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癌발병' 57세 이후로 급증 … 은퇴해도 건강검진 필수죠
퇴직 후에는 소홀해지기 일쑤
국가 검진 주기적으로 받아야
'암=죽음에 이르는 병'은 옛말
조기발견땐 생존율 90% 넘어
암은 누구나 걸릴 수 있다. 평생 담배 한번 피운 적이 없어도 폐암에 걸리고, 평소 올바른 식생활과 함께 거의 매일 운동을 해도 각종 암에 노출될 수 있다.
교과서에는 암을 예방하려면 금연, 절주, 건강 체중 유지, 균형 잡힌 식사, 운동, 싱겁게 먹기, 백신 접종, 건강검진 등을 예시로 들고 있지만, 암은 예외 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암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 및 치료'다. 암 앞에서 누구든지 겸손한 마음으로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하고, 규칙적인 건강검진으로 암이 생기면 빨리 찾아내 치료하는 것이 장수의 지름길이다.
3월 21일 '암 예방의 날'도 이 같은 뜻을 함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암 발생의 3분의 1은 예방활동 실천으로 예방이 가능하고, 3분의 1은 조기 진단 및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며, 나머지 3분의 1의 암 환자도 적절한 치료를 하면 완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한 것에 착안해 3-2-1을 상징하는 3월 21일이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우리나라는 2022년 한 해 28만2000여 명의 암 환자가 발생했으며 기대수명(2022년 기준 남자 79.9세, 여자 85.6세)까지 생존할 경우 남자는 5명 중 2명(37.7%), 여자는 3명 중 1명(34.8%)이 암에 걸린다. 이웃 나라 일본은 일생 동안 암 진단을 받을 확률이 남성 65.5%, 여성 51.2%로 남녀 모두 2명 중 1명꼴로 암에 걸린다(후생노동성 통계). 일본은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약 30%(3625만명), 75세 이상 후기고령자가 17.7%(2154만명)에 달한다. 이는 암의 발병 원인이 워낙 다양하고 고령에게서 잘 생기는 노인성 질환임을 방증한다.
지난해 말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 관련 그래프를 살펴보면 국내 남성은 암 발생이 57~58세에 급증하기 시작해 82~83세에는 하락세로 돌아선다. 여성은 40세부터 완만하게 상승해 80대 중반 이후까지 계속된다.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연령군별 남녀 암 조발생률은 65세 이상이 10만명당 1552명으로 고령층에게서 급증하는 특징을 보였다. 이는 35~64세 연령군(10만명당 538.0명)보다 약 2.9배나 높다. 2022년 한 해 100만5000여 명의 암 환자가 발생한 일본은 55세 이후 암 발생이 급증하기 시작해 72~73세 이후 하락세로 전환하고 80세 이후 급락한다. 일본은 신규 암 환자가 55세 2만5000명에서 70대 초반 11만명까지 늘었다가 80대 중반 5만명으로 하락한다. 한국이나 일본 모두 암 환자가 급증하는 50대 중반은 한창 일해야 하는 나이로, 암 발생은 가족 생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50대 이후 주요 사망 원인은 암, 심·뇌혈관 질환이다. 연령별 사망자는 60~80대 암 환자 증가와 거의 비례한다. 지난해 사망자는 총 35만8400명(통계청)이며 이 중 남자는 80대 6만3200명, 70대 4만6000명, 60대 3만5100명, 50대 1만8400명이다. 40대는 6900명, 90세 이상은 1만6400명이다. 이에 반해 여성은 80대 6만9400명, 90세 이상 4만4800명, 70대 2만4600명, 60대 1만3500명, 50대 7400명이다. 남녀 사망자를 비교해보면 50대와 60대는 남성이 여성보다 약 2.5, 2.6배씩 많다. 70대 역시 남자가 약 1.9배나 많이 사망한다.
남성은 50대 들어 사망자가 왜 늘어날까. 그 이유는 심뇌혈관 질환과 함께 암 발병이 증가하지만 건강검진 소홀로 조기 발견 및 치료가 늦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남성은 50대 후반, 특히 정년을 마치고 지역가입자로 전환한 직장인이 건강검진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의해야 한다"며 "회사에 다닐 때에는 매년 반강제적으로 직장건강검진을 받지만, 퇴직 후 국가검진을 건너뛰는 중장년층을 종종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50대 중반 이후 국가(공단)검진이든, 직장검진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암 환자 생존율은 의학 발달과 함께 검진 확대로 조기 발견과 치료가 이뤄져 계속 향상되고 있다. 아직도 암을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90% 이상이 완치된다. 전이가 안 된 채 조기 발견된 암의 생존율은 유방암 99.1%, 신장암 98.1%, 위암 97.4%였으며 폐암 79.8%, 간암 62.3%, 췌장암 46.6%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다른 장기로 전이(원격전이)된 췌장암은 생존율이 2.6%로 매우 낮았고 폐암 역시 12.9%로 낮다. 암은 유전성이 강해도 통제가 가능하다. 유전이 영향을 주는 암(가족성 종양)은 선제적 치료로 예방할 수 있다. 대표적인 유전성 암은 유방암, 난소암, 식도암, 췌장암, 방광암 등이다. 유전성 암은 생활환경을 공유해 발병 위험이 높다는 주장도 있다.
암에 걸리면 장기입원이 필요하고 일과 양립이 어렵다는 생각도 잘못됐다. 조기 암은 통원치료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입원 일수도 짧아지고 있다.
암이 4기에 접어들면 오래 살지 못한다는 생각도 오해다. 나카가와 게이이치 도쿄대 대학원 종양학 강좌 특임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서 "4기 암은 주변 장기로 전이가 되고 치료가 어려워 생존율이 낮지만 최근 들어 분자 표적치료제나 면역관문억제제, 면역항암제 등이 등장해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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