점유율도 2018년 27.3%에서 2023년 47.2%까지 급격히 증가했다. 제조 현장 내 로봇 밀도는 2023년 기준 직원 1만명당 470대로 세계 3위로 올라섰다.
중국 로봇 산업의 기술적 도약에는 정부의 국산화 정책이 핵심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중국은 로봇 부품 중 고성능 감속기, 서보모터 등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상태였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가 부품 국산화를 위한 기술 개발과 생산 지원을 강화하면서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 기업 '리더 드라이브(Leaderdrive)'는 그동안 일본이나 유럽에서 전량 수입하던 감속기 부품의 국산화를 성공시키며, 중국 내 로봇 기업들의 비용을 크게 낮췄다. 감속기는 모터의 회전속도를 줄여 토크를 증폭시키는 기계 장치로 로봇의 핵심 부품이다. 이 회사가 생산한 감속기는 일본산 제품 가격의 약 70%로 공급되면서, 중국 로봇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드론 시장까지 장악한 중국, 세계점유율 약 70%
중국의 기술 굴기는 드론 시장에서도 뚜렷하다. 대표 기업 DJI는 전 세계 민간 드론 시장의 약 70%를 장악하며 수준급의 기술력을 보여주고 있다. DJI는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시장을 선점한 뒤, 현재는 항공 촬영과 농업, 산업 검사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지역별 드론 산업 특화도 주목할 만하다. 광둥성 선전은 개인용 드론에, 쓰촨성 청두는 산업용 드론에 각각 특화된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최대 1t의 화물을 운반할 수 있는 대형 물류 드론인 'CH-YH1000'을 개발해 접근성이 어려운 지역의 물류 혁신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이 드론은 자동화된 운항 기능을 갖춰 향후 물류 및 긴급 구조 활동에서도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 드론뿐 아니라 군사용 드론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은 '리젠' '이롱' 'WJ-600' 등 우수한 군사용 드론을 개발하며 정찰용, 특수목적용, 전자전용 등 다양한 용도의 드론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의 국방력 강화와 함께 국제 무기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의 로봇 및 드론 산업이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성장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쟁국들은 기술 경쟁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중국 산업용 로봇산업의 동향과 우리의 대응 전략' 보고서에서 한국과 중국의 로봇 기술 격차는 이미 0.3년까지 좁혀졌고, 향후 중국의 기술력이 한국을 추월할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로봇 핵심 부품 경쟁력 강화, 현장 실증 플랫폼 구축, 그리고 협동로봇 등 비교우위를 가진 제품으로의 전략적 시장 접근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현지화된 제품 개발과 중국 로봇 산업 클러스터 내 협력 플랫폼 구축을 통해 중국의 로봇 및 드론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업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중국 로봇산업의 부상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온 산업적 위기"라며 "현장 실증 플랫폼 구축, 현지 기업과의 기술 제휴 및 유통망 협력을 통한 적극적인 대응만이 중국발 기술 격변 속에서 한국 로봇산업의 생존과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 교수도 "2015년 이전만 하더라도 한국이 DARPA(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이후 정부 지원과 기업 투자가 줄면서 산업화 기회를 놓쳤다. 반면 중국과 미국은 지속적인 상업화를 추진해 현재는 그 성과를 명확히 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다소 늦었지만 정부와 기업이 다시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투자와 기획을 시작한 만큼 우리가 가진 역량을 총동원하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세종=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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