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매수 ‘북새통’, ‘수상한 직거래’도…토허제 D-1 혼란

이현 2025. 3. 2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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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강남 3구와 용산구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적용을 하루 앞둔 23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토허제 확대 지정과 관련한 정부 자료집이 붙어 있다.[연합뉴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토지거래허가구역(이하 토허구역) 지정을 앞두고 부동산 시장이 혼란에 빠진 분위기다.

강남 3구와 용산구 중개업소들은 주말까지 급매 거래로 북새통을 이뤘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밀려드는 상담 전화에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되기 일수였다. 1~2년 내 집을 처분하려던 매도자들은 호가를 낮추고, 마지막 ‘갭 투자’ 기회를 잡으려는 매수자들이 몰리며 거래가 빠르게 성사됐다. 지난달 토허제 해제 이후 32억원(전용 84㎡ 기준)까지 올랐던 잠실 엘스·리센츠·트리지움 아파트는 28억~29억원에 거래된 건이 여럿인 것으로 알려졌다.

토허구역에 새로 포함된 송파구 헬리오시티도 호가보다 2~3억원, 이전 실거래가보다 1~2억원 낮은 가격에 계약이 다수 이뤄졌다. 인근 A 부동산 관계자는 “평소의 두 배정도 계약이 이뤄졌고, 모두 전세를 낀 매매였다”며 “이전 실거래가보다 낮게 거래됐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강남 3구와 용산구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적용을 하루 앞둔 23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급매 안내문이 붙어 있다.[연합뉴스]

한편, 지난달 잠실·삼성·대치·청담동 토허제 해제 이후 서울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매수에 나섰던 계약자들 사이에선 대출 차질을 우려하는 문의도 곳곳에서 이어졌다. 관악구 B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전세를 낀 갭투자 거래가 많았는데, 토허제 발표 이후 대출 규제가 강화된다는 얘기가 돌면서 매수자들이 자금 계획을 걱정하기 시작했다”며 “매도자들도 ‘대출이 막혀 더 안 팔리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는 연락이 많았다”고 전했다.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인근 C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물도 거래도 많지 않다"면서 "다만, 전세를 낀 매수가 많은 편이라 대출 규제 영향을 민감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증여성 가족 간 거래'가 의심되는 직거래가 속출하기도 했다. 23일 중앙일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서울시가 토허구역 확대를 발표한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강남·서초·송파·용산 지역에서 실거래가 신고된 아파트는 총 22건이다. ▶강남구 13건 ▶송파구 8건 ▶용산구 1건이다.

이 가운데 9건이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은 직거래였고, 모두 기존 최고가 대비 14∼34%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같은 기간 중개를 거친 거래들이 직전 최고가의 90% 이상 혹은 오히려 오른 가격에 거래된 것과 대조적이다.

김영옥 기자


구체적으로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59㎡는 20일 14억6000만원에 직거래됐다. 지난달 28일 거래된 동일 면적 20억900만원보다 약 30% 낮다. 20일 직거래된 송파구 리센츠 전용 124㎡는 28억원으로, 지난달 27일 거래가보다 8억5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강남구 세곡리엔파크3단지(84㎡)는 최고가보다 31% 낮은 10억4000만원에, 용산구 이촌동삼성리버스위트(134㎡)는 17% 낮은 28억9000만원에 직거래됐다.

강남권 아파트의 경우 증여세 부담이 커, 세금을 줄이기 위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가족 간 직거래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토허제 재지정 발표 이후 시장에서 급매가 나오고 있어 시세 기준을 낮게 잡을 명분이 생겼다는 것이다. 토허제 지정 이후에는 전세를 끼고 거래할 수도 없기 때문에 증여성 직거래를 서둘렀을 가능성이 있다. 김영림 세무회계컨설팅 공감 대표 세무사는 “공동주택 매매는 통상 시세의 70% 이상, 또는 시세와 3억원 이내에서 거래해야 세금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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